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닷새째 장례 못 치러... 유족, 공장서 상복 시위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 하청업체 노동자 협착사

등록 2011.02.13 21:45수정 2011.02.13 21:45
0
원고료로 응원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하다 크레인에 끼어 사망했으나 닷새가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가운데, 유족들이 상복을 입고 회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요일인 1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공단 내 한국특수형강(주) 공장. 상복을 입은 유가족과 친인척 등 50여 명이 "사장은 양심도 없나", "우리 아빠 살려내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개죽음 만드느냐"며 구호를 외쳤다.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딸이 공장 안 크레인 밑에 앉아 있는 모습.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딸이 공장 안 크레인 밑에 앉아 있는 모습.윤성효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을 찾아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을 찾아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닷새 전인 지난 9일 산업재해로 사망한 김춘모(49)씨의 유가족들이다. 김씨는 이날 아침 9시20분경 크레인에 끼어 사망했다. 김씨는 한국특수형강(주)의 외주업체 소속으로 일해 왔다. 한국특수형강은 고철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업체다.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씨는 윤활유를 넣기 위해 크레인 위에 올라갔다가 협착된 것이다. 유가족들은 "3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하고, 윤활유를 넣을 때는 크레인이 작동을 멈추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2인이 작업을 했고, 크레인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한다"면서 "이번 사고는 원청업체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가족들은 김씨가 크레인에 끼인 지 두 시간이 지나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직원이 크레인에 협착된 것도 모르고 작업을 계속 했던 것"이라며 "2시간 뒤인 그날 11시30분경 원청업체 관계자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회사측에서 연락을 늦게 해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김씨는 공장 인근 한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사망한 뒤였고, 영안실은 창원병원에 마련됐다.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유족들이 상복을 입고 공장 안에서 농성하는 모습.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유족들이 상복을 입고 공장 안에서 농성하는 모습.윤성효

유가족들은 "회사로부터 고인이 산재사망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은 게 그날 낮 12시30분경이었다"면서 "공장 인근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어떻게 작업하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크레인을 계속 작동할 수 있나, 유가족한테 연락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유가족들은 "사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회사측에서는 사망경위가 무엇인지 누구 한 사람도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나흘 째 되던 날 원청업체 공장장이라는 사람이 왔더라"고 밝혔다.


고인은 부인과 딸(32)을 두고 있었다. 13일 유가족들은 원청업체의 태도에 불만을 보이며 공장에 찾아가 항의하고, 공장 정문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에 들어갔다. 고인의 딸은 이날 공장 안에 들어가 크레인 아래에서 상복을 입은 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특수형강 공장에는 '무재해기록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2010년 3월 13일부터 12월 15일 현재까지 '무재해'라고 되어 있었다. 그 이후 기록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재해기록판을 본 유족들은 "사람 죽여 놓여 무재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 정문에 천막을 설치한 모습.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 정문에 천막을 설치한 모습.윤성효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을 찾아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경남 함안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춘모씨가 산재사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유가족들이 공장을 찾아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유가족과 회사 측은 보상위로금 등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주) 관계자는 "고인은 부딪쳐 산재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보상에 대해 유족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어제부터 협상을 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재사고 뒤 유족한테 연락이 늦었던 것에 대해, 그는 "연락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산재사고 뒤 창원지방고용노동청은 하루 동안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함안경찰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검사 지휘를 받아 관련자들에 대해 입건조치할 예정이다.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국특수형강에서는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산재사망사고가 난 곳이다.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국특수형강에서는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산재사망사고가 난 곳이다.윤성효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한국특수형강의 무재해기록판.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한국특수형강의 무재해기록판.윤성효
#산재사망 #칠서공단 #한국특수형강 #함안경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