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손으로 만지고 포즈도 취하는 미술전시회?

부산 MBC트릭아트 특별전 큐레이터 윤남숙씨 인터뷰

등록 2011.01.11 10:43수정 2011.01.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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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숙 큐레이터 MBC트릭아트 특별전
윤남숙 큐레이터MBC트릭아트 특별전윤남숙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술전시회를 가면 직접 만지고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유는 예술작품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만 하기 때문. 그런데 직접 손으로 만져도 보고 사진 촬영도 가능한 미술전시회가 있다면 어떨까? 바로 'MBC트릭아트 특별전'에서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MBC트릭아트 특별전'은 한국에서 최초로 트릭아트 전시회를 연 원조다.

'트릭아트(Trick Art)'란 빛의 굴절과 반사를 이용해서 2D의 평면회화를 3D와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미술작품을 이야기한다. 트릭아트의 원조는 '트롱프뢰유'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속임수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보여준 상상력을 현실에서 느껴볼 수 있는 마술 같은 장소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미술 작품에 대한 관념은 전시관에 들어서면 깜쪽 같이 사라지게 된다. 만지는 것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앉아서 조명 촬영도 가능하다. 이렇게 '트릭아트'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언어로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전시관에 가서 '트릭아트' 작품을 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 작품을 단지 글과 이야기로만 표현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것이 '트릭아트'인지 기본적인 정보와 상식을 알고 간다면 전시관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트릭아트'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자 'MBC트릭아트 특별전' 부산 전시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윤남숙씨를 인터뷰하였다. 지금부터 어떤 것이 '트릭아트'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큐레이터 윤남숙씨가 준 관람 팁을 소개하자면 꼭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올 것과 간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촬영을 통해 트릭아트 특별전을 100%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트릭아트는 관람온 관객들이 함께 참여해서 완전한 미술품이 되는 전시예술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MBC트릭아트 특별전은 부산, 광주, 대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부산은 2월 27일까지 부산진구청 앞 특별전시관, 광주는 2월 27일까지 김대중 컨벤션센터 제1전시장, 대구는 2월 20일까지 대구엑스코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MBC트릭아트 특별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ttp://www.mbctrickart.com/와 문의전화 1544-0733으로 하면 된다.

트릭아트 대중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 본인 소개부터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BC트릭아트 특별전 큐레이터 윤남숙입니다."

- '트릭아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트릭아트(Trick Art)란 착각, 교묘한 수법, 또는 마술을 뜻하는 단어인 '트릭'과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의 합성어로 약 1세기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하던 특정한 양식의 미술 작품입니다. '트릭'이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정의가 가능합니다. 트릭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빛의 반사와 굴절을 이용하여 관람자의 시각에 착시효과를 일으킴으로써 2차원의 평면회화를 3차원의 입체처럼 볼 수 있단 점입니다. 관람자의 시각에 착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프랑스어로 눈속임을 뜻하는 트롱프뢰유(Trompe-l'œil) 회화, 또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와 유사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트릭아트는 이보다 더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단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은 공공의 유산이라는 이름하에 지나간 시대의 찬란한 기념물을 만인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관과 전시는 미술작품을 감상할 능력을 갖추고 이러한 자유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국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반해 트릭아트는 위에서 언급한 제약들로부터 관람자들을 상당 부분 자유롭게 합니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미술사에 대한 교양 없이도 누구나 작품 앞에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즐겁게 자신들의 시간과 경험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술관 방문자들의 발길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여러 전략들은 일반적인 미술관들의 엘리트주의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미술관에서 민주적 경험을 하고, 자신들 나름의 작은 미술관을 개척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트릭아트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미술관이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관람자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써 그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 광주, 대구 다른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어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 트릭아트 특별전은 어떻게 기획된 전시회입니까?
"트릭아트 특별전은 MBC와 트릭아트 뮤지엄이 공동으로 함께하고 기획한 행사입니다. 트릭아트 뮤지엄은 제주도에 상설전시관이 있습니다. 저희가 작년 6월에 일산에서 트릭아트 특별전을 한번 했습니다. 그때 반응이 좋아서 부산과 다른 지방 쪽에도 이런 문화적인 콘텐츠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부산지역에서 전시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전시되는 작품은 제주도의 트릭아트 뮤지엄 쪽에서 제작을 해주셨습니다. 광주와 대구도 역시 MBC와 트릭아트 뮤지엄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부산뿐만 아니라 광주와 대구에서도 트릭아트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같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총 몇 작품이 전시 중에 있습니까?
"트릭아트 특별전은 지난 2010년 6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 있습니다. 당시 약 52일의 관람기간 동안 20만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현재는 부산, 광주, 대구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작품은 모두 트릭아트 뮤지엄에서 제작한 라이선스를 받은 오리지널 트릭아트 작품이며, 지역마다 각기 다른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BC 트릭아트 부산 특별전은 약 1500평의 규모에 12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전부 이번 특별전을 위하여 새롭게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일산에서 전시를 관람했던 관람객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 트릭아트 특별전이 주제별로 테마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테마별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트릭아트 부산 특별전에서는 반 고흐, 마네, 클림트, 렘브란트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원작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과 동물 및 일상 오브제를 입체화한 작품들이 명화 패러디관, 애니멀관, 아쿠아리움관 등 7개 테마로 나뉘어 전시됩니다. 이밖에도 특별관으로 꾸며진 아마존의 눈물 체험관에서는 아마존 최대의 민물고기인 피라루크의 생동감 넘치는 유영을 비롯하여 아마존의 살아 숨 쉬는 원시와 야생을 3D 감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착시조형 특별관에서는 과학적 착시효과를 활용하여 살아 움직이는 듯한 3차원의 새로운 오브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함께 참여해서 완성 시키는 것이 트릭아트의 매력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 부산에서 MBC트릭아트 특별전이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해 2월 27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초반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조금 관심이 덜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방학을 하고 나서 가족 단위나 연인 단위로 관람객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 가족이나 연인들이 트릭아트 특별전에 와서 얻어갈 수 있는 문화적 감동은 무엇입니까?
"일반적인 전시회나 음악회, 연극, 영화 등은 문화적인 관람을 하게 되면 콘텐츠가 주가 됩니다. 영화를 보러가도 영화가 중심이 되고, 작품을 보러가도 작품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문화 활동이 실제 콘텐츠가 중심이 되고 관객은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 트릭아트 특별전 같은 경우에는 미술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왔을 때 서로서로 사진을 찍는다던지 연출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문화를 즐기러온 관객 분들이 더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문화 전시회입니다.

트릭아트는 관람객들이 참여해서 더욱더 빛나는 예술품이 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처음 작품을 보시게 되면 일반적인 명화와는 다르게 없는 요소가 있다든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든지 혹은 액자 밖으로 등장인물들이 과도하게 나와 있다든지 해서 관람객의 관심을 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이런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연출을 하면서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트릭아트에서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부분은 관람객의 참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연인들이가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문화적인 즐거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트릭아트 자체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부분이 있어서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작품이 크게 망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전시회이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만지시면 약간의 벗겨지는 부분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계속 보수를 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 부산에서 전시 기획전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제일 걱정했던 것은 과연 부산 시민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산 시민 분들이 MBC트릭아트 특별전을 보신 후 관람 평이 좋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덜었습니다. 관람하고 가시면 자신의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재미있었다.' 혹은 직접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을 저희 홈페이지에 올려서 기쁨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한 변화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 전시회에서 직접 뛰고 있는 큐레이터로서 관객 분들 반응이 좋을 때 기분이 어떤지요?
"처음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까지 작품 앞에서 관객 분들이 직접 누워서 연출을 하신다거나 하실 것이라 쉽게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작품 앞에 저희들이 사진 포즈 취하는 방법을 설명해놓았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저희가 설명해놓은 것보다 더 많은 포즈와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런 것을 볼 때 마다 큐레이터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 일반적인 미술전시회와 트릭아트전시회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트릭아트를 처음 접하는 관람자들은 그 형태나 의미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트롱프뢰유에 등장했던 눈속임 및 착시와 같은 요소가 오늘날 작품에 재등장하고 새롭게 주목을 받는 것은 트릭아트 작품이 갖는 다양한 특징들이 오늘날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특히 관람객의 참여를 필수적으로 유도하는 작품의 형태와 열린 이야기구조는 미술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데서 만족해야만 했던 관람자들의 참여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이러한 점은 작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관람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대미술의 방향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 인터넷의 보급과 같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관람자의 니즈와 부합되는 지점에 바로 트릭아트가 위치하고 있단 생각입니다.

트릭아트 작품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작품의 틀을 깨고 명화의 상식과 경계를 허뭅니다. 관람객 저마다의 개성적인 연출을 통해 작품은 다양한 형태, 즉 참여하는 관람객 자신만의 작품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관람객이 더 이상 일방적 수용자의 위치가 아니라 작품과 소통하고 더 나아가 작품을 창조하는 역할에 합법적으로 가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트릭아트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 트릭아트 작품들이 디지털 프린트가 아니라 모두 유화란 것에 놀라웠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디지털 프린트 느낌이 강했습니다.
"MBC트릭아트 특별전에서 관객들에게 전시되는 모든 작품은 제주도 트릭아트 뮤지엄에서 직접 화가들이 유화로 그린 것입니다. 기계를 통해서 찍어내거나 한 경우는 없습니다. 실제 작품을 보시면 그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디지털 프린트로 찍어낸 것과 손으로 직접 그린 유화는 눈으로 보면 차이가 정말 많이 납니다."

- 트릭아트 특별전 큐레이터로서 희망 사항 같은 것이 있습니까?
"저희가 처음으로 부산에서 하는 트릭아트 특별전이라서 걱정도 되었고 기대도 되고 그랬습니다. 전시가 2월 27일까지 하니까 끝나기 전에 한번 오셔서 트릭아트가 어떤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산에서 20만 정도의 관객 분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신 검증된 전시회입니다. 직접 참여해보시고 경험을 해보시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트릭아트 특별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트릭아트 특별전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MBC트릭아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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