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핫팩, 이럴 땐 위험해요

시중유통 '주머니 손난로', 성분과 최고온도 표시 미흡

등록 2010.12.30 11:31수정 2010.12.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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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핫팩'이다. 일명 '주머니 손난로'인 이 제품은 값이 싸고 휴대가 간편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핫팩은 주머니 속에서 따뜻하게 열을 발생시켜 언 손을 녹여주는 상품으로, 가격이 싼 것은 몇 백 원으로도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핫팩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분말형과 액체형 두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성분표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최고온도에 대한 표시도 없어 사실상 소비자가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핫팩을 종류별로 구입했다. (개당 390원~900원)

산화열 원리의 '흔들이 손난로'... 최고온도 표시 없어

일명 '흔들이 손난로'라고 하는 이 제품은 동네 문구점에서 개당 500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이 제품은 '분말형'으로, 주성분은 철분(쇳가루), 규조토, 활성탄(탄소가루), 염류(소금)로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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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국내산으로 비교적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으나, 제품의 최고온도에 대한 표기가 전혀 없었다. ⓒ 김학용


이 제품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개봉 후 부직포로 된 주머니를 흔들거나 주무르면 발열되기 시작한다. 철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녹스는 현상)될 때 발생하는 열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철이 자연 상태에서 산화할 때는 열을 느낄 수가 없는데, 그것은 녹스는 과정이 아주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분에 활성탄, 소금 등을 섞어주면 산화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소금은 물에 녹아 전해질로서 전자의 이동을 도와 철가루의 산화를 도우며, 탄소가루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열기가 10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단점으로는 쇳가루가 산화되면 다시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1회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제품은 국내산으로 비교적 사용 방법과 주의사항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제품 겉면에 표시된 내용을 보니 "인체에 무해하며 화재의 위험이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주의사항에는 한 부위에 너무 오랫동안 대거나 피부에 직접 닳을 경우 화상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겉면 어디를 찾아봐도 제품의 최고 온도에 대한 표기가 전혀 없어 이 팩을 사용할 경우 어느 정도 온도까지 상승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의류 접착형... 최고온도 표시했지만 우리말 설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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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핫팩. 최고온도와 평균온도가 표시되어 있고, 원하는 의류부위에 부착하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으나 우리말로 된 설명은 없다. ⓒ 김학용


이 제품은 일본 수입품. 아이리스 오야먀에서 출시한 이 핫팩은 국내법인인 아이리스코리아에서 판매하고 있다. 물론 중국 현지 생산품이다. 이 제품도 국내산 제품과 성분이나 원리는 비슷하지만, 원하는 의류 부위에 직접 붙일 수 있는 파스형(접착식)으로 되어 있다.

다행히 이 제품은 온도에 대한 표시를 비교적 자세히 표기했다. 최고온도 63도, 평균온도 53도로 사용 시 40도 이상을 유지하며 약 12시간 지속 가능하다고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온통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고, 우리말로 된 설명을 넣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최고 온도가 60도 이상이라면 손수건 등으로 감싸지 않고 혹시라도 피부에 직접 붙일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어린이들의 피부라면 충분히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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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착형 핫팩 뒷면의 표기사항(일본어)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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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형(접착식)으로 원하는 부위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물론,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에 부착해야 한다. ⓒ 김학용


결정화 원리 이용한 '똑딱이 손난로'... 성분· 온도표시 전혀 없어

내용물이 액체로 된 이 제품은 일명 '똑딱이 손난로'로 불린다. 이 제품도 겉면에는 사용방법과 간단한 주의사항만 표기되어 있을 뿐 성분표시는 '내용물-특수금속물외'라고만 애매하게 표시했다.

이 제품의 주성분은 아세트산나트륨(Sodium Acetate). 초산 냄새가 나는 무색 결정으로 자극을 받으면 숨은 열을 내놓고 결정화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아세트산나트륨 용액 속에 들어있는 금속 단추를 '똑딱'하며 자극을 주면 내용물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열을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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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액체형 제품, 내용물이 액체로 된 손난로의 구성 물질의 성분을 알고 싶다고 분해해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 김학용


고체 상태의 아세트산나트륨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물에 녹는 과정에서 가열한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때 과 포화된 아세트산나트륨 용액은 물과 같이 투명한 액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게 되면 얼음 얼듯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변하는 것이다. 이 금속 단추를 꺾는 충격으로 결정이 생기면서 저장하고 있던 열이 한꺼번에 방출되기 때문에 손난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내용물이 굳어지고 열이 식으면 뜨거운 물에 담가 액체 상태로 변하면 여러 번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흔히 수돗물의 염소를 중화하거나 사진을 현상할 때 사용하는 티오황산나트륨(sodium thiosulfate, 하이포)도 같은 원리로 똑딱이 손난로의 주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원리는 아세트산나트륨과 비슷하다.

이 제품도 최고 온도가 화재를 일으킬만한 온도에 이르지 않아 화재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큰 압력을 주거나 날카로운 모서리에 찍힐 경우 터질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 발열상태에서 터진다면 당연히 화상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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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산나트륨(상)과 티오황산나트륨(하)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명시된 건강영향과 응급조치 요령 ⓒ 김학용


그렇다면 아세트산나트륨과 티오황산나트륨은 정말로 인체에 무해한 것일까? 화학약품이면 필수적으로 따라 다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확인해 보았다. 자료에 의하면 아세트산나트륨은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흡입 시에는 자극이나 호흡곤란을, 섭취 시에는 구토나 위통을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또, 티오황산나트륨도 흡입, 피부 접촉, 눈 접촉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섭취 시에는 설사를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만일, 이 두 약품이 흘러나와 다른 약품과 섞였을 경우에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내용물이 액체로 된 손난로의 구성 물질의 성분을 알고 싶다고 분해하면 큰일 난다.

화상이나 안전사고 유발 가능성... 설명서에 명시해야

분말형은 철이 산화되면서 열을 방출해버리고 나면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지만 보통 10시간 이상 오래도록 열을 방출한다. 액체형은 열 방출 시간이 짧은 반면 가열하여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 접착식도 맨살에 바로 댈 경우 화상을 입을 우려도 충분하다. 보통 저온 화상(일반적인 화상 온도가 아닌 40~70도 사이에서 장시간 노출이 되어 자각 증상 없이 피부 속에서 화상을 입는 경우)에 그치지만 심할 경우 흉터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므로 핫팩은 종류에 관계없이 주머니 안에 두거나 옷 위에 붙여 사용해야 한다.

특히, 주머니 속에 넣어 둔 핫팩을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넣은 상태에서는 균형 감각이 떨어져 빙판길에 넘어지거나 2차적인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제조한 나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원재료는 무엇인지, 최고 온도는 몇도 까지 올라가며 화상의 위험성은 없는지의 여부다. 일부 국산은,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만 강조할 뿐 아이들이 애용하는 제품에 주성분 표시도 없을 뿐더러 최고 온도 표시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또, 수입제품의 경우 우리말로 된 사용 방법이나 주의사항이 없는 것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재료 표기는 뒷전이고, 어디서 나온 자만심인지 오로지 근거 없는 '안전성'만 강조하고 있다.

화상이나 약품에 의한 2차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또 다시 '제조사 잘못이냐, 사용자 부주의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할 것인가?
#핫팩 #손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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