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안보' 담보 잡혀 다 내주었다

천안함 터지면서 재협상 논의 시작, 연평사태 때 재협상 마무리

등록 2010.12.05 10:13수정 2010.1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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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추가협상이 실무적인 타결에 도달했단다. 추가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재협상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실무적으로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협상이 한미관계의 초석이 되도록 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협상에 임했고 나름대로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점 하나 콤마 하나 다시 찍는 일 없을 거라더니...

그러나 김 본부장은 재협상에서 어떠한 얘기가 오고 갔는지 2007년 6월 공식 서명한 한미FTA 협정문과는 무엇이 달라질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며 함구했다. 재협상이 타결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뿐 협상내용은 당장 공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재협상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4일) '한미FTA 재협상은 잘된 일'이라는 내용으로 성명을 냈다. 대통령은 '한미FTA 협의 타결 관련 발표문'을 통해 "양국에게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고 또한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식이다.

그동안 정부는 "점이든 콤마든 협정문에 다시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줄곧 "추가협상이든 재협상이든 절대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국민과의 철석같은 약속은 천안함 사태 발발 직후부터 깨어질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연평사태의 혼란한 틈을 타 완전히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 '쉬쉬', USTR 자동차 분야 재협상 결과 발표

추측만 분분하다. 추가협상에서 자동차, 농산물, 쇠고기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함구하고 있는 동안 미무역대표부(USTR)가 타결된 내용 가운데 자동차 부분을 공개했다.


자동차 분야 추가협상은 그야말로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준 꼴이다.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지난 2007년 체결된 한미FTA 협정문에서 3천cc 이하 한국산 승용차는 FTA 발효 즉시, 3천cc 초과 승용차는 3년이내에 2.5%의 관세를 철폐키로 했던 것을 아예 배기량에 상관없이 전차종에 대해 관세철폐 시한을 5년 늦췄다.

트럭에 대해서도 굴욕에 가까울 만큼 미국에게 몽땅 양보하고 말았다. 10년간 25%의 관세를 매년 2.5%씩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던 것에서 대거 후퇴해 FTA 발효 후 8년간 관세 인하를 유예하고 그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 2007 합의 다 깨졌다

미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도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어냈다. 당초 10년에 걸쳐 철폐하려던 관세를 철폐시기를 대폭 앞당겨 8% 관세를 4년 동안 4%로 절반 감축하고 5년째는 전면 철폐하는 것으로 합의해 주었다.

이뿐이 아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의 자가인증 허용범위를 연간 판매대수 6500대에서 2만5천대로 무려 4배 이상 늘려주었다. 연간 미국산 자동차 2만 5천대는 한국의 안전규정이 아니라 미국의 규정을 통과하면 국내 판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판매 주권을 미국에 양도해준 셈이다.

배출가스, 연비 등 환경기준 적용에 있어서도 한국은 2007년 합의를 깨고 미국에게 20% 완화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는 선물까지 안겨 주었다. 또 한국정부가 자동차 관련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경우 미국업체가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WHO에도 위배되는 조항이 들어 있다.

미 관세 부과, 한국은 관세 즉시 철폐, 게다가 '세이프가드'까지, 굴욕적이다

엄청난 양보를 얻어내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최후의 안전장치까지 받아내 족쇄를 채워놓았다. 지난 2007년 협정문에는 없던 자동차 관련 특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이 이번에 신설됐다. 한국차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증가할 경우 승용차는 15년, 픽업트럭은 20년간 미국의 판단에 의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발동되면 미국은 한국차에 대해 4년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다.

자동차 분야에서 굴욕적인 양보를 해주고 얻어낸 건 뭘까? 농산물 분야의 세이프가드 품목이 현재 20개에서 일부가 추가돼 확대하는 성과 정도로 추측된다. 그동안 정부는 농축산,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손해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익 볼 수 있는 자동차를 내주었으니 손해볼 일만 남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산업연구원은 FTA가 발효되년 수출이 13억 8700만 달러, 무역수지가 7억 9600만 달러 증가요인이 생기며 이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의 60%, 무역수지의 95% 정도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런데도 대통령 '딴 소리', '윈윈', '이익균형 반영'... 황당하다

추가협상에 쇠고기 분야는 제외됐다며 이를 자랑 삼는 정부다. 단지 FTA와 연계하지 않았을 뿐 쇠고기 분야도 미국의 요구대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정부가 쇠고기 전면개방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촛불시위 등 국민 저항에 봉착하자 "한국인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며 해석하기 나름인 단서조항을 붙여 놓은 한시적 합의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영 딴판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추가협상) 합의는 양국의 이익을 서로 균형있게 반영하여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협상이나 다름없는 추가협상을 통해 이익균형은 깨지고 말았다. 한미FTA 체결 효과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던져준 건 굴욕적인 일이다.

정부는 이번 재협상이 '안보상황'과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세간의 판단은 정부와 완연히 다르다.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재협상 얘기가 나왔고, 연평사태가 터지자 미국 일방적인 재협상이 속전속결로 타결됐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일련의 안보사건이 미국에게는 큰 득이 된 셈이다.

'안보' 담보 잡혀 사실상 다 내어준 협상, 국민 저항 클 것

한미FTA 국회비준을 위해 정부여당이 사력을 다하려 할 것이다. 밀어붙이는 게 장기인 정권 아닌가. 야당 반발뿐만 아니라 이 정도면 국민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워싱턴 함이 서해에 와 준 것 때문에 국민들이 굴욕적인 재협상을 감수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세종시 논란이나 4대강 문제보다 더 큰 파장을 불어올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게 되었다.
#한미FTA #FTA재협상 #FTA 자동차 #연평사태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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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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