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9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한 일본의 동북부 해안과 인접한 이와테현에서 12일 오전 어린 아이를 업은 한 여성이 쓰나미로 인해 잔해와 진흙이 가득찬 곳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인들의 침착함, 놀라움 넘어 감동까지14일, 지진 발생 후 3일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상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재난을 넘어 재앙에 가깝다. 절망감이 몰려온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들은 침착하고 담담하고 냉정하기까지 하다.
피해 주민들이 하나 둘 피난소인 학교 체육관에 모여드는 광경이 텔레비젼을 통해 비쳤다. 그러나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사람도 없고, 우왕좌왕 헤매는 사람도 없고, 큰 소리로 하소연하거나 따지는 사람도 없다.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했을 뿐 집, 재산, 가족, 고향, 모든 것을 잃었을 사람들인데 조용하고 질서정연하다.
또 다른 곳, 도쿄 도심에 갖힌 '귀가 곤란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귀가 수단이 차단되어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할 사람들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하다. 오지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끝없이 가지런한 행렬은 오히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약탈도 없으며, 양보, 배려, 자숙과 같은 미덕이 넘쳐난다. 각국 언론들도 일본인들의 이런 침착한 태도에 감탄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인들의 침착하고 냉정한 재난 대응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지난 10여 년간 크고 작은 지진과 태풍 피해 등이 있을 때마다 줄곧 품었던 의문이었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 확고... 더 심한 피해 입은 사람 먼저 배려친한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본정부가 현재 신뢰를 상당히 잃긴 했지만, 재난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가 기저에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다. 재난 시뮬레이션을 국민들이 숙지하고 있는 편이므로 어떤 식으로 지원이 될지 대충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울부짖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피난소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가족과 재산을 잃은 피해자들이다. 나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한다. 울부짖고 큰 소리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기때문에 하지 않는다.
셋째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서 출신의 지인은 관동 지방사람들의 특성이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므로 더 조용하게 비칠 수 있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 언어는 절제하고 태도는 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