조화로운 사회를 꿈꾸며

등록 2010.11.22 18:00수정 201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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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입니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다양성 가운데 이루어지는 통일을 조화라고 하기도 하고 또 좀 고상한 말로 하모니(harmony)라고도 합니다. 그 속에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 기준들이 내재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점점 획일화된 하나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1등주의가 그것입니다. 1등만 인정하고 그 다음부터는 모두 1등에 종속시키려는 흐름이 그것입니다. 의도하건 하지 않건 우리는 이 마력에 쉽게 빠져들고 맙니다. 하지만 1등은 2등과 3등이 있을 때에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꼴찌가 없다면 이 1등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1등이 인정받는 사회라면 다른 것, 꼴찌까지도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에서의 1등주의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배출해 내어야 할 학교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1등주의는 소수를 위해서 많은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자본주의 제도 탓으로 돌리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학교 교과 과목의 특수성과 개별성이 인정되어 모두가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듯 학생들도 그들 고유한 개성들이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들을 유지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인정받고 그 외의 학생들은 방기되어도 좋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학교 성적 이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기(長技)들을 계발해서 이 사회를 위해 사용하게 할 때, 개인도 건강하고 나아가 이 사회도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교육 주체(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 광저우(廣州)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10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에 이어 작은 우리나라가 금메달 집계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넓혀보면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도 귀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소중한 우리의 아들딸임을 알게 됩니다. 금메달 선수에게 환호하는 동시에 노 메달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도 이런 데 있을 것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경쟁하면서 지구촌 사람들의 우정과 우애를 다질 수 있는 만남의 장이 올림픽이고 아시안게임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유도 73Kg에 출전한 왕기춘 선수가 인상에 남습니다. 그는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다리 부상을 당한 상대 일본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어 주었습니다. 왕 선수는 상대의 약점(부상당한 다리)을 공격하지 않고 단조롭게 임하다가 몇 십 초를 남기고 한 판을 내주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어떤 금메달 선수보다 왕 선수를 더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단점을 이용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이 사회에 주는 그의 교훈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치열한 경쟁의 사각 정글이 되고 있습니다. 인성과 덕성은 그 경쟁 앞에 제대로 맥을 추지 못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우리의 장래가 심히 걱정됩니다. 학생을 음양으로 지도할 위치에 있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책임이 큽니다. 특히 교사들은 사람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 제도 탓만 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 성적이 사람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성적이 좀 뒤지더라도 봉사하며 사랑을 베풀고, 주위의 약자들을 돌보며,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도 얼마든지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회가 조화로운 사회, 건강한 사회입니다. 이런 우리나라를 꿈꿔봅니다.

2010.11.22 18:00ⓒ 2010 OhmyNews
#1등주의 #다양성 #성적평가 #왕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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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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