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소주병 뚜껑지난해 소주병 뚜껑 6개를 모아오면 1명에 대해서는 영화가 공짜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영화구경 가려고 죽어라 마셨는데, 뚜껑이 11개입니다.
신광태
작년 이맘때였을 겁니다.
"이런 미련 곰탱이 같은 인간!" 아침부터 집사람이 내게 퍼부어댔던 말입니다.
'더듬어 보자...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동료직원과 술을 마셨던 기억 외에 집에 어떻게 왔는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술을 마셔야 했던 건 그 당시 ○○소주 병뚜껑 6개를 모아서 ○○영화관에 가져가면 한 명에 대해서는 영화가 공짜라는 빅(?) 뉴스를 트위터를 통해서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날은 금요일이라 옆자리의 동료가 약속이 있다는 것을 어렵게 꼬드겨서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그 친구는 내가 병뚜껑을 모으려는 수작인지 전혀 모르고 자기가 내게 특별한 사람이기에 소주를 마시러 가자고 내가 제안한 것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 술을 마신 기억은 있는데 집에 어떻게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머니를 보니까, 병뚜껑 11개가 있는 겁니다. 둘이서 11병? 이건 내게 치사량입니다. 그런데 1병만 더 마셨으면 2명이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병뚜껑이 11개는 또 뭡니까!
아침에 그 병뚜껑을 자랑스럽게 내민 내게 집사람은 카드 영수증(무려12만원이 넘었습니다)을 보이며
"이 정도면 영화 20명은 보겠다...이 미련 곰탱이 같은 인간아~" 그러고는 그 소중한 병뚜껑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가버렸습니다. 칭찬 들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가장의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합니다.
나도 스마트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습관처럼 술만 마시면 머리가 포멧되는 결과는 핸드폰 분실로 이어졌습니다. 별로 좋은 모델도 아니지만 그것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썼던 건 전화기안에 등록된 수백 명의 사람들 때문이었을 겁니다.
조회해 봤더니춘천 00동에서 최종 수신된 걸로 나옵니다. '신기하기도 해라' 얘가 어떻게 춘천까지 갔는지 모를 일입니다(화천에서 술을 마셨는데 말입니다).
위기는 찬스라고 했습니다. 집사람에게 정중히 부탁을 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사주지?"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그랬는데, 하루가 지난 다음날 부르기에 드디어 스마트폰 하나 사주시려나 보다 하고 달려갔더니. 어디서 중고폰을 구해다 주는 게 아닙니까!
"또 술 마시면 잃어버릴 건데 좋으면 뭐해!"참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