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5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국회 '대북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승수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북한에 대한 규탄은 분명히 해야 하나 동시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담겨야 하기에 군사적 대응 중심의 결의문은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승수 대표는 북한의 공격은 잘못된 것이며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 이번 연평도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북한의 군사 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의 공격에 대해 자위권을 발동하여 대응공격을 한 것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더 이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선 안 된다. 그것은 비단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북한과 대한민국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남쪽과 북쪽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고통받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과 20대 젊은 장병들의 모습을 잘 봐야 한다.
그런데 25일 국회 토론에서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보복'과 '응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더 강한 내용이 결의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나섰다. 정말 전쟁을 원하는 것이라면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고, 좀 더 강한 어조를 통해 우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를 하는 것이었다.
한 쪽에선 연평도 공격이 났을 때 일부 사람들이 투자은행에 전화를 걸어 주식매수시점을 알아봤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가의 주식을 지금 사서 시세차익을 노리겠다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회는 '대북결의안'을 내놓았고, 25일 271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한 표결에서 기권9표, 반대 1표가 나왔다. 바로 이 반대 1표가 조승수 의원이었다. 이 1표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한 소중한 1표다.
이런 마음에 "조승수 의원의 1표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긴급하게 발표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대학생사람연대>의 공식서명이었고, 내가 직접 썼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옮겨놓고 다른 일을 하다 저녁에 우연히 블로그를 확인했다. 무려 600여 명이 넘게 접속했다. 평소 50명도 안 들어오는 비인기 블로그였지만 갑자기 대박이었다. 내 글에는 무려 82개, 현재까지 91개의 댓글이 달렸다. 첫 댓글이 "빨갱이 XX 니부모를 욕하고 싶다" 였고 그 댓글의 밑에 "빨갱이스파이빨갱이스파이빨갱이스파이..."라고 적혀 있었다.
'북한가서 살아라'라는 제목의 댓글에는 안타깝게도 '누군가 했더니 역시 오마이 뉴스였구나 이 XX들은 말이 안통해 그냥 북한가라'라는 댓글을 달았다. 내 소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경력도 있어, 본의 아니게 같이 욕먹었다. 가끔 응원을 해주는 댓글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비난일색이었다. 졸지에 빨갱이가 된 것이다.
잠깐, 억울한 게 한 가지 있다. 진보신당도 비슷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바로 북한에 대한 입장이다. 진보신당의 탄생배경이 민주노동당 내 종북주의 논쟁이었고, 특히 조승수의원은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 때문에 민족주의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와 대학생사람연대 도 마찬가지다. 북한3대 세습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고,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북한이 대화의 수단으로 핵을 만들고 강경정책을 펼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 핵을 옹호하는 논리와 대한민국이 북에 대해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같은 이유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말을 안 듣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북한 역시 핵을 공개하거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것을 자위권의 하나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북한을 핵무장을 옹호하는 논리도 이것이다. 북에 대해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비슷한 이유를 가진다. 가만히 있으면 북한이 우습게보고, 대한민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당장 28일에 서해에 조지워싱턴호가 뜬다고 한다. 북한은 다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이 말을 무시하고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자들의 치킨게임에서 평범한 국민들과 젊은 장병들은 마음을 졸이며 제발 무사히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결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런 이야기에 이상적이라고 했지만, 군사적인 방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이다.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현재의 상태에서 지속된다면, 계속해서 연평도와 같은 국지전이 벌어질 것이다. 연평도 공격뿐만 아니라, 남북 간의 소규모 군사적 충돌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결국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도출되어야 하고, 이것을 위한 '대화'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현재의 정전협정사태를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항구적이고 제도적인 평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빨갱이라면 빨갱이가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댓글에 대한 답을 이것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 blog.naver.com/peoplefor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