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갔더니... 하늘이 노래졌다

치과 진료비 흥정 왜 하는 걸까... 의료보험 적용 확대했으면

등록 2011.01.21 16:14수정 2011.0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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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건강검진은 왜 하는 건지


요 며칠 사이 변화가 생겼다.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사후 약방문격이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치과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는 것이다. 딸이 하는 말 "치과치료 전문 되시겠어요".

며칠 전부터 어금니가 시려 씹어 먹을 수가 없었다. 대충 씹고는 삼켰다. 엄마 살아계실 때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우물우물해서 넘기시던 게 생각났다. 특히 뜨거운 거나 차가운게 닿으면 자지러질 것 같았다. 큰맘 먹고 치과를 찾았다. 치과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두려운 곳이었다.

'9월에 건강검진 받을 때는 별 말 없었는데... 뭐야? 2년마다 실시하는 직장건강검진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것이야?'

친구한테 사정을 얘기했더니 "빨리 가봐. 치과는 잘못하면 큰돈 들어" 한다. '설마? 썩은 곳 조금 때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월요일날 동네 치과를 찾았다. 애들 둘 충치 치료하는 데 큰돈을 들여 대공사를 했던 곳이다. 동네에서 믿을 만한 곳이다 싶어 찾아갔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엑스레이 한 번 찍어보시죠"한다.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한테 검진을 받았다. 검진 중에 '이건 크라운을 해야 하고 이건 인레이... '등등의 말을 간호사와 주고 받는다.


"오른쪽 위어금니는 없네요. 오래 두시면 안됩니다. 임플란트 하셔야겠네요."

잠깐 대기실로 가 있으란다. 그때까지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대기실에 서 있으니까 간호사가 오더니 앉으란다.


"조금 썩어서 때워야 할 이가 3개, 많이 썩어서 2차 우식이 우려되기 때운에 인레이할 이가 1개, 좀 더 많이 썩어서 거의 껍데기만 남아서 씌워야 할 이가 2개, 치조골이 녹아서 이뿌리 부분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가 시린 거예요. 그 부분도 때워야 하는데 8개네요."

진료비 협상이 시장 물건 흥정하는듯....

'나 그동안 뭐했니? 내 이빨 하나 간수 못하고!'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복잡한 심사는 내 심사고 간호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인레이는 금으로 하는 게 2차 우식의 우려도 없고 인체에 무해하고 친화력도 있기 때문에 제일 좋아요. 보험적용은 안 되고요."
"아말감으로 하면 안 돼요?"
"아말감은 수은이 포함되어 있어서 인체에 수은 중독의 우려도 있고, 내구성도 적어 주변이 썩게 될 2차 우식의 우려가 있어요."
"그럼 보험은 안 되지만 좀더 저렴한 레진은요?"
"부위가 너무 넓어 레진으로 하면 깨질 가능성이 많아요."

"금값이 비싸 부담이 되시긴 하겠지만 23만 원인데 20만 원까지 해드릴 수 있어요. 오른쪽 위 큰어금니와 작은 어금니 인접면은 아말감으로 때웠던 곳이 2차 우식이 많이 진행돼서 그냥 두면 부러질 우려가 있어요. 씌워 주어야 해요. 소재는 도자기와 세라믹, 금 등이 있는데 도자기 소재는 35만 원, 세라믹은 50만 원대예요. 도자기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약간 검어지긴 하지만 안 보이는 부분이라 괜찮아요."

금은 아예 물어보지 않았다. 도자기소재로 30만 원까지 해주겠단다. 그리고 레진으로 때우는 건 8만 원인데 7만 원에, 총 87만 원이란다. 충치 치료 받으러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뿌리 부분은 '소파수술'이라 하는데 이 하나에 5만 원씩은 한다고 했다. 그건 지금 안해도 되지만 치료 받으면서 생각을 좀 더 해보란다. 127만원. 소파수술도 올 때마다 초진 비용이 들어가 비용추가가 되므로 가능하면 한두 달 안에 시술을 해야 한단다. 3달이 넘어가면 재진이 아니라 초진이 된단다. 이건 뭔소리. 치과에 차트가 만들어져 있으면 다음부턴 재진 아닌가?

하늘이 노래지면서 급우울해졌다. '올봄엔 큰애 대학 복학도 해야 하고 전세비도 올려줘야 하는데... 내 한 입에 100만 원 넘게 털어넣고 생활은 어떻게 하나' 막막했다.

그렇다고 이빨 치료를 안할 수도 없고 착잡한 심정으로 간호사와 다시 재료마다 요모조모 물어가며 계산을 했다. 평상시의 나답지 않았다. 물건 살 때 이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어쨌든 목돈이니 따질 수밖에.

간호사는 내가 한숨 쉴 때마다 자기도 미안하다며 자기 치료한 이를 보여주고 자기 얘기도 했다. 치과 진료비는 다들 비싸다고 한다며 치과에 있는 자기들도 그 돈내고 다 한단다.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재료 하나하나 물어가며 따져봤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심각하지 않은 3개는 보험급여가 되는 아말감으로 때우고, 1개는 금 인레이, 1개는 레진으로, 2개는 도자기 소재로 씌우기로 하고 80만 원에 협상을 했다. 현금으로 하면 좀더 할인해 주겠다고 했지만  100여만 원씩이나 되는 치료비를 현금으로 줄 수 있는 수준이면 이렇게 우울하지도 않지. 게다가 치료비를 깎고 있으면서도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상인가?

치과 진료비는 치과마다 왜 다를까?

치료 받으러 와서 치료 이전에 치료비 협상부터 해야 하는 현실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이래서 비싼 사교육비 들이며 온갖 공을 들이고서라도 자식을 치대에 보내려고 하는구나. 가족 중에 치과 의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 자식 둘은 뭐하나? 어찌 됐든 30여 분 이상의 시간을 가격협상하는 데 보냈다.

치과 의자에 앉았다. 아니 누웠다. 무서웠다. 머리쪽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긴장됐다. 왼쪽 은 마취하고 예전에 때웠던 거 떼어내고 썩은 부분 갈아내고 드르륵 드르륵... 물 호스(?) 뿌려가며 하다가 "양치하세요"하면 물 한모금 물어 양치하면 쇠덩어리 같은 아말감 덩어리 나오고 거기까진 괜찮았다. 오른쪽 마취하고 씌우기 위해서 이를 갈아내는데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나면서 역겨웠다. 갈아내는 소리는 마치 고문받는 것 같았다.

게다가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나니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오면서 혹시 이러다 죽는거 아냐? 라는 생각도 스쳤다. 이래서 '이가 5복의 하나'라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됐다. 일제때 독립운동가들 고문은 이에 비교할 것도 못되겠지만 누워 있으면서 온갖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나이 들어서 아프면 정말 서럽고 살고 싶지 않겠구나라는 생각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물질을 흡입해 내는 과정 중에 물이 입에서 넘쳐 볼을 타고 흘렀다. 이럴 때는 사냥꾼한테 잡힌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누워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내 스스로도 힘이 들어 심호흡을 하고 무심결에 꽉 쥐어진 주먹을 풀어보기도 했다.

치료가 끝나고 씌우거나 인레이를 하기 위해 본을 뜰 때는 마우스피스처럼 아랫니에 한번 윗니에 한번 물고 있다가 뗄 때는 이빨이 뽑힐 것 같았고 떼낸 후에는 마치 풍선껌처럼 입술에 허옇게 묻어났다. 정말 인간의 고귀함, 존엄함은 이런데서는 찾아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래서 아프면 마음도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다 끝났어요. 내려오세요."

1시간 반 이상 온 몸을 움츠렸다가 내려와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기실 의자에 한참 앉아 있었다.

치료가 끝나고 드는 생각은 왜 치과는 보험 적용이 안되는 치료가 많은 걸까?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비하면 싸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봐서는 치과 치료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왜 치과 진료비는 병원마다 다른 것일까?

치과 치료의 보험적용 확대해야 한다

물론 의사마다 권하는 치료법이나 권하는 소재가 다를 수는 있다고 하지만 치료비를 흥정하고 깎고 하는 행위는 납득이 잘 안 된다.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하는 듯한 느낌이다. 치아는 환자의 목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수가 적용하는 면에서 다른 분야에 밀려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진료를 신뢰할 수 있을까?

예전엔 치과 진료 안 받고도 평생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식생활도 서구화되고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치아 질환이 많아져 치과를 많이 찾게 되는데 의료보험은 안 되는 게 많다. 그리고 아말감은 인체에 해롭다고 못쓰게 금지된 나라들이 많은데 우린 아말감만 보험적용을 하고 그 외의 소재들은 보험적용을 안해 주는 것은 국민들의 치아건강을 방치하는 국가의 직무유기 아닐까?

의료보험료로 치과에 보험적용하는 것은 과연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 치아 치료를 미관상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레진이든 도자기든 보험적용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금은 제외한다 하더라도.
#치과 #충치 #풍치 #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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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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