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울리는 교복 가격, 왜 15만 원이나 차이가?

[주장] 협의구매보다 학부모들에게 더 큰 이익 주는 '공개입찰'

등록 2011.03.28 16:02수정 2011.03.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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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교육청 관할의 고등학교 2010년 동복 구입 분석표
서울의 한 교육청 관할의 고등학교 2010년 동복 구입 분석표김명신

2001년에 시작한 교복공동구매가 10년이 넘도록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운동가 출신으로 시의원이 된 지금도 교복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래서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 교복공동구매자료를 요구해 분석해 보았다. 신학기라 교사들도 격무에 시달릴 것을 염려해 시범 사례로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내 중학교 32교, 고등학교 13교의 교복 공동구매현황 및 가격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2010학년도 고등학교 동복의 경우 분석한 13개교 중 7개교에서 공개입찰을 했으며, 협의구매한 곳은 6개교였다. 교복 구매 가격은 최저가 13만 원인 A고등학교부터 최고가 27만9000원인 B여자고등학교까지 다양했으며 평균가격은18만1231원이었다. 가장 저렴하게 교복을 구입한 A고(13만 원)와 가장 많은 돈을 주고 교복을 구입한 B여고(27만9000원) 사이에는, A고 교복 가격보다 많은, 14만9000원의 금액 차이가 났다. B여고 교복에 가디건이 포함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 있지만 가디건 하나로 15만 원 가량의 가격차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13개 고등학교의 교복 구매가격을 평균가격 18만1231원과 비교해 보았을 때 7군데의 학교가 평균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했고, 나머지 6군데의 학교는 평균보다 높은 가격으로 교복을 구입했다. 하위가격 구매학교는 거의 공개입찰방식의 공동구매를 하고 있으며, 상위가격 구매학교는 6곳 중 한 곳을 빼고 협의구매를 하고 있다. 협의구매 쪽이 공개입찰에 비해 교복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중학교도 다르지 않다. 같은 지역 중학교 32곳의 교복구매가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동복의 경우 공개입찰한 곳이 18개교, 협의구매한 곳이 14개교(최저가 13만8000 C중학교~최고가 21만8000원 D중학교, 평균가 17만5938원)로 가격이 비싼 축에 속하는 대부분의 학교가 협의구매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하복의 경우 동복에 비해 재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쌌고 하복 구입의 경우 공개입찰를 선호하는 편으로 나타났다. 2010학년도 고등학교 하복의 경우 일괄구매 1교, 공개입찰 8교, 협의구매 4교(최저가 5만 원 S고등학교~최고가 7만4000원 N고등학교, 평균가격 6만5154원)로 교복값이 가장 싼 S고(5만 원)와 가장 비싼 N고(7만4000원) 사이에 2만4000원의 가격 차이가 났다. N고가 S고에 비해 50% 정도 비싼 가격으로 교복을 구매한 셈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 학교들이 속한 교육지원청 관내 고등학교들의 협의구매 비율은 46%(동복)~30%(하복)이다. 참고로 서울 다른 교육지원청의 중·고등학교의 경우 공개입찰을 하는 곳이 18개교, 협의구매를 하는 곳이 22개교로 협의구매를 하는 곳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교복 가격 인하엔 '협의구매'보다 '공개입찰'이 효과적


교복공동구매란 선정된 단일업체에 교복공급독점권을 줌으로써 업체 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교복 가격을 인하하고 독과점업체의 카르텔을 견제하려는 제도이다.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교복공동구매에는 공개입찰, 협의구매, 일괄구매가 있다. 협의구매란 복수의 업체들이 계약조건을 동일하게 제시하고 공급업체로 함께 선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결국 협의구매란 협의가 목적이 아니라 교복 가격인하가 주목적인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료를 제출한 학교 중 협의구매한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다시 요청해 분석해 보니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한 벌 당 1000~2000원 정도로만 가격조정을 한 후 학생들에게 각자 사 입으라고 안내장을 보내어 자유 구매한 과정을 '협의구매'라며 보고한 것이다.


교복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는 그 학교뿐 아니라 서울시내 학교들의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형교복회사들이 교복값을 담합하고, 학교가 협의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도리어 이들의 가격담합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공동구매에 학교와 학부모들은 농락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학교측이 비리를 저질렀다기보다 잘 몰라서 생긴 일일 가능성이 크다. 대형 교복사들의 카르텔을 견제하려는 원래의 제도취지와는 달리 정반대로 이들의 카르텔을 보호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0년 11월, '2011 교복공동, 일괄구매활성화계획안내 및 추진계회서 제출'이란 공문을 통해 2011 교복 협의구매시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개별 업체단위로 할 것"을 지시하였다. 교복공동구매에도 불구하고 공개입찰과 가격 차이가 크게 나고, 대기업의 가격담합을 조장할 수 있는 위험성을 막은 것이다. 지난 2010년 7월에는 울산에서 교복공동구매 취지를 해하게 하는 사례가 발생해 공정위가 엄중 경고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학부모들이 교복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애쓴 그동안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행위이며, 상위법 위반이다.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발견했던 '학부모의 힘'

10년 전 나는 서울 강남의 한 여자 중학교의 교복공동구매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사실 그 때 내가 교복공동구매 추진위원장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학교 측에서 인근 교복대리점과 알음알음으로 수의계약을 하려다 다른 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소란해지자 학교 측이 불안을 느끼며 교육시민운동가로 '겁없다'고 소문난 나를 구원투수로 부른 것이다.

나는 우선 특정업자와의 수의계약을 공개입찰로 바꾸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었다. 업자들의 불만이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그 당시 입찰한 동복가격은 10만8000원, 하복은 3만5000원이었다. 나는 그때 아이 학교뿐 아니라 교육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서울 강남, 강동, 서초, 동작 지역 13개 학교의 교복입찰을 주관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한 학생당 10만 원씩, 학교당 3000만 원 정도의 교복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처음 공개 입찰하는 날, 속으로 떨리기는 했지만 용기있게, 입찰 중 부족한 지식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오신 변호사님에게 자문을 얻어가며 무사히, 무난히 공개입찰을 마칠 수 있었다. 입찰이라고는 생전 처음해보는 학부모들이 그해 겨울 동안 '으쌰 으쌰' 이 과정에 스스로 참여하며 업자들의 공장을 방문하고, 계약하고, 교복을 납품받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협동해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힘을 발견했다. 학부모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뭉쳤고 나로서도 행복한 경험이었다. 

당시 교복 가격 담합의혹이 불거진 대기업 메이커 회사에 100억 원이 넘는 벌금이 법원에서 부과되었고 한 업체는 결국 교복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당시 교복공동 구매를 했던 엄마들도 '졸업'을 하게 되어 대부분 손을 떼게 되었다. 공개입찰 과정의 성공 후 슬며시 교복구매의 수의계약은 다시 이루어졌다. 실제 3~4년을 주기로 잊을 만하면 교복값은 늘 비싼 등록금 문제와 함께 신입생 학부모들의 고통이 되어 왔다.

결국 지난 2007년에는 토미휠피거 교복이라며 70만 원 교복이 등장해 온 장안이 발칵 뒤집혔다. 총리실 주관으로 긴급회의가 열리고, 학운위심의사항으로 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다. 교복문제로 주기적으로 소란스러웠지만 부모들 호주머니 사정을 알 리 없는 철없는 학생들은 "공동구매교복이 디자인이 후지다"고 생각하거나, 학교 측에서는 공동구매 이후 이어지는 A/S 과정을 귀찮아했다. 예를 들어 '교복을 공동 구매하려면 학부모들이 16번 만나야 한다', '신입생이 결정되기 전 교복구매 과정을 결정해야 하므로 시기적으로 구매 주체가 없다'며 학교 측은 은근히 학부모들을 겁주며 교복공동구매에 대해 소극적인 거부를 해왔다.

더구나 학교 주변에서 일부 메이커 교복업체들이 학생들에게 학용품 등을 나누어주는 선심성 홍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교복이 불티나게 팔려 네 사이즈가 없을 수도 있으니 빨리 구매하라'고 연락을 하거나.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통해 헌 교복을 값싸게 사들여 교복 물려주기 행사자체를 방해하는 불법적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교복공동구매 과정을 아는 1세대의 감시자, 시장 견제자가 없으니 다시 시장을 소수의 교복회사가 판을 쥐고 흔들게 된 것이다.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 교복, 하복구매라도 제대로 하자

지난 10여 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는 교복공동구매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교내 법적인 기구인 학부모회를 시급히 내실화시켜야 한다. 해마다 하복 공동구매는 4월 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입생 입학식 이후라 교복구매를 안정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데 반해 동복은 신입생 배정 등 교복공동구매 추진주체가 분명치 않아서 매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법제화된 학교기구인 학부모회 안에 교복공동구매분과, 급식분과 등 해당학교마다 필요한 분과위원회를 두어 연속적으로 과제를 세심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의 형식적인 들러리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학교운영과 교육발전, 학생복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학부모회 제도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지금 이 시기 3월말, 4월초는 하복공동구매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시교육청이 협의 구매시 업자들의 횡포에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놀아나지 않도록 시급하게 공문 등의 지침을 내리고 향후 결과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의원으로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교육청마다 교복공동구매 학부모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선배 학부모들이 가진 교복공동구매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복공동구매에 앞장서도록 후배 학부모들을 사전에 교육함으로써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교복공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교복공동구매가 주기적으로 부침을 겪는 것을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시행이 계속될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어가는 학교 현실 속에서 교복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쉽지않다. 사복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 경제적인 격차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도 학생들의 미적 감각에 따라 무수히 진화해왔다. 일부 학생들은 '미국과 영국 등의 명문사립에서 존재하는 교복제도의 재발견'이라며 교복을 조금 달리 여기기도 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무상급식과 더불어 무상교복에 대한 논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교복이 더 이상 학부모들의 호주머니를 옥죄거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교복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즐길 수 있도록 교복공동구매 제도도 진화해 가야한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명신 기자는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명신 기자는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학부모 울리는 교복 협의 구매 #왜 더 저렴한 교복 공동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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