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오늘 내가 방콕하는 줄 알겁니다"

군 단위 지역을 전국 유명 자치단체로 만든 어느 3선 군수의 이야기

등록 2011.02.26 18:44수정 2011.02.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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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춘천 역앞 농산물 판매장에서 소지시를 굽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춘천 역앞 농산물 판매장에서 소지시를 굽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 신광태


봄빛이 유난히 따뜻한 26일, 춘천 역에 설치된 지역농산물 판매코너 중 화천 농특산물 판매장이란 푯말이 붙은 곳에 유독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이곳 매장안 한 모퉁이에서 소시지를 열심히 굽고 있는 머리가 허연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한동안 보고 있어도 아무도 소시지를 사려는 사람도 없는데,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무료시식을 권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합니다.

"비서는 오늘 내가 방콕하는 줄 알겁니다"

a  감성마을 촌장 이외수씨를 찾아 군정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감성마을 촌장 이외수씨를 찾아 군정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 신광태


그가 화천군의 수장인 정갑철씨 입니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 사람들도 가정이 있고 주말 계획이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비서가 오늘 계획을 묻기에 방콕(하루 종일 집에서 쉴 계획)할 거니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말하고 개인 자가용을 가지고 이곳으로 나왔답니다.

"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해 금년에 산천어축제를 전격 취소했더니, 축제장내에서 판매를 위해 1년 동안 준비해온 농산물 판매가 난리가 난 겁니다"

그래서 각급 단체, 기관 등지에 구매를 호소하고, 대도시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춘천역에 농산물 판매장을 설치했는데, 전체 판매액이 5억4천만 원 중 이곳(춘천 역 판매장)에서 판매된 금액이 1억4천8백만원이다.


오는 2월28일까지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날이 아니면 관광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나왔다는 그는 본인이 화천군수라는 소개를 극구 사양합니다.

'그런데 왜 소시지를 팔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것을 마치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축제가 취소되면서 남아 있는 산천어 87톤 중 60톤 정도는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 시식코너를 해 보는데 잘 안 드시네요" 하면서 웃음을 보입니다.


공무원이 품위유지를 하지 않는 것도 죄?

a  행사장으로 향하는 정갑철씨. 자전거는 그에게 주민들과의 소통수단이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정갑철씨. 자전거는 그에게 주민들과의 소통수단이었다. ⓒ 신광태


특별한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면 그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장거리를 가야 할 경우에만 개인 자가용을 타고 행사에 참석을 합니다. 그러니 비서나 운전기사가 쓸데없이 휴일에 출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행사 30분전에 미리 참석하는 이유도 공공용 차량을 이용하는 각급 기관장들이 머쓱해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거 재선을 노리는 생쇼 아니냐!' 3선인 그가 초선 군수로 당선되기 전부터 이처럼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말들을 참 많이 했습니다. "3선이면 끝(다음에 출마할 일도 없는데)인데 그만 하시죠. 연세도 있으신데..." 보다못한 어느 주민의 말에 "팔자인가 봅니다" 라는 말로 넘깁니다.

"공무원 품위 유지라는 것도 있는데, 군수가 잠바와 운동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품위유지 위반죄에 해당 하는 것 아닌가요?" 공공용차량을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일부 기관.단체장들의 비아냥입니다.

산천어축제,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라고 하고 돈을 받는 사기를 쳤다

a  천국 최초로 축제장에서 사용된 상품권, 3천원,5천원,1만원권이 있다

천국 최초로 축제장에서 사용된 상품권, 3천원,5천원,1만원권이 있다 ⓒ 신광태

"산천어 축제를 아껴 주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루어낚시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산천어축제를 취소하고 농민들이나 지역상인들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을 좀 했더니 머리가 좀 심하게 희었다는 그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전국 루어낚시 행사(3월5일~3월20일)를 열기로 했습니다.

입장료 1만6천원을 받고 5천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줘 관광객들의 지역 소비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이 상품권 제도는 그가 전국 최초로 축제장에서 시도해 지금은 전국의 많은 축제장에서 활용을 할 정도로 활성화된 제도입니다.

2004년, "산천어축제장의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다" 라는 발표를 하고 관광객들로부터 일정금액의 입장료를 받고 그 금액에 해당하는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줬습니다. 이 상품권이'화천사랑 상품권' 으로 화천에서만 현금처럼 유통되는 것이었기에 집으로(타지역) 가져가면 휴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화천에서 소비를 해야 합니다. 어느 관광객의 말처럼 '과히 기분 나쁘지 않은 사기를 당한 겁니다'

단체장들은 당선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a 수기초심 시종불변(守基初心 始終不變) 곡운구곡 김수증 선생의 13대 후손인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서 받은 글이 그의 좌우명이 되었다.

수기초심 시종불변(守基初心 始終不變) 곡운구곡 김수증 선생의 13대 후손인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서 받은 글이 그의 좌우명이 되었다. ⓒ 신광태


말단직원이 결재판을 내 밀고 어떤 계획서에 대한 사업 취지와 추진방향을 설명할 때 그는 끝까지 경청을 합니다. 이미 그가 과장을 통한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서이지만, 설명 중 '이미 알고 있다'고 말을 끊으면 이 직원이 무안해 할지 몰라서 입니다.

설명을 다 듣고 "이런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주사님 생각은 어때요?" 라는 질문에 직원은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업무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당신이 군수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소신껏 추진하세요."

이 말 한마디에 그 직원은 신이 납니다. 그러니 업무에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그는 2009년 모 일간지에서'일 잘하는 전국 자치단체장 상호평가'에서 5위를 차지하고,'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 5인방'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a 정갑철화천군수 그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 5인방에 선정 되기도 했다.

정갑철화천군수 그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 5인방에 선정 되기도 했다. ⓒ 신광태


최근 자치단체장들의 자질 문제, 독단적인 업무처리, 공무원들을 무시하는 행태 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 자치단체장들이 출마당시 초심은 그렇지 않았겠지요. 국민(시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를 버리고 그들과 함께  정책을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단체장들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닌가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신광태 기자는 화천군청 홍보담당 직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신광태 기자는 화천군청 홍보담당 직원입니다.
#화천군수 #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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