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하자마자 '폐간' 말하는 독특한 잡지

[인터뷰] 진보이론 계간지 <새롭게 다르게> 발행인 양홍관

등록 2011.02.01 16:38수정 2011.02.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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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르게>는 2013년 봄까지 통권 10호를 발간하고 폐간할 계획이다."

진보이론계간지를 표방하며 올 초에 창간한 <새롭게 다르게>(이하 새다)의 양홍관(52) 발행인은 창간의 일성으로 폐간을 예고했다. 30여 명의 발기인이 종잣돈을 모아서 힘겹게 창간한 잡지를 왜 10호만 내고 폐간하겠다는 것일까?


"<새다>의 발행 목표는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데 있고, 폐간을 예고하는 것은 그런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창간 목표로 내세운 <새다>의 양홍관 발행인을 1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출판사 열다섯의 공감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새다>가 "토론과 논쟁이 사라지고, 분열의 골이 깊어진 진보진영을 향해 생산적인 말 걸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10년 가까이 경기도 팔당에서 생명살림운동을 전개했던 양 발행인은 현재 생명살림연구소를 세워서 활동 중이며, 2년 동안 민주노동당 환경위원장 직책을 맡기도 했다. <새다>에 참여한 발기인 중에는 NL(민족해방노선)의 현대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제2민주노동운동에 관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10호만 내고 폐간? 계간지 <새롭게 다르게>의 발행 목표는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데 있다.
10호만 내고 폐간?계간지 <새롭게 다르게>의 발행 목표는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데 있다. 최진섭

낮은 단계의 진보연합정당 추구

- 제호가 색다르다. 무엇에서 '새롭게'인가?
"그동안의 사회흐름은 물신주의, 인간중심주의 철학에 기반했는데, 앞으로는 생태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결합된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중앙집권적 국가행정시스템이 아닌 자치와 분권이 강조되는 사회로 새롭게 거듭나야 함을 말하고 싶다." 


- 그렇다면 '다르게'는 어떤 의미인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대를 중시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 <새롭게 다르게>의 창간을 주도한 구성원들이 주로 민노당에서 활동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노당의 주요 노선 중에서 새롭게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민노당의 다수는 한국사회를 여전히 식민지성격이 강한 사회로 인식하고 자주를 강조하고 있다. 자주는 나쁠 게 없지만 자주라는 가치 아래 다른 가치를 소홀히 하고, 포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정파 담합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주보다는 자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 자주와 자치가 어떻게 다른가?
"누구의 지배를 받거나 간섭을 받거나 누가 대신하는 다스림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국가와 민족, 지역과 생산현장, 일상생활에서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자주와 자치의 근본적인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자주라는 말은 주로 민족자주와 연관지어 사용했다면, 자치는 생활 속에서의 자주적인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민족자주를 추구하는 것은 여전히 주요한 과제 아닌가?
"예전처럼 한국사회의 식민지성을 강조하기는 어렵다. 주로 군사적인 문제 때문에 식민지성을 얘기하고, 작전지휘권의 문제가 핵심 사안인데, 현 상황에서 이는 실무적인 수준의 문제이다. 작전지휘권은 양국이 회수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군사적 종속보다는 군사적 동맹의 관계로 보는 게 맞다."

- 민노당에서 환경위원장으로 2년간 일하기도 했는데,  당내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가치를 확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당내에는 환경운동을 존중하기보다는 활용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빠른 시일 안에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내적인 한계라고 판단했다. 국민들은 보다 근본적이고 빠른 변화를 원했고, 지금 시기엔 낮은 단계의 진보연합정당을 구성해서 집권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라 여겼다."

- 낮은 단계의 진보연합정당은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의 진보대통합당 건설론과  어떤 차이가 있나?
"민노당  진보정치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위원은 현재 진보세력의 역량과 진보-중도-보수의 정치적 역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 가능한 집권 시나리오는 새로운 진보대통합정당의 독자적 대선후보에 기초하여 범야권연대를 이룬 뒤, 민주진보 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나도 큰 맥락에서는 이에 동의한다. 차이가 있다면 아직은 진보세력이 통합이 아닌 연합의 수준에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고, 자주나 평등의 가치와 동등하게 생태와 복지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아류 제국주의 아류제국주의 아래서는 민족자주보다 반세계화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양홍관 발행인.
한국사회는 아류 제국주의아류제국주의 아래서는 민족자주보다 반세계화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양홍관 발행인. 최진섭

한국사회는 아류제국주의?

- 진보진영 내부의 논쟁을 강조했는데, 이번 호 <새다>에선 어떤 기사가 논쟁적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특집에서 다룬 사회협동적 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 대안담론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그리고 <새다>의 고문인 하부영 혁신네트워크 대표가 쓴 '왜 제2민주노조운동인가?'가 노동 현장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리라 본다."

-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맡았던 <새다>의 하부영 고문은 왜 제2민주노조운동을 주장하나?
"87년 체제에서 시작한 1기 민주노조운동은 한계에 봉착했다. 기업별노조운동을 극복하고 한국 현실에 맞는 산별노조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정파에 위임한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뛰어넘는 노동중심 진보대통합당 건설에서 나아갈 길을 찾자는 운동이다."

-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신자유주의 확산 같은 외부 요인도 크겠지만 내부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현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도 초심을 잃은 활동가에게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간부중심, 상층중심이 아닌 대중 중심의 운동관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 강수돌 교수와의 대담에서 양 발행인은 한국사회를  '아류제국주의'로 인식하고 있다. 왜 그렇게 보나?
"강 교수가 말했듯이 한국은 제국주의 강대국의 하위에 있으면서 제국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상위계층에 속하는 나라다.  G20 의장국이 된 것, 해외 파병도 하나의 증거가 된다."

- 이런 인식은 실천에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사회성격을 식민지 사회로 보면 민족자주가 강조 되겠지만, 아류제국주의 아래서는 자치와 세계적 차원의 연대가 더 중요하며, 민족자주보다는 반세계화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과거 양 발행인이 반미청년회 활동을 하던 청년시절과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90년대 이후 남한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통일은 예전처럼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통일이 아닌 평화와 공존에 초점을 맞춘 운동을 펼쳐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통일은 쌍방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북을 포용할 이데올로기, 경제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는 통일은 불가하다. 개방을 꺼리는 북한도 높은 수준의 연방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쪽에서는 여전히 통일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평양을 몇 차례 방문하고 느낀 것인데, 북쪽 사람들은 통일이 아닌 강성대국에 더 큰 관심이 있다." 

통일보다 평화공존이 중요

붉은기의 의미는 표지의 붉은기는 홍성담 화백이 4대강 공사장에 나부끼는 공사표시 깃발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사로 흙탕물이 된 강물과 푸르른 빛깔로 흐르는 강물의 경계에 붉은기가 꽂혀 있다.
붉은기의 의미는표지의 붉은기는 홍성담 화백이 4대강 공사장에 나부끼는 공사표시 깃발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사로 흙탕물이 된 강물과 푸르른 빛깔로 흐르는 강물의 경계에 붉은기가 꽂혀 있다. 최진섭
- 과거 양 발행인이 추구했던 자주 민주 통일을 대체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자치 평등 생태 평화라고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말한 내용만을 놓고 보면 <새롭게 다르게>의 입장이 기존 시민운동의 흐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우리는 노동자중심의 운동을 강조한다. 기존의 시민운동은 사회를 개량하는 차원의 문제제기를 했고, 사회전체의 틀을 바꾸는 계급운동, 자치, 생태주의는 아니었다."

- 혁신네트워크의 하부영 대표는 <새다>추천사에서 한국사회 진보운동이 "기존의 수입이론과 정파운동의 경험으로는 변화된 정세에 적응하지 못하며, 낡은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며 '잃어버린 10년'이 있음을 지적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발전모델을 제시해야 하고, 당원 없는 정당, 노동자 없는 노동조합,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풀뿌리, 노동중심, 참여, 자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 다음 호 <새다>에서 제시하려는 주요한 기획은 무엇인가?
"중국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와 세계를 특집으로 준비중이다. 그리고 복지담론이 2012년 대선의 핵심의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것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짚어보고 또다른 의제로 떠오를 수 있는 고용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조명해 볼 계획이다."  

새롭게 다르게 - 3호 - 진보이론 계간지,vol.03

새롭게다르게 편집부 엮음,
열다섯의공감, 2011


#새롭게 다르게 #양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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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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