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매' 서바이벌 게임, 첫 탈락자는 누구?

['조중동방송'의 미래③] 출발부터 생존 경쟁... 외주-노동 강도 강화 불가피

등록 2011.04.03 10:08수정 2011.04.03 10:08
0
원고료로 응원
'조중동 방송'에도 '1박 2일'이나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이 나올까요? 지난 연말 4개 종편 사업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했지만 당장 지상파 뺨치는 산뜻하고 격높은 방송을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수 신문의 여론 독과점과 작고 알찬 매체들의 생존 문제부터 한정된 광고 시장을 둘러싼 시청률·선정성 경쟁에 이르기까지 불안과 우려가 가득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민언련,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함께 '조중동 방송'의 실체를 하나 하나 밝힙니다.... 편집자말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가운데) 주최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 참석한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대표들이 설명회에 앞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가운데) 주최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 참석한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대표들이 설명회에 앞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 김시연


"공정성 잃은 '나는 종편이다', 막 내려라"

OO방송의 재승인 결정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산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이 승인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결정적 계기는 OO방송이 최근 종편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근에는 종편 4사를 설득하며 종편 사업을 기획 연출한 방통위 책임자가 인책 경질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은 당초 여론 독과점, 시청률 경쟁에 따른 선정성, 폭력성 등 여러 논란에도 "시청자들의 판단에 따라 종편사들의 재승인 탈락을 결정짓겠다"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재승인 과정에서 첫 탈락자가 OO방송으로 확정된 뒤 방통위가 다른 종편사들과 합의해 재도전 기회를 줌으로써 비판을 자초했다. OO방송은 이날 "우리 때문에 일이 커져 방통위 책임자까지 교체됐으니 방송 사업을 중단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략)

종편이 이처럼 '총체적 난국' 상황에 빠진 것에 대해 방송·언론계에서는 "공정성 논란으로 생명력을 상실한 종편은 문을 닫는 게 정답"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방송계 내부의 비판이 특히 거셌다. '한국 방송계의 대부' OOO씨는 "광고시장은 뻔한 데 종편 4개를 한꺼번에 경쟁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식하다. 게다가 이런 논란까지 발생했다면 빨리 폐지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외국에 이런 종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정말 나라 망신"이라고까지 했다.

KBS 관계자는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더라도 시청자들이 계속 마음속에 섭섭함을 담아둘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종편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공정사회가 화두인 지금 정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고 했다. SBS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종편사들이 다시 시청률 경쟁을 펼치는 게 우습게 보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너무 무리한 설정이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는 게 낫다"고 했다.



'나가수' 사태는 '조중동 방송'의 운명?

최근 MBC <나는 가수다>(아래 '나가수') 사태를 비판한 <조선일보> 기사(3월 25일자 "공정성 잃은 '나는 가수다', 막 내려라" )에 3년 뒤 종편 재승인 상황을 가상해 패러디한 글이다. 이 기사 자체가 공정성 때문에 누리꾼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공교롭게 여기서 '나가수'를 공격한 대목은 최근 언론학계와 언론시민단체들의 종편 비판과 맥락이 비슷하다. 


과연 종편 사업자가 탈락하거나 사실상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까? 실제 지난해 12월 31일 4개 종편과 1개 보도전문채널 등 5개 채널 사업자가 한꺼번에 탄생하는 순간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이들의 '공멸' 내지 '합종연횡'을 전망했다. 종편 사업자들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편사들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저마다 생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종편 승인장 교부 신청을 놓고 종편 선정 때 못지않은 경쟁을 벌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닿아 있다. 지난 3월 30일 조선 CSTV(3100억 원)와 중앙 jTBC(4220억 원), 연합TV(605억 원)은 자본금을 모두 납입하고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동아 채널A(4076억 원)와 매경 MBS(3950억 원)는 자본금을 제때 다 모으지 못해 승인장 교부 신청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시간상 6월 말까지 여유는 있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승인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

a  매일경제 종편 컨소시엄이 지난 12월 1일 오전 종편 신청 접수를 위해 캐비닛 9개에 제출 서류를 담아 운반하고 있다.

매일경제 종편 컨소시엄이 지난 12월 1일 오전 종편 신청 접수를 위해 캐비닛 9개에 제출 서류를 담아 운반하고 있다. ⓒ 김시연


'통신비 인하' 기사 도배에 이통사가 긴장한 까닭

종편 승인장 교부 신청을 앞둔 지난 3월 7일 이동통신업체는 긴장 상태였다. 이날 <매경>에 '통신요금' 인하 관련 기사가 1면을 포함해 4, 5면에 걸쳐 7꼭지나 실린 것이다. 당시 통신비 인하가 물가 문제와 더불어 주요 현안이긴 했지만 매경의 경우 종편 자본금 납입을 앞두고 일부 주주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관심을 쏠렸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혹시 종편 투자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어 그쪽에 알아보니 그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을 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KT, SKT, LGU+ 등 통신3사는 IPTV 사업 때문에 종편 출자 기업 1순위로 꼽혔지만 사업 제휴 형식으로 공동 대응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일부 종편 사업자들이 대체 출자자를 찾아 나서면서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종편 사업자들이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많아야 2개 정도로 예상되던 종편 시장에서 4개사가 한꺼번에 뛰어들면서 종편 생존 방정식에 물음표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계뿐 아니라 돈을 중시하는 광고업계나 증권업계에도 "종편 4개가 모두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미디어 전문 애널리스트인 한승호 신영증권 이사는 "정부가 광고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규제를 풀면 4개 중 1~2개는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일반 기업처럼 완전히 망하지는 않겠지만 연명해도 의미 없는 군소PP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자신도 종편 접수를 앞둔 지난해 11월 26일 '절대평가'로 많은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시장 상황 봐서 안 되면 그중 몇몇이 합치면 된다"고 밝혔을 정도다.

'종편 아킬레스건'은 방송 노동자? 정부 특혜?

a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이 지난 25일 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포럼에서 종편 생존전략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이 지난 25일 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포럼에서 종편 생존전략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이 때문에 종편 사업자들의 살아남기 경쟁도 치열하다. 종편 4사 실무자들이 <신문과 방송>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도 생존 전략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고종원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기획팀장은 "CSTV는 철저한 기획과 유통 중심의 퍼블리셔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보도 부문을 제외한 상당수 프로그램이 외주 제작 형태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전략팀장은 "'기획 중심 개방형 방송사'를 지양하는 채널A는 외주제작사와의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면서 "지역언론 및 지역 프로덕션과 공동으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지역 콘텐츠 발굴을 위해 지역 언론사와 뉴스 및 시사 교양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은 지난 25일 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포럼에서 "보도를 제외한 대부분 장르를 외주제작으로 수급하며 제작 과정에 필요한 인력 및 리소스를 외부에서 프로젝트 방식으로 동원하겠다는 전략"이라면서 "<중앙>과 <동아>가 밝히고 있는 지역언론사와의 뉴스 및 시사 교양 콘텐츠 공동제작 또한 지역 언론사와 상생이라기보다 부족한 제작 인력 보강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조선>이 "CSTV의 인력 운용 철학은 인건비는 적게 쓰되 처우는 최고 수준으로 한다"면서 핵심 인력 역시 기획과 유통, 보도 쪽에 집중 배치하고 나머지 인력은 자회사나 아웃소싱, 산학협력 등으로 확보하기로 한 것을 두고 김동원 팀장은 "내부 인력들의 상당한 노동강도를 예측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팀장은 "종편 내부의 생존전략으로 언급한 '철저한 슬림화와 인건비 절감'은 종편 스스로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면서 종편으로 옮겨가는 신문 기자 등 내부 인력과 노동 강도가 커지고 임시직이나 프로젝트 방식의 비정규직 고용이 더 횡행할 것이라며 '종편의 아킬레스건'인 독립제작자와 비정규직 등 종편 내외부 방송 노동자와 언론노조의 연대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중동 방송, 경인방송 퇴출 전철 밟을까

 경인방송은 2004년 방송사업 재허가를 받지 못해 방송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2월 14일 인천광역시 경인방송(iTV) 본사앞에서 열린 '경인방송(iTV) 직장폐쇄 분쇄 및 용역깡패 유린 규탄대회'

경인방송은 2004년 방송사업 재허가를 받지 못해 방송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2월 14일 인천광역시 경인방송(iTV) 본사앞에서 열린 '경인방송(iTV) 직장폐쇄 분쇄 및 용역깡패 유린 규탄대회' ⓒ 권우성


언론시민단체에서 단기적인 종편의 아킬레스건으로 황금채널, 의무재전송, 광고 직접 영업, 광고 규제 완화 등 종편 특혜로 보고 있다.

한승호 이사 역시 종편의 아킬레스건으로 이번 정권의 특혜를 꼽았다. 한 이사는 "종편은 낮은 번호대 채널을 원하지만 높은 번호대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보기에도 숫자가 너무 많아 황금 채널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종편 사업자들은 기존 홈쇼핑 채널이 차지해온 10번대 전후 '황금 채널'을 요구해왔으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비슷한 성격의 채널을 묶는 '채널 연번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언론시민단체에선 한발 더 나아가 3년 뒤 종편 재승인 과정에서 종편 취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조중동 방송 어떻게 취소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 특혜를 막는 단기적 방안과 함께 "방송법을 개정해 신문과 대기업의 종편·보도 채널 진출을 금지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이들을 퇴출시키는"는 장기적 방안을 밝혔다. 김동원 팀장 역시 종편 재승인 심사항목에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등 항목을 추가하고 방송평가위원회 구성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재허가나 케이블방송 재승인 과정은 사실상 통과 의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04년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가 누적적자 800억 원이 넘어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던 인천경기 지역민방 경인방송(iTV) 재허가 추천을 하지 않아 방송을 중단시킨 전례를 남겼다.        

문제는 경인방송의 경우 '수도권'에 한정돼 그 파급력이 적었고 이후 OBS경인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각사 자본금 규모만 3~4천억 원이 넘는 종편 경쟁 파장은 그 퇴출에 앞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역시 앞서 '종편 취소' 토론회에서 '종편에게 특혜를 아무리 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계 논리를 비판하면서 "일부 종편 특혜가 진행되면 방송계 전체에 지각 변동이 와 자본, 노동 유연성이 없는 MBC가 종편과 대결했을 때 더 위험하다"면서 "경인방송이 퇴출된 것처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방송은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며 재승인 취소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조중동 방송 #종편 #나는 가수다 #경인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3. 3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4. 4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5. 5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