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기업 무분별한 철수 막을 규제법 만들어야"

민주노총 경남본부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 열어

등록 2011.01.24 20:41수정 2011.01.2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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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 보일 때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 "국가 필요로 외국자본 유치했으면 고용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열심히 싸워 받는 위로금은 보상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다",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철수를 막는 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천욱)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학계와 노동계, 경남도청, 경남도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에서는 최근 5~6년 사이 한국씨티즌, 한국씨티즌정밀(제이티정밀), 웨스트, 한국산연 등 외자기업들이 철수 내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이 과정 속에 노동자들이 해고되기도 하고 노-사 갈등을 겪기도 하며, 원정투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것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엄청나다. 이를 막자는 취지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4일 오후 강당에서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날 발제를 맡은 강인순 경남대 교수와 석영철 경남도의원. ⓒ 윤성효


강인순 교수 "국가 차원의 해결 방법 필요"

마산자유무역지역(옛 수출자유지역)의 "외자기업 자본철수와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다룬 강인순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노동조합 중심의 대응과 투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자본의 본질에 대한 교육을 통해 노조의 일상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외자기업에서 노조에 대한 노동통제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 자본은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므로 이에 대한 대응은 항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런 대응이 어려울 때는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자본의 휴폐업에 대응하는 제도장치와 관련 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 강 교수는 "외국투자자본 철수와 감원 문제는 지역사회의 실업문제와 직결된다"면서 "이에 대한 해결은 외자기업의 노동자와 단위 노조를 넘어선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차원의 해결방법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투자자본의 철수와 감원 문제의 적극적 해결 방법은 외국자본의 휴폐업에 대응하는 국가적 제도장치와 정책과 관련 규제법 즉 외자도입법, 수출자유지역 설치법 등 관련 법의 개정과 폐지, 감원 폐업에 관한 특별법 제정 없이는 외자기업의 고용문제나 자본철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힘들다."

강인순 교수는 "승인된 감원․폐업이라 하더라도 시기, 방법, 보상액 등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게 하고, 기업 인수자를 찾는 것을 의무화시키며 사양산업의 인수시 정부 차원의 조세․금융지원 혜택을 부여하여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도의회나 시의회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제적 공적 문서나 NGO 가이드 라인, 국내 입법 그리고 기업의 행위규약 등을 통한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4일 오후 강당에서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석영철 도의원 "경남도 차원의 신속한 제도 마련 필요"

민주노동당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은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경남도와 자유무역지역관리원 등 관련 기관을 찾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는데, 외국자본 유치에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면서 "실업대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사회 안전망과 관련한 대책 차원에서도 외자기업 철수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의원은 "외국자본은 그 경영상의 결정권이 본국에 있으므로 국내자본과의 기업 운용 흐름과 노사관계는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국내기업은 파산하면 공적자금투입과 법정관리, 화의 등의 방법으로 국가에서 최종 관리하지만, 외자기업은 자본철수하면 그만이다"고 설명했다.

자치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석영철 의원은 "지금까지 경남도청은 외자기업 철수에 있어 그 역할을 어떻게 하고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에 대해 규정하거나 제도로 만들어 놓은 게 없고, 연구도 거의 전문하다"면서 "경남에서는 김두관 지사 체제가 들어선 뒤 독특한 입지에 근거해서 신속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자기업 철수에 대해 경남도의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석 의원은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외자기업 철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은 토론회는 아이디어 제안 수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자기업 철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경남도청의 경우 국제통상과, 투자유치과, 경제정책과, 경제정책담당관, 고용촉진담당관이 모여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자본과 관련된 기관들은 유치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경영상태 분석이라든지, 이득을 얼마나 내는지, 자금을 빼돌리는지 등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다. 공무원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 의원은 "지역경제의 공동화를 막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자기업의 구조조정과 철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재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면서 "고용창출과 새로운 외자유치는 같은 개념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4일 오후 강당에서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추규봉 경남도 기업정책과 사무관, 김은형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 김진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 ⓒ 윤성효


추규봉 사무관 "토론회 여러 제안 많이 도움"

토론이 이어졌다. 추규봉 경남도 기업정책과 사무관은 "외국자본은 대개 노동집약산업에 들어오는데, 정부나 자치단체는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경남도는 한 해 두 차례 정도 외국기업 간담회를 열고 있으며, 노무사를 채용해서 기업노무관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사무관은 "노조 투쟁이 고용 안정의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고용에 오히려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오늘 토론회의 여러 제안들이 앞으로 경남도에서 일을 추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진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기업의 폐업과 구조조정으로 노동자가 받는 피해는 국내기업이든 외자기업이든 마찬가지"라며 "외자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의 해외원정투쟁은 필연적인 과정으로, 어려운 사정도 있고, 동시에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원정 투쟁에 나서기도 했던 그는 "일본 본사에 있는 노동조합에 협조요청을 하면 의견을 성실하게 검토하고 투쟁에 함께하기보다는 조용히 귀국하길 바라거나 사태해결을 외면하는 태도가 대다수였다"면서 "하지만 이들 조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본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타결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항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형 지회장 "조짐이 보일 때 함께 대응해야"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은형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은 "우리나라 노동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말부터 했다. 그는 "일본 노동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더 악랄하다고 한다. 한국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은 세계에서 드물 것이라고 한다"면서 "그것은 한국에서 노동자 투쟁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외국 자본도 자기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만 오면 노동자를 짓밟는다. 대한민국의 노동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노동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자기업 유치는 국가와 국가가 맺은 계약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계약을 맺고 나서 고용유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조그마한 단체도 시작했던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데 국가라면 더욱 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과 자본철수의 조짐이 보일 때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하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만일 자유무역지역 안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이 비전이 없다면 과감히 철수시키고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무분별한 외자 유치가 무분별한 철수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자기업 #자본철수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인순 경남대 교수 #석영철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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