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아쿠아월드에는 '비상구'가 없다

입구→출구까지 640m, 화재에 '무방비'...남부소방서 "비상유도등 부착"

등록 2011.03.29 10:53수정 2011.03.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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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쿠아월드 전경 ⓒ 송인웅

대전 아쿠아월드 전경 ⓒ 송인웅

 

'대전 아쿠아월드'가 관람객들의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아쿠아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동굴형' 수족관을 자랑하지만, 동굴내부에서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비상구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법에 따르면 비상구란 "주 출입구 외에 화재발생 등 비상시 영업장 내부로부터 지상, 옥상 또는 그 밖의 안전한 곳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건축법에 따른 직통계단, 피난계단, 옥외계단 또는 발코니에 연결된 출입구"를 말한다.

 

현행법에서 '비상구' 설치는 '다중이용업소'에 적용된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다중이용업'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발생 시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영업을 말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대전 아쿠아월드'처럼 수족관을 설치하여 불특정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은 '다중이용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전 아쿠아월드'는 실제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이지만, 종류에는 표시되지 않아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더구나 소방방재청관계자는 "동굴은 건축물이 아니므로 소방안전시설설치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입구와 출구가 같은 U자 형태 동굴, 아쿠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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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쿠아월드 내부의 모습 ⓒ 송인웅

대전아쿠아월드 내부의 모습 ⓒ 송인웅

 

지난 1972년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화재로 51명이 사망했다. 또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로 192명이 사망했다. 이들 사고 외에도 밀폐된 공간내부에서 발생한 참사는 많이 있다.

 

이처럼 밀폐된 공간내부에서 난 화재가 대형 참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입구와 출구가 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의 입·출구 외에 비상구(비상출구나 피난통로)가 별도로 있어야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대전 아쿠아월드는 입구와 출구가 한 방향에 있다(U자 형태 동굴).

 

특히 터널은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사고가 났을 때 가시 거리가 감소되고 유독가스가 확산되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더구나 '대전 아쿠아월드' 측에 따르면 이곳의 일일 관람적정인원은 약 1만 명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를 관람시간으로 볼 때, 한 시간당 평균 1100여 명이 그곳에 있을 수도 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동법 시행령' 또는 '도로터널 방지 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일정규모 이상의 터널에는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활동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피난설비 및 피난연결로가 필수다. 그러나 대전 아쿠아월드와 같은 '동굴'의 경우, 이를 규정할 안전기준이 없다.

 

밀폐된 공간인 동굴에 불가피한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피난안내도와 비상구관리만 잘 되어있다면 고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비상구는 단순히 주출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형식적인 출구가 아니다. 밀폐된 공간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대비하여 인명대피용으로 설치한 '생명의 문'이다.

 

동굴 입구부터 출구까지 총 동선은 640m

 

그런데 '대전 아쿠아월드'가 자랑하는 '동굴형'수족관에는 입·출구 외에 다른 비상구(피난통로)가 없다. '동굴형' 수족관이 보문산 대사지구 내 옛 충무시설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보문산 충무시설은 전시상황에 대비한 지하벙커로 원래는 자연동굴이었다. 원래 동굴아래에 물이 흐르고 그 위에서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노를 저어 들어가면 돌부처가 중앙에 있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그러다 1976년 군사보호시설로 개조해 충청남도간부와 직원들, 향토사단 병력 등이 전시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 훈련을 벌이는 등 '충무시설'로 사용하며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해 왔다. 이를 대전 중구청이 2010년 보문산 관광개발을 위해 충청남도로부터 매입하여 '대전 아쿠아월드'에 임대해주었다. 동굴은 'U자' 형태로 동굴면적이 약 3197㎡에 달하며 내부에는 약 240m의 지하통로가 나 있다.

 

'대전 아쿠아월드'는 이 동굴을 '한국관'부터 '거북이관'까지 12개의 각종 수족관을 관람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었다. 지하 동굴 입구부터 출구까지는 총 640m고, 동굴 입구 쪽에 별도로 마련된 '아쿠아리움'에 있는 '고대어관'과 '토니나관'까지 포함해 총 동선을 계산하면 900m나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제기된다. '충무시설'로 있었을 경우는 잠시 동안의 훈련이나, 전시에 대비한 공간 또는 문서보관 등의 장소로 사용되어 비상구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대전 아쿠아월드'의 경우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비상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니 비상구시설이 안 되어 있으면 '안전'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동굴 중앙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최단거리로 측정해도 출구까지 100여m 이상이 된다.

 

대표적 밀폐 공간인 극장이나 터널, 지하도의 경우는 소방법에 '특정소방대상물'로 정해졌거나 '국제화재안전기준'상에 합당한 안전기준이 있다. 그러나 극장이나 터널, 지하도보다 안전기준이 더 엄격해야 할 '동굴'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기준은 없다. '동굴'에 '대전 아쿠아월드'와 같은 관람시설이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대전 아쿠아월드'는 동 수족관을 '문화 및 집회시설'로 건축허가를 득했고 소방관서에서는 거기에 맞는 적합한 시설이 돼 있는지를 확인한 후 허가했다. 물론 이곳엔 살수기, 환기 등 배기시설, 비상구 표시등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비상구 표시등은 소방법상의 비상구 표시등이 아니다. 사고 발생 시 출입구위치를 찾도록 표시한 피난유도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장에 게시된 피난 안내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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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안내도 ⓒ 송인웅

피난안내도 ⓒ 송인웅

 

아쿠아월드 "안내원 배치해 혼잡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쿠아월드를 담당하는 남부소방서 한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허가관서가 아니기에 무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입구, 출구가 각각 있기 때문에 가장 빨리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코스를 비상구로 판단해 비상구 표시(유도)등을 부착했다"며 "관람 공간이 길고 해서 문화 및 집회시설기준에는 없는 피난유도선과 공기호흡기, 인명구조기구 등을 추가로 비치하도록 지도·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전 아쿠아월드 관계자는 지난 25일과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관람객이 일시에 몰려 혼잡해질 것에 대비하여 안내원을 배치하고, 매표소에서도 적정인원을 수시로 체크하여 매표하도록 조정하고 있다"며 "수족관마다 안내원을 배치해 동선이 유지되고 혼잡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관청인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건축법상 수족관은 문화 및 집회시설에 속하고 구조가 동굴의 경우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어 용도로 보아 합당하다고 보아 허가했다"며 "또 수족관의 경우 피난계단이나, 피난거리, 방화구역 등의 적용이 배제돼 있어 별도의 피난통로가 없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 아쿠아월드'의 동굴형 수족관은 사실상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재산상 또는 인명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다중이용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터널보다 더 심각한 밀폐된 공간인데도 법에 규정이 없고 안전기준이 없다. 관계기관은 허가가 적법했음을 주장할 게 아니다. '얼마나 관람객들의 안전을 고려해 허가했나?'가 중요하다. 안전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해도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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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쿠아월드 내부에 시설된 소방설비들 ⓒ 송인웅

대전아쿠아월드 내부에 시설된 소방설비들 ⓒ 송인웅

덧붙이는 글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 
#대전아쿠아월드 #동굴의 안전 #대전 중구청 #대전 남부소방서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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