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향순대의 순대국은 우거지와 선지가 들어가 해장국처럼 시원하다.
박지호
북한 음식은 한국 음식에 비해 덜 자극적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덜 맵고 덜 짜다는 말인데, 김씨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이어서 처음에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긴 북한은 남한에 비해 젓갈을 적게 쓴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젓갈과 고춧가루,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한국 김치와 달리 유향순대의 김치는 훨씬 말갛고 담백하다.
음식 재료의 명칭도 남북이 많이 달랐다. 김씨는 북한에는 '찌개'란 말이 없다고 했다. 된장찌개도 장국이라고 하고 생선 매운탕도 그냥 생선국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누룽지를 북한에선 가마치라고 하고, 주스도 과일단물이다. 설탕은 당가루고, 양파는 동글파라고 부른다. 한국에선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의식주'라고 말하지만 북한에서는 '식의주'라고 표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 탈북'(가족 전체가 함께 탈북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씨는 "자녀 교육 문제로 미국을 찾는 새터민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새터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해지는 한국 사회를 떠나고 싶은데다, 자녀들마저 한국 교육 과정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니 차라리 미국 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교과 과정이 다른 학과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코리안드림에 실망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찾았지만 힘들긴 마찬가지. 기술도, 지위도, 인맥도 없는 건 한국이나 다름없고, 오히려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체류 신분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가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