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통일부 남북국회회담 거부는 정부의 국회 무시 표본"

북한 조국전선 28일 제의 거부 비판 ... 권 의원 "정부, 출구전략 세워야"

등록 2011.01.30 10:04수정 2011.01.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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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은 북측이 제안한 남북국회회담을 통일부가 거부한 것에 대해 "남북국회회담 수락 여부는 국회에서 우선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회 경시 내지 무시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아래 조국전선)은 지난 28일 중앙위원회 명의로 '전체 조선 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조국전선은 "우리측(북) 최고인민회의와 남측 국회 사이의 의원접촉과 협상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국회는 단칼에 거절했다. 통일부는 "상투적인 대남공세를 계속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북한이 공식 통지문을 보내온 게 아니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공식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추가 도발 방지를 확약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만 대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금은 근본적으로 남북간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만약 북한 측에서 공식적인 제안이 온다면 국회 회담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 왼쪽은 이종엽 경남도의원과 공창섭 창원시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 왼쪽은 이종엽 경남도의원과 공창섭 창원시의원.윤성효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 왼쪽은 이종엽 경남도의원과 공창섭 창원시의원. ⓒ 윤성효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 느껴"

 

지난 21~26일 사이 중국을 다녀온 권영길 의원은 북측의 남북국회회담 제의에 맞춰 남북관계 강경 일변도인 이명박 정부가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의원은 설날 연휴를 앞두고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 등을 둘러보았는데,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북측의 남북국회회담 제의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중국 방문 때 그는 사회과학원 관계자와 진보인사, 언론계 인사 등을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대외정책이나 북-중,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정책에 있어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인사들을 만났다"면서 "그들은 이명박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는 이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지금까지의 대북강경일변도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북측에서 제의한 남북국회회담은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돌파하는데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다. 정부가 아닌, 국회가 남북과계를 복원시키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적임자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국회는 여러 차례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했던 바가 있다. 정당을 떠나 국회 차원이었다. 별도로 올해 초 민주노동당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남북국회회담을 갖자고 했다"면서 "지난 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 직후에도 전쟁 분위기를 불식시키는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했는데, 남북국회회담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번에 북측 제안이 없었더라도 민주노동당은 남북국회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다시 할 생각이었다"면서 "일부에서는 북측의 제안이 공식적인 입장을 띠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남과 북은 상황이 다르기에 그 제안을 일방적으로 무게가 없다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치부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쨌든 북측의 제안이 있었는데, 남북국회회담 수락 여부는 국회가 우선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인데 통일부가 즉각 거부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회 경시와 무시의 표본이다. 국회가 공적 입장을 표명하기도 전에 정부가 거절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조만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설날 연휴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원내에서 논의해야 한다. 모든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북측의 남북국회회담 제안에 대해 논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 이후 국회회담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회의원들의 방북을 추진했었고, 야당 차원에서는 몇 차례 모임도 가졌다"면서 "결국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국회의원들은 지난 해 북한 신의주 등지에 수해가 났을 때 의원들이 현장에 찾아가서 살펴보고 지원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윤성효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 상남시장을 돌며 설날을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 윤성효

 

- 이전에도 남북국회회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제안이 있었는데, 이번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다른가?

"17대 국회 때 김원기 당시 의장이 남북국회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와서도 남북관계는 완전히 파탄 나 있는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사태 이전에 이미 남북관계는 파탄 나 있었다. 금강산, 개성 관광 중단이 그랬고, 철길도 끊어졌다.  완전히 남북은 단절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 전에는 완전히 파탄 상태에 있어서, 정부간 직접적인 대화도 중요하지만, 국회 차원의 회담이 오히려 경색국면을 풀어가는, 효율적인 길이 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 일부에서는 이번 북측의 제안은 공식 통지문이 아니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북측에서 공식 제안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야당 입장은 다르다. 한때 한반도는 전쟁 상태까지 갈 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우리측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국회회담을 제안하자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입장이었다. 현재 남북 상황과 주변 정세를 볼 때 남북국회회담은 더욱 필요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와 관련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이런 때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

 

- 최근 중국을 방문해서 여러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 또는 6자회담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다.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 이번 중국 방문 때 만난, 정책 관련 인사들이나 언론계와 학계 인사들은 천안함에 대해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표현을 썼다. 어떤 사람은 '완전 조작'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는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령 이전에는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을 위한 압력을 넣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북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사과하라고 하는데 그것이 전혀 중국에는 먹혀들지 않고 있고, 그것을 수용할 의사가 추호도 없다는 게 중요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흡수통일로 비취는 통일 관련 발언들을 했는데, 중국 인사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이명박정부는 북이 붕괴할 것이라 믿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남북관계, 한중관계, 북-중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이명박정부의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뀌지 않는 한 진전이 없다."

2011.01.30 10:04ⓒ 2011 OhmyNews
#권영길 의원 #납북국회회담 #상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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