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이 30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대체 : 30일 오후 6시 40분]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됐다.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곳 모두 환경 훼손,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으로 인해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신공항 백지화에 따라, 영남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정치권이 반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뒤집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처음부터 백지화 방침을 정해놓고 입지 평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신공항 백지화와 함께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재검토 등 각종 공약 뒤집기로 정부의 신뢰가 추락하고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입지평가위원회 "밀양·가덕도 모두 환경훼손·경제성 미흡"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인 박창호 서울대 교수는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사업비 과다로 인한 경제성 미흡으로,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신공항 입지여건 적합성 평가(100점 만점)에서 경남 밀양은 39.9점, 부산 가덕도는 38.3점을 얻어, 공합입지 적합 평가 기준(50점)에 미달됐다. 특히 가중치가 부여된 경제 평가(40점)에서 경남 밀양(12.2점)과 부산 가덕도(12.5점)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장애물 여부 등을 다루는 공항 운영 평가(30점)나 접근성과 환경 등을 따지는 사회환경 평가(30점)에서도 경남 밀양(14.5점, 13.2점)과 부산 가덕도(13.2점, 12.6점) 모두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박창호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성이 없더라도 다른 이점이 있다면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4년 동안 신공항 문제를 끌고 왔다"며 "하지만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 모두 주변 환경이나 입지 여건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평균 사업비가 10조 원인데 반해 편익은 7조 원 수준으로, 향후 편익이 더 올라간다면 신공항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허브 기능을 갖춘 공항 (동남권에) 생겨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회견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여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정부의 입장으로 수용키로 했다"며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정부가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영남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승적 견지에서 정부의 결정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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