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밀양-가덕도 모두 안 된다"

부산·경남 환경단체 "주남저수지·낙동강 하구에 직접 영향... 철새도래지 사라져"

등록 2011.02.09 14:09수정 2011.02.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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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영남권) 국제신공항 위치를 놓고 부산(가덕도)과 경남·경북·대구·울산(밀양 하남)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곳 모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와 주남저수지가 사라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경남지역 환경단체들은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도의 신공항 건설 추진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녹색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남해·마산창원진해·사천·진주·창녕·통영거제)은 9일 오후 2시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오는 3월경 정부가 동남권국제신공항 위치를 결정할 예정인데, 특히 두 지역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가 두 곳 모두 공항 위치로 부적합하다고 밝히고 나선 것. 환경단체들은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밀양 하남·부산 가덕도 모두 공항으로는 부적합

이들은 밀양 하남의 경우 비행고도를 유지하려면 20여 개의 산봉우리를 잘라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역의 지하수맥을 교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이와 더불어 밀양 하남읍·초동면과 김해시 생림면·한림면 등지에 거주하는 5700여 가구와 1만3000여 명은 소음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이곳은 4.2km~7km 인접한 곳에 주남저수지가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이 높고 월동하는 고니·재두루미 등의 멸종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주남저수지 철새들의 먹이 터인 창원 대산 들녘을 공항 배후단지로 개발하게 되면 철새서식지로서의 주남저수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들 단체는 동아시아~호주를 오가는 철새들의 이동경로이며 중간기착지인 낙동강이 인접한 곳이라 세계적 철새이동경로의 파괴로 국제적 환경 분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가덕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유수면이 매립되고 매립토 확보를 위해 욕지도의 모래를 채취하게 되면, 바다생태계는 파괴된다. 또 가덕도 예정지 북쪽에 위치한 낙동강하구가 공항의 활주로 방향이어서 생태계파괴가 심각하며 신호·명지 주거단지 등에 거주하는 부산시민 11만여 명이 소음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포스트 람사르 위해서는 신공항 안 돼"

a  동남권국제신공항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 부산발전연구원에서 2010년 4월에 낸 "가덕도 신공항개발계획"에 담긴 자료로,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남권국제신공항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 부산발전연구원에서 2010년 4월에 낸 "가덕도 신공항개발계획"에 담긴 자료로,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부산발전연구원


a  동남권국제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지역이다(위 사진). 부산발전연구원은 밀양 하남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무척산과 석용산 등의 산을 잘라 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동남권국제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지역이다(위 사진). 부산발전연구원은 밀양 하남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무척산과 석용산 등의 산을 잘라 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 부산발전연구원


환경단체들은 "일련의 사태로 볼 때 정부의 신공항건설추진은 분명히 잘못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반성하고 지방정부의 막무가내식 신공항 유치전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책사업에 대한 원칙 없는 정부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지방정부의 신공항건설 논쟁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신공항의 필요성이나 문제점에 대한 이성적 논의를 차단시키고, 무조건 해야 할 사업으로 각인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공항건설로 인한 환경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면서 "덕분에 2008년 람사르총회를 치른 국가라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허울뿐인 '포스트람사르'라고 하더라도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도 중에서 동남권신공항 건설 부지를 선택한다는 계획은 너무 잔혹하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들은 "2008년 람사르 총회장에서 세계의 습지보전인들 앞에 섰던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람사르 모범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었다"면서 "그런데 포스트람사르 3년 만에 람사르 총회가 개최된 경남의 대표적 습지인 주남저수지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하구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습지보전을 바라는 세계인들을 기만하는 것이며, 한국을 세계인들의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이라며 "밀양 하남, 부산 가덕도는 물론, 낙동강변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남권국제신공항 #밀양 하남평야 #부산 가덕도 #경남환경운동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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