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보도 실망스럽다...북한에 'R2P' 적용?

등록 2011.03.21 18:27수정 2011.03.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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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1일자

<경향신문> 21일자 ⓒ 경향신문


<경향신문> 보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서방측 국가들의 리비아 폭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동원된 '국민 보호의 의무(Responsibility to protect: R2P)'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요지로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경향은 21일자 2면 톱으로 <'범죄정권 및 국민 보호' 명분 앞세운 새로운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고 '북한· 버마 등 다른 독재국에도 적용 소지'를 부제로 달았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내전 개입을 "신개념의 명분에 입각한 전쟁 참여라는 점에서 국제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유엔의 이번 조치로 자국민 보호에 실패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개입은 더욱 적극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북한과 미얀마 등 세습 독재와 군사통치로 국민들을 탄압하는 국가에 대한 비난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여 R2P의 개념을 확대적용했다.

기사에서도 정의된 R2P의 원칙은 "자국 국민을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적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들에 국제사회가 유엔을 통해 집단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까?

기사는 마지막에 "북한에 지원된 식량을 군수용으로 전환하거나 분배 모니터링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그 이유로 "R2P의 개념을 확대 해석하면 굶주림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식량과 인도적 물자를 지원하는 것을 막는 행위도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근거로 이렇게 결론을 내린걸까? 북한에서 식량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게 아닌 이상 국내 생산 식량은 군수용으로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식량이 부족한 것은 상식이다.

미국 등이 리비아 공격하는 이유, 국익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리비아 동부 도시인 벵가지 외곽 인접 도로에서 버스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 버스가 누구의 공격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각) 리비아 동부 도시인 벵가지 외곽 인접 도로에서 버스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 버스가 누구의 공격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AP=연합뉴스


R2P라는 것도 서방측 강대국 중심의 사고다. R2P의 정의를 이렇게 시작하면 어떻겠는가? "자국 국민이나 타국 국민을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적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이 해당되지 않을까? 당연히 해당하고도 남는다. 이 세 나라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만행만 해도 엄청나다.

고려해야 할 비교대상이 또 있다. 이번 개입도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것인 바, 적어도 미국은 외교관계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다. 자국민을 집단학살하는 범죄정권이라도 친미정권은 문제를 삼지 않았다.


미국의 지성 촘스키(Noam Chomsky)는 수많은 사례들을 적시하며 미국을 '불량국가'로 규정하였다. "미국은 국제법에 의해 구속받지 않으며...워싱턴은 불량국가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WTO의 모든 규정을 무시할 것임을 명백히 해 왔다"는 것이다.(<불량국가-미국의 세계지배와 힘의 논리>, 두레, 2001, 8~9쪽)

경향은 해당 기사에서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무력 개입으로 45일 만에 이라크의 항복을 받아낸 사실을 사례로 언급했다. 그 이라크의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사용해서 쿠르드족을 학살할 때 미국은 후세인을 두둔했었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고 전 세계가 비난하는 가운데 레이건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지원을 확대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는 악수를 저지르자 미국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었다. 그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동맹운동의 리더였던 인도네시아에 쿠데타가 일어나 1965년 수하르토가 집권을 하자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우방이 되었다. 그 수하르토는 R2P의 배경이 되었던 르완다식의 학살을 자행한 바 있다. 1975년 2월 유엔 안보리는 인도네시아군의 동티모르 철군을 결의했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무기 공수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미국 등이 리비아를 공격하는 궁극적 이유는 국가이익이다.

다국적군이 북한을 폭격한다고 가정해보자. 남한은 안전할까?
#리비아 #R2P #북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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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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