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취득세 50% 감면' 조치를 발표하자 지방에서 반발이 거세다. 이번 조치는 이명박(MB) 정부에게 '지방은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준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시키고 취득세를 5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경남시장·군수협의회 등 단체장뿐만 아니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도 반대하고 나섰다.
경남시장군수협의회 "취득세 감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경남시장·군수협의회(회장 박완수 창원시장)는 29일 낸 성명서를 통해 "지방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를 감면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군수들은 "취득세는 시·도세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재원인데도 지방정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땜질식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지방정부의 존립근거와 심각한 재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군수들은 "정부의 취득세 50% 감면 방침을 철회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등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정 확립을 위해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단행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국세와 지방세 구조를 현행 8:2에서 6:4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이명박정부에게 지방은 없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게 '지방은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준 취득세 인하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출범 초기부터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줄줄이 내놓아 지방 죽이기가 시작되었음은 너도 나도 아는 사실이다"며 "세종시 논란부터 동남권 신공항에 이르기까지 지방사람들은 다만 선거 때 일시 동원되는 표에 불과한 것인가. 이 정부에게 지방사람들은 공약에 속는 여론 조작의 대상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 단체는 "취득세는 부산시가 거두는 단일세목으로 가장 큰 지방세다. 2011년 예산 기준으로 부사시 지방세수의 31%를 차지한다. 자치단체의 기본 곳간인 것"이라며 "이것을 헐어서 다주택 투기꾼과 대형 건설사들을 먹여살리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단체는 "지방 정부도 엄연히 독립적으로 선출된 정부인데, 이 정부의 재정을 털어서 왜곡된 부동산정책 뒤치다꺼리에 쓰자는 것"이라며 "지방자치의 원칙과 재정의 자주성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도 철학도 갖추지 못한 이 정부의 발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빚더미 지방재정의 해결대책은 난망한데, 벼룩의 간을 내어먹지, 이제 와서 지방정부가 빚을 더 내어 건설사 민원을 해결하자는 말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도지사협의회 "새로운 대안 제시해야"
앞서 지난 24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허남식 부산시장)는 성명서를 통해 '유감'을 표시했다.
시도지사들은 "취득세 50% 감면 방침을 철회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등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지방세 감소분에 대한 명확한 국비 보전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한 후, 취득세 감면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도지사들은 "지방자치의 필수 요건인 자주재정확립을 위해 근본적 세제 개혁을 단행하여야 하며 우선적으로 부가가치세의 5%에 불과한 현행 지방소비세를 2012년 10%, 2013년 15%, 2014년 2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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