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능선에 서면 알리라. 내가 얼마나 작은가를....
박병춘
영하 10도라는 일기예보를 무색케 하듯 산행 길은 내내 포근했다. 바람까지 잠잠해서 바람막이 등산복을 배낭에 넣어둬야 했다. 시계는 좀 흐렸지만 그 자체로 신비감을 자아냈다. 산과 산 사이를 가득 메운 결 고운 구름이 신선을 싣고 순항 중이다.
뭍에서 볼 수 없는 세상이 산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산에 오를 이유가 있을까? 우뚝 선 바위는 너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되고, 바위 위에 홀로 선 나무는 너와 나의 자화상이 된다. 가고 싶어 갈 수 있는 곳이면서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