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 독서의 비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서평]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등록 2011.02.23 15:29수정 2011.02.24 09:19
0
원고료로 응원
a

책표지 리딩으로 리드하라 ⓒ 문학동네

"이제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도 두뇌와 삶에 어떤 변화도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당신의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머리가 비상해지고 삶의 지혜가 쌓이는 게 아니라 두 눈의 총기를 잃고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예전에 이걸 알았더라면 할 때가 있다. 눈과 마음과 지혜가 어두워 알지 못했던 것들...이 책 또한 그랬다. 한편에서는 우매한 백성을 만든 국가 윗대가리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이 속에서 밀고 올라오기도 했다. 예전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자각과 쓰라림, 참 씁쓸한 것이다.


저자는 인문고전독서야말로 잘못된 교육방식에서 구해낼 수 있고 또 그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뛰어난 천재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강조함을 물론이거니와 인문고전독서로 인해 변화된 국가와 가문과 개인들을 고대, 근대, 현대 사회 속 인물들의 수많은 예를 들어 증명한다. 아울러 저자 자신의 인문고전 독서의 동기와 그 체험결과까지도 함께 엮고 있다. 인문고전독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도 물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인문고전 독서의 비밀, 왜 그들은 숨겼나? 둘째, 인문고전독서를 한 나라와 개인, 어떻게 변했을까? 셋째,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등이다.

인문고전 독서의 비밀, 왜 그들은 숨겼나?

왜 세상을 지배해온 사람들은 인문고전독서의 중요성을 숨겨온 것일까.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그런데 21세기 지구의 대표적인 피지배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진국들은 인문고전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명문사립 중고교의 인문고전 독서 열기는 과히 놀라울 정도란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소화하고 도서관에서 플라톤의 <국가>를 주제로 집필한 모든 책을 찾아 읽고, 플라톤의 <국가>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미국대학의 인문고전독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단다. 예를 들면 '세인트존스대학은 4년 내내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p30)란다.


저자는 <부자교육 가난한 교육>이라는 책을 소개한다. 황용길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가 쓴 이 책에는 미국 부자계급의 교육이 빈자계급의 교육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와 우리나라가 사실상 미국 빈자계급의 교육을 따라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는 것. 책에서 '고급 지식교육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아이들에게나 적당하다. 은행가(부자)의 자식과 광부(빈자)의 자식이 필요로 하는 교육은 종류가 다르다"라고 쓰고 있다.

끔찍하지만 실제로 이들이(진화론과 우생학을 신봉한 철저한 인종차별론자요 우리나라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교육평가론의 창시자 손다이크과 그의 추종자 매디슨 그랜트 등)실제로 빈자계급에 실시할 목적으로 만들어 오늘날 미국 공립학교에서 시행중인 교육과정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또 미국 빈자계급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립자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미국의 엘리트주의자들의 숨은 의도를 고발하며 그것을 분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빈민들의 훌륭한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강령들을 보면 미국의 엘리트주의는 그리스인의 노예관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엘리트주의자들의 충고 때문에 빈민들은 인문학을 공부할 기회를 차단당하고 그 결과 정치적 삶에 이룰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인 길을 봉쇄당한 것이다."(p34)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은 책의 수준과 같다'고. 그것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수두뇌와 우수하지 못한 집단(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인문고전을 접하지 못하도록 하위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그들을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나라에 들어 온 미국의 교육과정이 리더의 두뇌를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문고전 중심의 사립학교 교육과정이 아닌 공장의 부품 같은 두뇌를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립학교 교육과정"(36p)라면, 정말 분노할 일이 아닌가. 과연 이대로 좋은가.

인문고전 독서를 한 국가와 가문, 개인은 어떻게 변했나?

동양의 정치, 문화, 예술 등이 고대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서양의 그것은 고대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 중국과 고대 그리스의 공통점은 2,000년 이상 살아남은, 아니 지금도 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학, 역사, 철학고전을 배출한 국가라는 것, 또 당시에 세계 초강국이었다는 점이다. 역사 속의 초강대국들이 쉬쉬해 온 비장의 무기는 바로 고전인문독서였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스파르타는 보기와 다르게 육체만이 아니라 오히려 체육보다 철학을 더 사랑했다는 것, 고대 그리스를 이은 로마도 마찬가지. 로마의 지배층은 서재를 인문고전으로 가득 채웠고 그것을 뜨겁게 사랑했다. 유럽은 300년이 넘도록 아랍의 지배를 받았지만 그리스고전의 세계와 접촉하면서 미개했던 유럽을 바꿔놓았다. 피렌체를 통치한 메디치가문의 비밀 또한 인문고전독서교육에 있었고 영국, 프랑스 이 두 국가의 인문고전 독서 전통은 유명하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 또한 인문고전 독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문고전 독서로 달라진 삶, 그들은 누구일까. 카를비테, 레오 위너, 태프트 대학교수 벌, 장한나, 연암 박지원, 아이작 뉴턴, 윈스턴 처칠, 토머스 에디슨...등등 수많은 인물을 저자는 소개한다.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문독서, 1,000년~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실컷 먹이라 강조한다.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현 교육은 주입식교육의 틀에 매여 있다. '왜?'라는 질문이 없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교육을 시키고도 지적으로 무능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우리나라 현 교육이다. 저자는 먼저 물음표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담까지 포함해서 행복한 천재를 만드는 인문고전독서교육이 절실하다고 피력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부의 90퍼센트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퍼센트가 소유했다.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퍼센트는 왕과 귀족이었다. 과거의 부자와 현대의 부자들의 공통점, 그것은 인문고전 독서가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다. 알렉산더 대왕과 세종대왕,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 역시 인문고저독서의 열광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알렉산더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교육받았다. 세종과 정조 이들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병을 얻을까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인문고전독서에 광적으로 몰입했다. 국가경영 능력 역시 인문고전 독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세계최고의 경영인들과 정치가 등등 인문고전 독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인문고전을 읽으면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하고 그동안 억눌려왔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또한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처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23p)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고전,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라고. 개인 가문,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인문고전 독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돈 없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100만 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해외로 독서여행을 떠나고, 새벽마다 조찬 특강을 듣는 CEO들보다 더 열심히 인문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P183)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인문고전 독서를 게을리 해왔다고 한다면 조금씩이라도 인문고전 독서에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 같다. 그 유익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서의 최종목적은 깨달음이다. 다섯 수레가 넘는 책을 읽었다 한들, 거기서 깨달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천재들은 반복독서-필사-사색'으로 치열하게 독서했지만 그것은 깨달음을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문고전 독서를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혹은 우리 자녀를, 한 가문을, 그리고 한 국가를 성장시키고 우뚝 세울까. 인문고전 독서에서 길을 찾는 이 책에 귀를 기울여보라. 취할 것과 버릴 것, 그건 당신 몫이다.

덧붙이는 글 |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
저자>: 이지성
출판:문학동네
값:15,000원


덧붙이는 글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
저자>: 이지성
출판:문학동네
값:15,000원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문학동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2. 2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3. 3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4. 4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5. 5 요즘 6070의 휴가법은 이렇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