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하이라이트는 여기 있다

[수원 화성 기행 ②] 화서문에서 연무대까지

등록 2011.01.22 12:17수정 2011.01.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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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로 길게 이어진 성안길을 따라 가다

a  북문인 장안문

북문인 장안문 ⓒ 이상기


화서문에서 동장대인 연무대 사이에는 중요한 문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북문인 장안문이고, 다른 하나는 수문인 화홍문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공심돈, 포루, 적대가 있다. 공심돈(空心墩)은 성벽 위에 망루와 포루를 겸해 높이 쌓은 누대다. 이에 비해 적대(敵臺)는 가장 중요한 성문에 접근하는 적을 막기 위해 장안문 좌우에 설치한 방어진지다.


화서문에서 장안문 방향으로 가다 처음 만나는 방어용 시설물이 서북공심돈이다. 서북공심돈은 벽돌을 사용해서 외벽을 2층으로 높게 쌓아올린 다음 그 위에 누대를 세워 방어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진지다.

밖에서 보면 외벽으로 현안(懸眼)과 총안(銃眼)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현안은 위에서 아래로 길게 흐르게 만들어,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부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비해 총안은 총이나 포를 구멍에 넣고 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므로 현안은 가까이 온 적을, 총안은 멀리 있는 적을 상대로 한다. 이들은 모두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a  서북공심돈

서북공심돈 ⓒ 이상기


<화성성역의궤>에 보면 공심돈의 내부 구조가 나와 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2층의 벽돌 건축을 만들고, 그 위에 누각의 외벽 즉 여담을 쌓고 목조건물을 올린 모습이다. 누각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정방형 건물로, 벽면을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 방패로 만들어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서북공심돈을 지나면 장안문까지 성안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성안길은 양지바른 남향이어서 눈이 다 녹아 걷기가 좋다. 이 구간에 있는 방어시설물로는 북포루, 북서포루, 북서적대가 있다. 북포루는 누각으로 일종의 망루고, 북서포루는 성벽 구멍에 포를 거치하고 포를 쏠 수 있게 만든 포진지다. 북서포루에서 재미있는 것은 성벽 안쪽의 지붕 부분이 잘려나간 맞배지붕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붕이 성안길로 돌출되면 사람과 장비의 이동이 방해받기 때문이란다.

장안문은 전각 안을 지나갈 수 있다


a  북서적대에서 바라 본 장안문

북서적대에서 바라 본 장안문 ⓒ 이상기


이들 포루를 지나면 장안문을 지키는 북서적대가 나온다. 적대는 치와 마찬가지로 성벽 밖으로 돌출되게 만든 석벽으로, 장안문을 공격하는 적을 옆에서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성성역의궤>에 보면, 적대에 무기를 설치해 성에 접근하거나 성벽 밑으로 파고드는 적을 막도록 되어 있다. 적대는 옹성 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에 좋다.

a  홍이포

홍이포 ⓒ 이상기

이곳에는 현재 홍이포가 배치되어 있다. 홍이포는 명나라 말부터 청나라 때까지 사용된 화포로 유럽의 화포를 응용하여 만들었다. 이곳의 홍이포는 길이가 215㎝, 무게가 1800㎏으로, 사거리가 700m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포루에 배치하는 것인데, 이곳 북서적대에 갖다 놓았다.
북서적대에서는 장안문의 서쪽 문루를 통해 장안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장안문은 화성의 북문으로 서울을 향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장안문은 성벽 위에 지은 2층의 전각이다. 팔달문과 마찬가지로 정면 5칸 측면 2칸에 우진각 지붕을 하고 있다. 전각의 1층에는 마루를 깔아 수문장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동쪽 문루 옆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계단은 한 번 꺾어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이런 계단을 곡란층제(曲欄層梯)라고 부른다. 현재 2층에는 올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자료에 보니 2층은 장마루를 깔고 기둥 사이에 벽을 쌓은 다음 그 위로 여닫을 수 있는 널문을 달았다고 한다. 널문 사이에는 구멍을 내 적의 동태를 살필 수 있게 했다.

장안문의 멋을 제대로 알려면 북쪽에서 보아야 한다. 옹성 밖 네거리 건너편에서 보면 장안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옹성의 홍예문에서 보면 2층의 장안문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 또 옹성 안으로 들어가 장안문을 올려다보면 웅장한 성벽과 장안문의 날렵한 처마선을 감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장안문은 수려하고 잘 생긴 꽃미남 같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은 수원천이 있어 생긴 수문이고 정자다

a  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

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 ⓒ 이상기


장안문을 지나면 성벽이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 중간쯤에서 북동포루를 만나게 된다. 북동포루 역시 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방어진지다. 포루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성곽 밖으로 수원천이 남북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수원천이 성과 만나는 지점에 북쪽 수문인 화홍문이 있다. 그러므로 화홍문은 북동포루의 동남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화홍문 동쪽에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이 있다.

방화수류정 뒤 성곽 밖에는 수원천의 물을 끌어들여 연못(龍淵)을 만들고 이곳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이곳의 경치가 삭막하지만 봄과 여름에는 신록과 꽃이 어어러져 정말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경치는 화성의 하이라이트다. 정조임금은 <홍재전서> '일득록, 훈어' 부분에서 문과 루 그리고 당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a  화홍문

화홍문 ⓒ 이상기


"팔달문(八達門)은 산의 이름이 팔달이므로 문도 팔달이라고 하여 사방팔방에서 배와 수레가 모이는 뜻을 취한 것이다. 장안문(長安門)은 북쪽으로 서울의 궁궐을 바라보고 남쪽으로 원침(園寢)을 바라보아 만년(萬年)의 편안함을 길이 알리는 뜻을 취한 것이고. 화홍문(華虹門)은 나타난 무지개가 달처럼 화성의 못에 내려 비추는 뜻을 취한 것이고. 창룡문(蒼龍門)은 그 형상을 취한 것이고, 서화문(西華門)은 그 방향을 분별한 것이다.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꽃이 핀 산과 버들이 늘어진 냇가의 뜻을 취한 것이다. (八達門 山名八達 門亦號八達 四通八達舟車之會也. 長安門 北望京闕 南瞻園寢 長報萬年之安也. 華虹門 流虹如月下燭華渚也. 蒼龍門 取其象也. 西華門 辨其方也. 訪花隨柳亭 花山柳川之意也.)"

그리고 시인묵객들도 이곳의 경치를 시와 문장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성 건설을 총지휘했던 번암 채제공도 '방화수류정에 올라(登訪花隨柳亭)'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성곽이라는 것이 도시나 지역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평상시에는 이런 풍류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a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 ⓒ 이상기


붉은 층계 높이 솟아 반 공중에 떠있으니                 丹梯迢忽半空浮
색깔의 아름다움이 화성에서 제일이구나.                生色華城第一州
천상에 뉘라서 이곳을 알지 못하겠느냐만                天上未知能有此
이제야 사람들이 누각에 오르기 좋아하네.               人間方始好登樓
용이 임금의 수레 지남을 알아 날렵하게 초석을 쌓고 龍知駕過擎飛礎
기생이 가벼운 몸 자랑하듯 작은 배에 오르네.          妓詑身輕立小舟
바위와 소나무는 비와 이슬 맞음 걱정 않고              無恙巖松偏雨露
은혜를 크게 입어 권주가를 부르누나.                     生成恩大若爲酬

방화수류정은 동북쪽 각루로 전시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경계초소로, 평화시에는 정자로 사용되었다. 이 건물은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이지만 네 칸을 단으로 만들고 층계를 놓았다. 그리고 층계 위에 약간 높게 다섯 칸의 마룻바닥을 만들고 가장자리에 난간을 둘렀다. 이 건물은 ㄱ자 형태이면서도 반 칸씩 꺾어가며 평면에 변화를 주어 아주 복잡하면서도 화려해 보인다. 층계 위에는 운곡 김기승 선생이 쓴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a  북암문 밖 풍경

북암문 밖 풍경 ⓒ 이상기


방화수류정 옆에는 북암문이 있어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성 밖에는 용연이 있고 여러 가지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름에 걸맞는 버드나무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북암문은 다른 문들에 비해 조금 높은 곳에 있어 성 안과 성 밖의 표고차가 크게 나는 편이다.

북암문을 내려와 성 안의 도로변에 보면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가 있다. 진각국사(1307-1382)는 고려말 화엄종을 대표하는 스님으로 법명이 천희(千熙)고 법호는 설산(雪山)이다. 공민왕이 국사로 추대했으며, 왕사인 나옹화상이 공부선(功夫選)을 주재할 때 증명법사가 되었다. 이 비문은 목은 이색이 찬하고, 문도인 개태사 주지 충술(冲述)이 1386년에 세웠다. 

군사훈련소 역할을 한 연무대

a  동장대인 연무대

동장대인 연무대 ⓒ 이상기


동북포루는 방화수류정 동쪽 135보 4척쯤 되는 거리에 있다. 화홍문으로부터 지세가 높아져서 정점에 이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방화수류정과 용연 그리고 화홍문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동북포루는 일종의 망루 겸 초소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동암문이 나온다. 동암문은 동장대인 연무대와 성 밖을 연결하는 중요한 암문이다.

동암문을 지나면 동쪽으로 동장대인 연무대가 보인다. 연무대하면 우리 세대는 논산훈련소를 생각한다. 무예를 연마하는 곳이라는 뜻인데, 논산훈련소가 부대 명칭으로 연무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무대는 성벽 안에 담을 둘러치고 북쪽에 장대인 연무대 건물이 있다. 연무대 건물에 오르기 위해서는 세 칸짜리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돌계단 좌우에는 구름무늬를 새긴 모퉁이돌 우석(隅石)이 있다.

연무대 공간은 남쪽으로 경사지게 만들어, 왕이나 장수가 높은 곳에서 부하들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연무대에서는 평상시에 군대를 사열하고 또 훈련을 했다. 또 실제 전투가 있으면 이곳에서 출정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연무대 동남쪽에는 지금도 활쏘기 연습을 하는 사대(射臺)가 있다. 연무대는 서쪽의 화성장대와 비교되는 동쪽의 장군 지휘소다.
#장안문 #화홍문 #방화수류정 #진각국사비 #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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