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례숲길에서 추억을 만나다

예산군 대술면, 소설 <분례기> 주무대 시산리 옛길 복원

등록 2010.12.07 14:33수정 2010.1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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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출신 작가 방영웅씨의 소설 <분례기>의 주무대인 예산군 대술면 시산리 일원에 분례숲길이 만들어졌다. 분례숲길은 대술면이 펼친 2010년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지역민들의 의견과 품을 모아 2개월 동안 복원해 만든 추억의 길이다.

이 길은 1960년대 예산 지역을 배경으로 쓴 소설 <분례기>에서 주인공 분례가 용팔과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다. 또 실제로 60∼70년대 대술주민들이 예산으로 장을 보러다니거나 학교를 가기 위해 넘던 길이기도 하다.

대술면은 도로가 개설되고 자동차 이용자가 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희미해져 가던 옛길의 우거진 잡목과 풀을 제거하고 쉼터용 의자, 숲길 안내판, 분례숲길 이야기 등 이야기가 있는 길로 조성했다.

a  분례 숲길 안내도

분례 숲길 안내도 ⓒ 장선애


숲길 곳곳에 설치한 이야기 안내판에는 <분례기> 속에 등장하는 예산지역 전래 노동요와 소설의 줄거리, 50∼60년 전 대술주민들의 삶이 담겨 있다.

'설움에 지치고, 가난에 지쳐 술 한잔 걸치고 식구들 생각에 갈치 한 토막 사들고 얼큰하니 취해 넘어오다 여수(여우)한테 홀려 밤새 가시덩쿨을 헤맨 곳'이라거나 '못가진 사람은 가진만큼의 베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또 그만큼의 짐을 벗을 수 있게 하는 사색의 산책로가 됐으면 한다'는 내용도 있다.

숲길 입구는 예산에서 외곽도로를 타고 대술면에 진입해 오른쪽 시산리로 나가 하나식품 뒤편에서 시작된다. 공주대 산업과학대쪽으로도 오를 수 있는데, 학교측과 협의가 안 돼 안내도를 설치하지 못한 게 아쉽다.

시루미 능선에는 빽빽한 소나무 사이로 폭넓은 임도가 1㎞ 정도 펼쳐져 있어 사색하며 산책하기 좋다. 임도를 걷다 보면 대술주민들이 걸어서 예산시장에 다니던 사정이 고개를 만난다. 자라목을 닮았다고 해서 자라봉이라 불리는 숲길 정상에 오르면 대술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총 길이 3.5㎞로 길지 않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방한일 면장은 "분례가 세상을 떠돌면서도 언제나 용팔과 나무하러 다니던 행복한 때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아 요즘 세태에 찌든 속세의 먼지를 털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대술면민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40여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분례기>는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때문에 숲길 조성 소식이 알려지자 공중파 방송국에서 촬영을 해 가는 등 벌써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분례기 #분례숲길 #예산군 #방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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