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항의하며 떠난 오세훈 시장, 언제 돌아올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친환경무상급식조례 통과에 반대하며 시정협의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당장 오는 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오승록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와의 입장차가 커서 예산안 심의가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2~3개월 정도는 준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입장만 내세운다면 예산 심의 자체 불가능"

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민주당 대표단과의 논의에서 '예산안 심의를 먼저 하되 이틀 남은 시정 질문은 하지 말자'는 내용의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이미 예정 되어있었던 시정 질문은 예산안 심의 이후라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양자 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용석 시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례안에 문제가 있다, 위법이다 하면 서울광장조례처럼 재의 요구하고 대법원 제소를 하면 될 일이지 왜 의사일정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하라, 마라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다섯 살 어린애도 아니고…"라며 오 시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오승록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서울시가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의회와의 논의 상황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무진 차원에서 '지금 시점에서 시정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수는 있겠지만 '시정 질문을 하지 말자'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종현 대변인은 "시의회에서 더 이상 서울시 발목잡기를 하지 않겠다, (충돌) 재발방지를 협의하자는 데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시의회가 조례에 대한 입장을 전환해 서울시가 재의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재의요구·공포거부·대법원제소 '시간 끌기' 하면 예산편성 어려워

▲1일 밤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속에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이 기립투표로 처리되고 있다.권우성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실시'의 길은 더욱더 험난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01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전면무상급식예산' 0원을 배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시의회가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실시가 명시되어 있는 무상급식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일종의 '서울시 압박용'이라고 볼 수 있다. 보편적 무상급식 예산을 배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서울광장조례와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서도 재의요구, 공포거부, 대법원제소 절차를 밟을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실시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차라리 재의요구를 할 거면 빨리 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이 재의 요구 시한인 '이송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를 꽉 채우는 식으로 '시간 끌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승록 대변인은 "최악의 경우에는 교육청·구청 예산으로 4개 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세훈 시장이 이처럼 '시정 질문 출석 거부'라는 '전대미문'의 선택을 한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승록 대변인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서울시 내에 '오세훈 대선캠프'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어젯밤 조례가 통과되자마자 다음 날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 출석 전면거부를 선언한 건 정무라인의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용석 시의원 역시 "오 시장이 대선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대권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차피 싸울 거, 이번 기회에 세게 싸우자'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과의 '싸움'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친환경무상급식조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다. 당초 2일 오후 '오세훈 시장 규탄 대회'를 준비했던 서울시의회는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모색할 뜻을 밝혀 '시의회 파행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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