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섭다... 여진에 밤새 배멀미하는 기분
한 마을 궤멸되기도... 얼마나 죽었는지 몰라"

[전화 인터뷰] 박철현 통신원 "도쿄 시내, 혼란스럽지만 평온"

등록 2011.03.12 10:26수정 2011.03.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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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강진이 발생한 일본 도쿄에서 할머니들이 지진을 피해 담요를 덮어쓰고 길가에 앉아 있다.
11일 오후 강진이 발생한 일본 도쿄에서 할머니들이 지진을 피해 담요를 덮어쓰고 길가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전 센다이시내에서 한 시민이 지진으로 파괴된 논을 어안이 벙벙한 듯 바라보고 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전 센다이시내에서 한 시민이 지진으로 파괴된 논을 어안이 벙벙한 듯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무섭다. 밤새도록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배멀미하는 기분이다."

도쿄 우에노 지역에 거주하는 박철현 <오마이뉴스> 통신원은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일하는 가게에 한 달 전 불이나 겨우 복구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다시 엉망이 됐다.

어제 잠깐 통화한 뒤 먹통이 된 휴대전화가 오늘 오전 다시 연결됐다. 박 통신원은 "지진은 이제 시작돼 앞으로 며칠 더 갈 것 같다"면서도 "사상 초유의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도쿄 시내는 대체로 평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 통신원과의 일문일답.

- 어젯밤 어떻게 보냈나.
"새벽에 세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것은 어제 도호쿠 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여진이 아니라 새로운 지진이다. 세 곳에서 각각 여진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 도쿄 인근에서 일어난 지진이라서 도쿄는 그 사이에 끼어 계속 흔들리는 것이다."

- 현재 도쿄 시내 분위기는 어떤가.
"평소 지진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해 와서 그런지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다. 전철이 운행을 중단해 밤에 귀가 못한 사람이 많다. 어제 새벽 1시경 버스정류장에서 수백 명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그중 한 아주머니는 저녁 6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 식료품 사재기 같은 혼란은 없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그런 건 일절 없다. 혼란스럽지만 모두 웃으면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 진원지인 센다이 지역에서 큰 인명피해가 알려지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 집에 못 간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나 같이 회사 숙소에서 자거나 정부에서 마련한 대피장소에서 자기도 했다. 어젯밤 거리에서 '집에 못 간 사람은 우에노 공원 도쿄문화회관에 있는 긴급숙박장소로 모여라'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 일본으로의 전화가 잘 안 되는데.
"어제 오후 내내 안되다가 밤부터 터지고 있다. 지진피해에 통화폭주가 원인인 듯하다. 지진 진앙인 도호쿠 지역은 기지국 자체가 쓰나미에 쓸려나가 통화가 안된다. 아는 사람 소식이 궁금해 전화를 해봐도 통신두절이다."


- 현재 시내 교통상황은 어떤가.
"도쿄는 전철의 도시인데 전철이 막히니까 버스나 택시가 많이 다니고 사람들이 승용차를 끌고 나와 도로가 많이 막혔다. 다행히 지하철과 버스가 오늘 아침 7시부터 운행을 재개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 NHK 방송은 현재 사망·실종자가 1천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현재 집계는 그럴지라도 앞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해일과 수몰이 일어난 곳은 현재 구조대를 포함해 아무도 못 들어가지 않나. 얼마나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 마을 전체가 궤멸했다는 보도도 있다. 지금도 일본 전역의 해안은 쓰나미경보가 내려져 있다. 언제 또 해일이 올지 모른다."

- 이번 지진이 150년 만에 온다는 공포의 '도카이 지진'이라는 말이 있던데.
"차라리 그거였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후 더 큰 지진이 온다는 거 아닌가. 두렵다."
#일본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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