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18일 저녁 홍대입구역에서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1인시위가 있었다. 기자로 보이는 외국인 두 명이 사진을 찍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다.
오승주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고 밖으로 나갔다. 아까 봤던 현수막이 다시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글 밑에 글쓴 사람들을 가리키는 부분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OOO당 OOO지구당, OOO대학교 총학생회 등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갑자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너럭바위에 이름을 새겨넣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홍대 주변을 배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대 문제를 방치하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럽고, 이름을 밝히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너무나 잘 보이는 이 수많은 이름들이 가장 부끄럽다.
돌아가는 길에 정말 부끄러운 일을 만났다. 홍대 프리마켓이 있는 언덕과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1인시위 모습을 봤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기자로 보이는 외국인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내 가정사를 누군가 알게 되는 것도 부끄럽지만, 내 나라의 치부를 외국인이 보는 것은 더더욱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하루였다.
홍대 청소엄마가 진짜로 원하는 것
내가 홍대 청소엄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렇게 방문기를 남기는 일이나 트위터로 사정을 전하는 일, 아니면 아고라 서명으로 알리는 일 등. 최근에 배우 김여진과 외부세력이 벌인 '우당탕탕 바자회'는 무척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다. 우리가 원하는 것 말고 말이다. 두 번 찾아간 끝에 청소엄마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엄마는 50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나의 엄마보다는 조금 젊지만 비슷한 나이대여서 나는 내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해녀다. 48년 동안 물질(해녀 일)을 멈추지 않은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고 계신다.(
관련기사) 하지만 엄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기도 한다.
내가 만난 청소엄마도 내 엄마 못지 않게 오랜세월 동안 고단한 일을 해오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오셨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정은 커녕 천대뿐이고, 몸은 거리로 내몰렸다. 수십 년 동안 바쳐온 수고의 대가가 불인정과 천대라니 기가 막히다. 파스칼도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 뼈속까지 분노가 치미는 법이다. 이 화를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엄마의 손을 잡고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청소엄마는 이렇게 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생강차를 권하며 방명록에 꼭 글 한 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청소엄마의 표정은 다행히 밝아 보였다. 옆에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서 힘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것이 함께 싸우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청소엄마와 저녁 한끼를 함께 먹기로 하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한 뒤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작별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청소엄마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서서 가는 나를 향해 청소엄마가 짧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것으로 나는 답을 얻었다.
"조금 일찍 와. 이야기 많이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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