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길 따라 올 땐 조용했는데 막상 정상 가까이 올라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울긋불긋하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힘차고도 부드럽게 뻗어나간 산줄기들을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보고 우리는 한동안 압도당해 서 있다. 언제 만나도 좋은 산이다. 중천에 떠오른 부드러운 볕을 받으며 두루 펼쳐진 산을 둘러보았다. 가깝고 먼 곳에 신불산, 영축산, 신불평원, 공룡능선 등이 두루 펼쳐져있고 뒤쪽으로는 청도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펼쳐져 있다. 맛난 점심도시락을 양지바른 곳에서 먹고 하산한다.
청년은 평소에 산행을 안 해 보았다기에 1천 미터가 넘는 가지산을 끝까지 우리와 동행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되었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기색 없이 여유까지 있어 보이는 모습이어서 놀라웠다. 힘들지요? 하고 물어보면 그제서야 '조금 힘드네요.'하고 말했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나는 산길 걸으면서 앞서 걷는 두 사람을 뒤에서 지켜보듯 걸었다. 뒤따라 걸으면서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혼자 생각했다. 아름다움이란 것이 봄에 피어나는 꽃만이 아니라, 파릇파릇한 새싹이나 흐르는 시냇물만이 아니라, 화사하고 어여쁜 여인네만 아니라... 무심한 듯 앞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 그 동행도 아름답구나, 새삼 느꼈다.
자연 속에 있어 그들의 동행이 더욱 멋스러운 것일까. 높은 산과 산 사이 깊은 계곡, 물소리 환한 계곡 길을 따라 호젓이 걸을 때에도 두 남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웠고, 잠시 쉬어갈 때의 망중한, 주고받는 대화와 침묵 사이의 고요함, 산등성이를 오르고 비탈길을 걷고, 산정 높은 곳에 올라 우뚝 선 모습과 우뚝 선 정상에서 산 능선을 따라 걸을 때... 하산 길에 하늘 능선 길을 따라 걸을 때 역광으로 보는 모습,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뒷모습, 자연 속에 어우러진 그들 모습을 나는 눈여겨 보았다.
가지산(1240m)의 우뚝하고 늠름한 기상과 높고 깊고 넓게 펼쳐진 이웃 산, 산들 사이를 걷고 쉬고 또 걷고 대자연의 웅장한 파노라마 속에 연출되는 두 남자의 모습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리라. 대자연이 그들을 품어주기에 그 속에 있기에. 높이 우뚝 솟은 가지산을 오르느라 힘들었지만 산정에서, 혹은 하늘 능선 길 따라 걸으면서 산산이 흩어지고 모여 있는 산 빛을 멀고도 가까이 보면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고 동시에 자연 속에 있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또한 느꼈다.
자연의 웅장함에 홀린 듯 걷고 두 남자의 뒷모습에 홀린 듯 또한 걸었다. 그들 두 남자를 뒤에서 바라보며 가지산 품에서 마음껏 걷고 쉬고 또 걸었다. 어느새 산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했던 산행이 산그늘이 짙어질 때에야 출발지에 도착했다. 긴 시간 동안 가지산에 있었다.
꽃샘추위도 끝, 매화꽃, 개나리꽃, 목련꽃 앞 다투어 피어나고 이제 벚꽃들도 피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봄이다. 이제 본격적인 봄꽃산행이 될 것 같다. 봄은 자꾸 밖으로 밖으로 불러낸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과 마음을 자꾸만 불러낸다. 봄에 불려나갈 일이 많을 것 같다.
산행수첩
1. 장소: 언양 가지산(1,240m)
2. 일시: 2011년 3월 26일. 매우 맑음
3. 산행기점: 밀양시 삼양리 삼양교 주차장
4. 산행시간: 7시간
5. 진행: 삼양교주차장(09:45)-정상과 중봉 사이의 안부(12:50)-가지산 정상(1:15)-점심식사 후 하사(2:00)-넓은 조망바위(3:10)-아랫재, 백운산 갈림길(3:25)-사거리 이정표(3:50)-구룡소폭포(4:15)-삼양교(4:45)
2011.04.01 14:58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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