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는 페이스북도 하면 안 된다?

[해외리포트] 미국 버지니아주, 교사-학생 부적절한 관계 막고자 소셜 네트워크 접촉 금지 추진

등록 2010.12.01 10:20수정 2010.12.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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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버치 교사의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WHSV3-TV. 지난 4월 버치 교사의 체포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여중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버치 교사의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WHSV3-TV. 지난 4월 버치 교사의 체포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 WHSV.com


"저는 윌버 S. 펜스 중학교 7학년이었을 때 버치 선생님의 꾐에 빠져 선생님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어요. 당시 12세였죠. 선생님은 제게 섹시한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제게 키스하고 싶다고도 말했고요. 저는 교장 선생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어요."

11월 18일, 미국 버지니아주 라킹햄 카운티 법정에서는 9년 전 발생한 교사와 여학생 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렸다. 올해 21세인 피해 여성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중학교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일을 증언했다.

"학교에서는 버치 선생님의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어요. 나중에 들으니 버치 선생님한테는 저와 관계를 중단하라는 가벼운 질책만 내려졌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선생님보다는) 제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학교 당국이 조셉 버치(38) 교사의 비리를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문제 교사의 비행이 계속되었고 결국 성관계까지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피해 여학생은 14세 때부터 17세 때까지 버치 교사와 수백 번의 성관계를 맺었다고 증언했다.

"학교에도 알렸지만 아무런 조처가 내려지지 않아 저는 제 자신만을 비난했어요. 그 뒤로 저는 이 세상에는 제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어요."

제자와 성관계 맺은 교사 "관계 회복하고 싶다"... 피해 학생 "끔찍한 기억"

피해 여학생이 학교에 보고했다는 내용은 법정에서 물증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버치 교사가 근무했던 윌버 S. 펜스 중학교의 메리 쉬플릿 교장은 법정에서 이 사건을 관할 교육청인 라킹햄 카운티의 존 키드 교육감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공개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지역신문인 <데일리뉴스 레코드>에는 메리 쉬플릿 교장이 2002년 9월 28일에 보냈다는 문제의 공문이 공개되었다.

수신: 조셉 버치 교사
발신: 메리 쉬플릿 교장
날짜: 2002년 9월 28일
제목: 여학생과 관계된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혐의


2002년 9월 23일, 7학년 학생인 ***가 나이슬리 교사에게 보고했고 본인에게도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 지난해 당신이 6학년 여학생 육상 코치를 맡고 있을 때 피해 여학생이 좋은 성적을 내자 당신은 그 여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달려가서 너에게 키스해 줄 수 있었는데."

* 피해 여학생과 한 통화에서 당신은 농담하듯 여학생에게 섹시한 사진을 달라고 요청했다.

* 피해 여학생이 스쿨버스를 놓쳤을 때 당신은 그 여학생과 다른 여자친구를 당신 차에 태워주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내릴 때 함께 탄 친구도 내리도록 하면서 피해 여학생이 친구와 함께 밤을 보낼 거라고 하자, (피해 여학생에게) 당신과 맺은 관계를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하면서.

사실 이번 버치 교사 사건은 교장이 해당 교사에게 공문도 보내고 교육청에도 보고했다고 하지만 그냥 묻힐 뻔했다. 하지만 9년 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올해 초 버치 교사가 피해 여학생, 아니 이제는 21세 아가씨가 된 피해 여성에게 또다시 접근했기 때문이다.

버치 교사는 피해 여성에게 이메일을 보내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이번에는 가만있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 않아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평생에 그 일은 결코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이 될 거예요."

 피해 여학생이 학교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지역 신문 <데일리뉴스 레코드>. 학교장이 버치 교사에게 보낸 공문도 공개되었다.

피해 여학생이 학교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지역 신문 <데일리뉴스 레코드>. 학교장이 버치 교사에게 보낸 공문도 공개되었다. ⓒ <데일리뉴스 레코드>


가해 교사 "나는 소아성애자"

버치 교사는 윌버 S. 펜스 중학교를 그만둔 뒤 최근까지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에 있는 '미닉 교육 센터'에서 일해왔다. 그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후 지난 4월에 혐의자로 체포되었고 9월에 11건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죄목 4건, 미성년자와 음란 행위를 한 죄목 4건,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죄목 3건.

11월 18일 이곳 라킹햄 카운티 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는 버치 교사에게 징역 37년, 집행유예 24년이 선고되었다. 이 자리에서 피해 여성은 법정 증언을 통해 버치 교사가 요구했던 섹시한 사진, 키스, 성관계 등을 폭로했고 학교 다닐 때도 버치 교사가 자신만을 따로 교실 밖으로 불러내 단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는 버치 교사가 아버지 없이 자란 피해 여학생을 '돌봐주었다'고 진술했는데 버치 교사가 피해 여학생에게 술도 사주고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비싼 선물도 사주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법정에 나온 버치 교사는 피해 여성의 증언이 끝난 뒤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자신이 나이 어린 여아를 상대로 성욕을 느끼는 '소아성애자(pedophile)'라고 밝히면서 경찰이 자신의 집 컴퓨터에서 찾아낸 아동 포르노는 피해 여성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버치 교사는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실은 자신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버치 교사에 대한 재판이 끝난 뒤 학교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학교 당국이 버치 교사의 비리 사실을 알고 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법을 위반한 사실은 없는지 등을 수사한다는 것이다.

교육당국 "소셜 네트워크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학생과 접촉 금지" 추진

이번에 밝혀진 버치 교사의 비리 외에도 버지니아주에서는 지난 9월 이후 두 명의 전직 교사가 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나 기소되었다. 이 가운데에는 16세 소녀를 유혹해 아동 포르노를 찍기 위한 포즈를 취하도록 한 교사도 있었고, 스팟츠우드 고등학교의 한 체육 교사는 미성년자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중형을 선고받게 되자 버지니아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성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임시 정책안을 승인했다. 이 안은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학생들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 안이 확정된다면 교사들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을 통해 학생들과 친구가 되어 대화를 나누거나 댓글을 달 수 없게 된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과 성적인 것을 연상시키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금지되고 학생들과 전자 기기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교육청이 승인한 것 외에는 허용이 안 된다. 이밖에도 교사가 다른 학생이나 성인이 지켜보는 곳이 아닌 곳에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학생과 단둘이 있어서도 안 된다.

버지니아 교육부는 내년 1월에 이런 가이드라인을 최종 승인할 예정인데, 최종안을 앞두고 일반인들도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버치 교사와 여중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발생했던 윌버 S. 펜스 중학교.

버치 교사와 여중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발생했던 윌버 S. 펜스 중학교. ⓒ 한나영


현직 고교 교사 "학생들과 친구 관계 맺는 것에 신중해야"

한편, 기자는 학생들과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이번 교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기 위해 페이스북 이용자인 존 코벨 선생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코벨 선생님은 버지니아의 해리슨버그 고등학교(HHS)에서 수학을 가르치다가 현재는 슬로바키아의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 이번 대책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는가?
"어떤 점에서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교사가 학교 밖에서 인터넷을 할 때 그것을 어떻게 모니터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내가 HHS에 있을 때에도 페이스북 사이트는 차단되어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 외에도 구글 지메일도 학교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행동 지침을 주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교사가 있다고 한다면 나중에 불평할 수 없을 테니까. 왜냐하면 이미 이런 규칙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기본적인 상식은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에게는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학생들과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를 하지 말라는 얘기인데 선생님도 페이스북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학생'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가?
"나도 페이스북을 하는 교사다. 하지만 내 원칙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과는 절대로 친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이곳 슬로바키아 학생들은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절대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HHS에 있을 때도 그랬다. 나는 내 학생들과 친구처럼 잘 지낸다. 하지만 그들과 친구가 될 생각은 없다. 

나는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에 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질문거리가 있어서 나와 접촉할 필요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결코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지메일을 갖고 있는 슬로바키아 학생들이 내게 이따금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지채트(g-chat)'로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나는 내 말에 굉장히 신중을 기한다. 물론 대화라고 해봐야 고작 '안녕', '학교 수업이 어떠니?' 정도이지만.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정책은 교사들에게 적절한 경계선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학생들과 자주 교류하는가?
"슬로바키아는 분위기가 미국과 많이 다르다. 아주 개방적이다. 지난 밤, 나는 내년 봄에 졸업하는 5학년 학생들의 공식 연례행사에 참석했다. 이곳에서는 18세만 되면 술을 마실 수 있는데 그 자리에 술이 나왔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건배를 했고, 댄스파티도 열렸다. 나는 학생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춤도 추었다.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곳 문화는 그렇다. 이곳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공식적인 규칙은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른 교사들에게 학생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학생과 단둘이 있게 될 때는(예를 들면 따로 수학 공부를 도와줘야 할 때) 반드시 문을 열어 지나가는 사람이 보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코벨 교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말했다.

"이번 정책을 교사들에게 강제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준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학생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하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페이스북, 이런 테크놀로지는 어떤 면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에 지켜야 할 선을 흐리게 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도 힘들게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과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이 적절하고 적절하지 않은지를 분간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아는 것이 교사의 의무다."

 슬로바키아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존 코벨 선생님. 페이스북 이용자인 코벨 선생님은 학생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지만 사제간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친구 요청을 해와도 절대로 응하지 않는다. 지난 번 JMU가 대학 미식축구에서 강팀 VT를 21:16으로 이겼을 때 학생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슬로바키아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존 코벨 선생님. 페이스북 이용자인 코벨 선생님은 학생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지만 사제간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친구 요청을 해와도 절대로 응하지 않는다. 지난 번 JMU가 대학 미식축구에서 강팀 VT를 21:16으로 이겼을 때 학생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 Jon Covel


#페이스북 #소셜 네트워크 #교육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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