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오동섭한국 호랑이를 그리고 있는 오동섭씨
강형구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난 오동섭씨는 어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생활고로 늘 허덕여야 했던 것이다. 광주로 와서 문인화 산수화 등을 배웠다. 어려 개나 소, 말, 닭 등을 잘 그렸던 오동섭씨는 강하고 아름다운 호랑이를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호랑이 그림을 가르쳐 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변변한 책도 없었다. 스승을 찾아 호랑이 그림을 배워보고도 싶었으나 아무도 제자로 받아주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독학으로 호랑이를 그려야만 했다.
오동섭씨는 이왕 호랑이 그림을 그리려면 뼈나 근육 등 모든 기관을 해부학적으로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초적인 그림공부를 했다. 실경산수화를 공부하면서 호랑이 그림공부를 하면서 보니 조선시대의 강세황이나 운보 김기창, 남농 허건 같은 화가들이 호랑이 그림을 어쩌다 한 점씩 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깊은 의문에 빠진 오동섭씨는 실재로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하여 광주 우치동물원, 대전동물원, 과천동물원 등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다니게 된다. 심지어 과천동물원에서는 근접하여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해 1년 6개월 가량 하숙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