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버섯된장국 재료버섯, 송송 썬 양파와 대파, 매운고추, 붉은고추, 빻은 마늘, 된장, 고추장, 집간장 등을 마련한다
이종찬
간에 좋은 냉이, 술자리 잦은 사람들 속풀이에 으뜸"어? 겨울냉이가 여기 있었네. 아주머니! 겨울냉이 이거 한 봉지 얼마씩 해요?""어머! 아저씨가 이 겨울냉이 맛을 제대로 아는가 보네. 아까까지 2천 원에 팔았는데, 5백 원 깎아 천5백 원만 줘요.""한 봉지는 너무 많은 것 같은데......""이거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짝 데치면 얼마 안 돼요."새해 들어 둘째 날인 2일(일) 저녁 7시. 내가 살고 있는 중랑구 면목동 달셋방 바로 옆에 있는 사가정시장에 나갔다가 겨울냉이 한 봉지를 샀다. 지난해 연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던 송년회에 가서 술을 계속 마신 탓인지 입맛이 별로 없던 그때, 정말 우연찮게 눈에 띤 겨울냉이가 어릴 때 추억과 입맛을 한꺼번에 되돌려놓았기 때문이었다.
된장국으로 끓여먹으면 속풀이에도 아주 좋고 입맛과 건강까지 챙겨주는 겨울냉이. 조선 허리춤께 명의 허준(1539~1615)이 지은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냉이. <동의보감>에는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끌어다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냉이가 그만큼 우리 건강을 알뜰살뜰 지켜주는 보약 같은 채소라는 것이다.
'아하 이 맛!'을 <동아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김화성 기자는 "냉이는 간에 좋다. 술꾼들 속 푸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썼다. 그는 "냉이는 된장과 궁합이 맞는다. 된장국에 냉이 몇 뿌리만 넣어도 온 집안에 봄 냄새가 가득하다"며 "냉이는 칼슘과 비타민C가 무궁무진하다. 쑥이나 달래보다도 많다. 살짝 데친 뒤 소금과 들기름으로 무쳐 먹어도 맛있다"고 적었다.
냉이뿌리와 잎줄기는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어디 그뿐이랴. 만성간염과 위궤양, 빈혈, 변비, 당뇨병, 고혈압, 각종 출혈성 질환, 눈 충혈, 이뇨, 감기해열 등에도 좋다고 하니, 어찌 냉이를 멀리할 수 있겠는가. 건강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냉이를 말려 가루로 빻아 새알처럼 빚어 하루에 두세 알씩 먹는 것도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