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퇴진' 요구하다 파면된 '채수창', 복직소송

전 서울강북경찰서장 "멸사봉공의 충정이었다... 파면처분취소 소송"

등록 2011.01.31 20:05수정 2011.01.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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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의 과도한 실적위주 경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하다 결국 '항명'으로 내몰리며 파면됐던 채수창 전 서울강북경찰서장이 복직소송을 냈다.

31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채 전 서장은 최근 "부당한 실적위주의 '경찰서 등급제'의 폐해에 대해 정당하게 개선방안을 제시했을 뿐인데 파면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파면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채 서장은 작년 6월 "서울경찰청의 실적주의에는 문제가 많다, 양천경찰서 고문사건도 실적주의와 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그 근본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등의 언론 인터뷰를 2회에 걸쳐서 했다.

그러자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채 서장이 경찰조직의 명예 실추 및 대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조직 내 갈등 유발 및 지휘권 불신을 조장해 내부질서를 크게 문란케 한 것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위반과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작년 7월31일 파면처분했다.

채 전 서장은 소장에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하면서 서울 31개 경찰서의 실적을 매월 평가해 성적이 좋은 경찰서는 주말휴식을 주고, 실적이 나쁜 곳은 주말휴식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한 집중감찰을 받는 '서울경찰서 등급제'가 시작됐다"며 "아무리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경찰 본연의 임무라 할지라도, 검거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말휴식을 금지하거나, 사생활까지 뒷조사하는 집중감찰을 받는 상황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제도는 서울시내 경찰서가 아무리 열심히 일 잘했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꼴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점수 배점이 많은 일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경찰 본연의 업무 중 점수 배점이 낮거나 실적과 관련 없는 분야는 방치하게끔 할 수밖에 없다"고 등급제 폐해를 지적했다.

또 "검거위주의 지나친 실적주의는 예상대로 민생치안보다는 작은 사건을 무자비하게 입건하는 사례, 허위점수 조작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 등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서울경찰청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해 허위로 점수를 올리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감점조치 또는 징계하겠다고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다"며 "그러나 점수가 보직과 승진을 좌우하는 제도 하에서는 오로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실제로 국민을 잠재적 범인으로 간주하고 무차별적으로 수배여부를 조회하면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의 모습을 봤고,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모든 차량에 대해 차량조회를 했고, 112신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기 아내를 시켜 허위로 112신고를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으며, 데모 진압하는 기동경찰이 떼로 몰려다니며 하루에 같은 PC방을 하루에도 수차례 수색하기도 했으며, 파출소 경찰관들이 교통이나 치안예방을 위한 순찰을 포기하고 사복을 입고 도둑 등 범인검거에 나섰고, 심지어 다른 경찰서 관내에까지 진출해 범인검거에 혈안이 됐다"고 당시의 상황을 조목조목 적시했다.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일선 현장 경찰관들이 점수의 노예가 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채 전 서장의 주장이다.

그는 "작은 실수로 입건된 것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여죄를 추궁하게 될 것이고, 청소년 비행도 선도보다는 최대한 형사 사건화하게 되고, 국민들은 잠재적 범죄인 취급돼 수시로 불심검문을 당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차적 조회를 당하고 있으며, PC방이나 노래방 또는 유흥지역에서는 불필요한 단속과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찰관들이 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는 동안 경찰 본연의 임무는 자연스럽게 소홀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채 전 서장은 "영등포경찰서 경찰관들은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우선 피해 학생을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보호자에게 위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 여학생을 50분가량 대동하고 범인을 잡으러 돌아다녀 경찰 전체가 국민의 비난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검거된 용의자들에게 '날개 꺾기' 등 고문을 한 양천경찰서 사건은 무리한 실적주의가 불러온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 인터뷰 직후 서울경찰청 스스로 실적지상주의 제도의 폐해를 공감하고 개선해 현재는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의 공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파면처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정당한 의견 여하를 막론하고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따르고 아무 소리도 말라. 그렇지 않으면 채수창처럼 매장된다'라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줌으로써 향후 모든 경찰관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정당하고도 합리적인 의견표명마저 막으려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채 전 서장은 자신의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서 등급제'라는 실적지상주의의 폐해로 인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현실에서 원고 개인의 출세나 입신양명보다는 자신의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제도개선을 이루기 위한 멸사봉공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오히려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끝으로 "설령 비판적인 언론인터뷰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경찰서 등급제'의 폐해, 내부정책 비판의 자유, 현대 민주사회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 개진의 필요성, 원고의 본건 행위가 결국은 제도개선의 기폭제가 돼 서울경찰청이 제도개선을 한 점, 25년간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헌신한 점 등에 비춰 파면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ㆍ남용한 위법, 부당한 처분"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채수창 #조현오 #파면처분 #항명파동 #강북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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