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형님 개입? 과학벨트 제2의 세종시 되나

이상득 "포항에 과학벨트 가져와야" ... 정두언 "정부가 약속 뒤집나?"

등록 2011.01.19 12:32수정 2011.01.1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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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왼쪽)과 정두언 최고위원(자료사진)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왼쪽)과 정두언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왼쪽)과 정두언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최고위원이 과학벨트 선정에 대한 이견을 표출하는 등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발단은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의 6일 발언. 임 비서관은 대덕특구 기자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결정될 예정인 과학벨트의 입지 후보지는 전국을 대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 공약이었는데, 임 비서관은 "처음과 달라진 측면이 있고 지금은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신년 특별연설에서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속도를 내겠다"면서도 충청권 유치를 언급하지 않은 터라 임 비서관의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과학벨트가 충청권 이외의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조짐은 작년 말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 통과된 과학벨트특별법에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이 명기되지 않았다. 과학벨트의 원점 재검토를 바라는 정부의 속내가 반영된 셈이다.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건설계획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중이온가속기는 친환경에너지 같은 신물질 개발, 유전자·돌연변이 연구 등의 실험에 쓰이는데 이 가속기 개발사업에만 총 46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12월 9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작성한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안에는 중이온 가속기를 과학벨트 안에 건설한다는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포항에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 업그레이드 작업과 함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예산 200억 원이 배정됐다. 포스텍에 막스플랑크 한국연구소 유치가 확정적이고 인근 경주에도 2012년까지 양성자 가속기 구축 사업이 진척되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경주를 잇는 경북 동부권에 과학벨트가 들어설 조건이 차곡차곡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이상득, 과학벨트 포항 유치에 팔 걷고 나서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과학벨트의 포항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이 의원은 13일 한나라당 경북도당-경북도 당정간담회에서 "과학벨트는 정치논리가 절대 안 되며, 이미 기초가 마련된 곳이 선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이 의원은 "대구·경북이 다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만 우위에 있는 것은 당연히 와야 한다. 대구·경북이 팀을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과학벨트 유치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이 의원은 지역구인 포항에 과도한 예산이 집중되는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이 의원이 과학벨트 유치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이 문제가 여당의 분란 거리가 될 소지도 있다.

 

a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라며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제세, 양승조, 박병석, 노영민, 변재일, 홍재형 의원.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라며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제세, 양승조, 박병석, 노영민, 변재일, 홍재형 의원. ⓒ 남소연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라며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제세, 양승조, 박병석, 노영민, 변재일, 홍재형 의원. ⓒ 남소연

한나라당은 19일 대전에서 열기로 했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지역의 최대현안인 과학벨트에 대한 당의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이에도 정두언·나경원·서병수·박성효(충청권 유치), 안상수·김무성·홍준표(원점 재검토)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정두언 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과학벨트 토론회를 연 데 이어 19일에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여당의 약속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1년 전에 이미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로 최적지'라고 발표했다"며 "1년 만에 입장을 뒤집는 것은 정부도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에 대해 (충청) 지역에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야당에서 쟁점화시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며 "쓸데없는 발언을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도 "망언을 한 임기철 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반면, 홍준표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작년 연말에 통과된 법대로 하면 되는데 애도 낳기 전에 기저귀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논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결정할 일을 당에서 감놔라, 팥놔라 해서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상득 #정두언 #홍준표 #과학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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