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오솔길 제3전망대에서 보이는 동해의 모습.
최지혜
겨울 바다, 왜 꼭 울진이어야 했을까?
나는 집착이 강하고 변덕이 심한 편이다. 혹자는 열정적이라는 좋은 표현을 써주기도 한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도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면 당장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도 남은 설거지가 생각난다면 더 이상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랑이나 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좋아지면 반드시 표현을 해야 하고 직장에 다니다가도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지면 가차없이 회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진득함을 갖고 즐기는 것이 여행이다. 그런데 이젠 여행에서조차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겨울 바다가 그렇게 생각나더니, 결국 울진에 꽂혀버렸다. 재작년 늦가을에 다녀왔던 울진 죽변항 인근의 바다가 머릿속에 그려오던 겨울 바다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겨울 바다는 좀 더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들 말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이 그곳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데….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나의 첫 번째 혼자 여행, 울진 죽변으로.
혼자 떠나는 첫 여행, 울진 겨울 바다생각이 확고해지자 바로 울진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일 또 스스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5일 오전 7시 1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시계는 오전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울리는 알람을 두 번이나 끄고 잠이 든 것이다. 자려고 누워서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세수만 간단히 하고 부랴부랴 챙겨서 집을 나선 시간은 오전 5시 45분. 25분 만에 챙기고 나오다니 급할 땐 초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얼굴에 분칠도 좀 했는데 말이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고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틈에 낀 여행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여유로워진다. 그들에겐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문득 생각나는 글귀가 있어 끼적거리다가 내릴 곳을 지나쳐버렸다. 오전 6시 40분 구의역. 그나마 다행이다. 한 정거장만 되돌아가면 되고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오전 6시 47분, 넉넉하게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아침 끼니를 때울 김밥과 물을 산 후 정확히 오전 7시에 버스에 승차했다. 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맨 앞자리, 옆 사람과 눈치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3번 싱글석.
이제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설렘으로 심장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