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난 '공짜밥' 먹는데 왜 오빠는 돈 내?"

[현장] 초등 5·6학년 학부모들 서울시청 앞에서 무상급식 촉구

등록 2011.03.09 15:50수정 2011.03.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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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서울시지부,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본부 소속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를 비판하며 서울지역 5·6년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서울시지부,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본부 소속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를 비판하며 서울지역 5·6년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서울시지부,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본부 소속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를 비판하며 서울지역 5·6년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얼마 전 급식 통지서를 보면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왜 나는 공짠데 오빠는 돈 내야 해?'라고 묻더라. 같은 학교인데도 5, 6학년은 (무상급식을) 못 받고 1~4학년만 받으니까 아이들이 의아해한다."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학부모 김동현(40)씨의 말이다. 초등학교 2학년, 6학년 두 자녀가 있는 김씨는 "딸아이의 질문에 '나라에서 돈이 부족해서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곧 5, 6학년도 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제가 거짓말하는 아빠가 안 되도록 해달라"며 초등학교 5, 6학년의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했다.

 

학부모들 "지금이라도 5, 6학년까지 무상급식 해달라"

 

9일, 김씨와 함께 서울시청 앞에 모인 20여 명의 학부모들의 바람도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플래카드도, 앰프도, 기자회견문도 없는 기자회견에서 이들 학부모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는 다산플라자를 향해 "오세훈 시장님, 5, 6학년도 부탁해요"를 외쳤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만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는 은평구의 한 학부모는 "통지서를 받고, 작년 생각하면 이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년에도 이렇게 1~4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아무도 혜택을 못 받겠구나 라는 나름의 손익계산을 해봤다"며 "아이들이 더 이상 먹는 것 가지고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강서구의 한 학부모는 "나도 혜택 받는 학부모가 되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5, 6학년까지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악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하루 3000원, 한 달 6만 원의 급식비가 오세훈 시장에게는 별 거 아닐지 모르지만, 아이가 하나면 몰라도 두세 명이 있으면 월 100만~200만 원씩 버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가 있어도 무상급식 혜택을 못 받는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3구라 불리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중랑구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들 4개구에서는 교육청 예산만으로 1~3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이에 지난 4일 중랑구 학부모·시민단체는 '무상급식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중랑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무상급식 혜택을 못 받는 5~6학년을 '오세훈 학년'이라고 부른다는데, 중랑구에서는 4학년을 '문병권(중랑구청장) 학년'이라고 부른다"며 "중랑구처럼 서민이 많은 동네가 강남 3구와 똑같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 부끄럽다"고 성토했다.

 

이에 장은숙 참교육 학부모회 회장은 "여기 나온 학부모들은 일부일 뿐"이라며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잘못된 판단을 학부모들은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03.09 15:50ⓒ 2011 OhmyNews
#무상급식 #오세훈 학년 #문병권 학년 #친환경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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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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