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30일 이집트 카이로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 군인과 탱크가 투입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62명이 사망했다는 정부발표와 달리 전국적으로 적어도 89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25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전해진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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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1일 현재 7일째로 접어든 성난 시민의 시위가 잦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통행금지령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군은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시위는 수도인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물론 주요 대도시로 확산했고 시민의 공격을 받은 경찰은 치안에서 손을 뗐다. 외신에 의하면 지난 29일 현재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밀려들고 있다.
분노한 시민 "무바라크와 부패 정치인 떠나라"대규모 시위는 지난 토요일 일련의 정치적 변화를 가져왔다. 시위대의 압력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은 내각을 총사퇴시켰고 81년 자신이 집권한 이래 처음으로 부통령을 임명했다. 이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 가말에게 정권 이양하는 것을 포기하고 부통령으로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에게 정권을 이양할 계획을 세웠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선택은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성난 시민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고양하며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하면서, 시위대에게 국민의 바람은 공적, 사적 재산 파괴와 폭력이 아닌 대화와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옵저버> 기자가 일요일(한국 기준 30일)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내각 퇴진과 부통령 임명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거부는 오히려 시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분노했다.
택시 운전기사 마흐무드 모하메드 이맘(26)은 "무바라크 말은 공허한 약속과 거짓말이다, 그가 구성한 새 정부는 도둑들로 가득 차 있다"며 "옛 도둑이 나가고 나라를 약탈할 새 도둑이 들어온 꼴이다, 이번 사건은 굶주리고 가진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혁명이다"고 말했다.
사회운동가 호삼 하리디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담화는 이집트 국민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우린 독재자를 제거하길 원한다, 내각 사퇴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며 "우린 무바라크가 떠나길 원한다, 또 정부와 의회의 부패한 정치인도 모두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거리의 시민은 높은 실업률, 인권 탄압, 부패하고 취약한 민주주의 등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바라크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부르카를 쓴 아주머니, 찻집에서 만난 노인, 아저씨들 틈에 섞인 청소년, 젊은이와 행진하는 평범한 주부 모두 81년 이래 30년간 집권하면서 독재 정권을 유지해 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넘치는 시민 열기... 하지만 불안감도 커지네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집트 시민의 시위 모습은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지금까지 많은 곳에서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에게는 틀림없이 역사적인 사건이다. 시민은 의미 있는 변화에 자신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기쁨과 자부심에 넘친 모습으로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영어로 쓴 구호를 흔들면서 세계를 향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세계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은 무바라크 정권 지원을 중단하라!""무바라크는 끝났다!""무바라크, 떠날 비행기가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