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분양권 전매자도 시행사에 손배청구 가능

"신의칙상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함께 양수한 것"

등록 2011.02.08 16:59수정 2011.02.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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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당시 시행사와 계약을 한 수분양자가 아닌 분양권 전매자라도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큰 주거환경을 고지 받지 않았다면 시행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L(49)씨 등 3명은 경남 양산의 물금택지개발지구 내에 있는 S아파트를 수분양자한테서 매입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시행사인 공무원연금공단은 이 아파트 15m 전방에 폭 35m의 왕복 6차로 고가도로가 개설되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런데 분양광고와는 달리 고가도로 구간에서 35m가 아닌 45m로 넓어져 아파트와의 거리가 15m로 가까워졌다. 이로 인해 고가도로의 보행자도로를 통해 오가는 행인들이 아파트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 심한 사생활침해 등을 받고, 또 도로의 차량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겪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L씨 등이 아파트 시행사인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인 울산지법 민사2단독 정상철 판사는 2008년 9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설령 원고들에게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생활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고가도로의 설치주체가 인근 거주자들인 원고들의 생활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설치주체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생활이익의 침해가 아파트의 신축과 분양이라는 피고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단지 위와 같은 사유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은 수분양자들로부터 분양권을 전매했으므로 피고가 분양계약자가 아닌 원고들에 대해서도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인 울산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서복현 부장판사)는 2009년 11월 "피고는 원고들에게 300~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분양회사는 아파트의 품질과 주변상황에 관해 따로 고지를 한 사실이 없는 이상, 분양하는 아파트에 관해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신의칙상 적어도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인한도 내의 사생활 등이 보장되는 아파트를 공급해야 할 분양계약상의 의무가 있다"며 "만일 이를 게을리 했다면 분양계약상의 불완전 이행 내지 부수적 의무위반으로 인해 분양계약을 체결했거나 분양계약상의 지위를 양수한 사람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수분양자로부터 수분양권을 매수한 후 수분양자명의변경을 거쳐 분양자로부터 직접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은 수분양자로부터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자신 명의로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아파트 수분양자로서는 분양안내서를 읽어보거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이외에 도시계획도상의 도로형태까지 살펴본 후 분양계약을 체결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는 고가도로의 개설에 관해 고지의무를 위반하는 바람에 분양계약을 체결해 통상적인 수인한도내의 사생활이 확보되지 않은 아파트의 수분양자들로부터 계약상 지위를 양수한 원고들이 입게 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들의 사생활 침해 정도 등과 원고들이 아파트 세부적인 부분까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수분양권을 양수한 과실 등을 참작해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분양권 전매자 L씨 등 3명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아파트 전면에 생활방해의 우려가 있는 고가도로가 설치될 예정인 사실은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됨에도 피고가 그 의무에 위배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또한 원고들이 수분양자로부터 분양계약상의 권리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면서 신의칙상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함께 양수한 것이라는 취지의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2.08 16:59ⓒ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분양권 전매자 #수분양권 #손해배상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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