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에서 가장 사람답지 못한 짓이..."

[현장]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들 '생활임금' 요구하며 2차 파업 돌입

등록 2011.03.15 20:22수정 2011.03.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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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바라보시고 줄을 서주세요. 뒤로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앞에는 학생들이 설 거예요. 뒤로 가지 마시고."

 

15일 오전 10시 30분경 이화여대 정문. 붉은 몸자보를 입은 150여 명의 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공공서비스노조 활동가의 지시에 따라 줄을 섰다. 지난 8일 총파업에 이은 두 번째 파업이지만 기자회견 앞자리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날(14일) 오전에도 이들은 '부분파업'을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비정규직철폐, 투쟁! 결사, 투쟁!"을 외치는 목소리에는 이제 제법 힘이 들어가 있었다.

 

a  15일 이대 정문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이대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15일 이대 정문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이대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홍현진

15일 이대 정문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이대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홍현진

오전 10시 40분경. 채플을 끝낸 학생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대오의 뒤에 서 있던 이대 청소노동자들은 유인물을 들고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밝은 표정으로 유인물을 받아 드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후 파란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이대 청소노동자들 옆에 섰다. 이들의 손에는 "연세대, 고대, 이대 노동자 함께 투쟁합니다, 학생들도 많이 지지해 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생활임금 보장' 놓고 용역업체와 갈등

 

a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청소노동자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청소노동자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홍현진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청소노동자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홍현진

지난 10월,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 소속 고려대·고려대 병원·연세대·이화여대 분회는 용역업체들과 집단교섭에 들어가 무려 12번의 협상을 벌였다.

 

이후 지난 7일 최종 조정회의까지 결렬되자 3개 대학 86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난 8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파업 결의대회에서 "우리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무기한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파업 이후 진행된 13차 협상에서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었다.

 

장성기 공공노조 서경지부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2차 교섭 이후 열린 최종 조정회의 당시 일부 업체는 4450원을, 일부는 그보다 높은 4600원을 비공식적으로 제시했으나, 지난 8일 파업 이후 13차 교섭에서는 오히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상은 못 준다'며 용역업체가 교섭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이는 물론 용역업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학교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려고 업체선정 시 최저가 낙찰을 하고, 용역업체들은 일단 (용역을) 따고 보자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나서서 저임금 구조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3개 대학 분회는 14번째 협상에 들어갔다. 장 사무국장은 "오늘 협상 결과에 따라 추후 파업 계획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a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경비 노동자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경비 노동자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15일 2차 파업에 돌입한 이대 경비 노동자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현재 사측과의 협상에서 가장 크게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생활임금 보장'이다.

 

이대 경비노동자 신채우(65)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물가가 얼마나 올랐나"라며 "최저임금으로는 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432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할 경우 이들이 한 달에 받게 되는 임금은 9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생활임금 5180원을 받을 경우, 한 달 임금은 108만 원 정도 된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연대 청소노동자는 학교 측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저는 말을 잘 못해요"라며 할 말을 쪽지에 써들고 나온 이 여성노동자는 "생활임금 보장, 휴게시설 개선 등 학교가 우리에게 직접 해줘야 할 일을 못해줘서 여기에 나와 있다"며 "우리가 이렇게 투쟁을 해도 학교에서는 입을 안 벌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노동자는 "우리 투쟁이 하루, 이틀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학생들과 협조해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개 대학 총학 "청소노동자들만의 싸움 아닌 우리의 싸움"

 

a  15일 이대 정문에서 열린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지 기자회견에서 3개 학교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이대 정문에서 열린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지 기자회견에서 3개 학교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홍현진

15일 이대 정문에서 열린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지 기자회견에서 3개 학교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홍현진

 

현재 3개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는 높은 편이다. 고대 1만 7600명, 연대 1만 3200명, 이대 1만여 명 등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3개 대학 대표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학교 측의 태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조우리 고대 총학생회장은 "고대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 원에 육박하고, 민자 기숙사비는 한 학기 300만 원인데 청소노동자 한 분의 연봉은 1000만 원이 안 된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1억 정도의 돈이 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고대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이슬 이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지지여론이 컸기 때문에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파업 이후 이대는 더 간사한 안을 내놓고 있다"며 "대학이라는 곳은 가장 사람다운 곳이어야 하는데 이대에서는 가장 사람답지 못한 것이 행해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든 김창민 연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연세인들이 함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교수님들까지 수업시간에 서명에 동참한 결과 3~4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며 "이 싸움은 청소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싸움이기 때문에 우리의 싸움은 승리할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 학교의 학생지원대책위원회 학생들은 대학 당국에 맞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하며,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본분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2011.03.15 20:22ⓒ 2011 OhmyNews
#청소노동자 #이대 청소노동자 #연대 청소노동자 #고대 청소노동자 #공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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