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내전 군사개입 인도주의적 제국주의 경계해야"

[코리아연구원] 다국적군의 리비아내전 개입과 R2P

등록 2011.04.13 17:06수정 2011.04.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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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리비아내전의 배경과 경과

리비아내전은 카다피의 둘째 혹은 넷째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할 움직임으로부터 촉발되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반군에게 영향을 준 것도 분명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권력세습에 대한 동부지역 부족들의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1) 리비아내전이 발발하자 카다피군은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반군과 치열한 교전을 전개하였다.

이에 2월 26일 UN안보리는 리비아제재결의문 1970호를 채택하였다. 결의문에 따르면, 시위대진압에서 나타난 민간인에 대한 폭력 및 무력사용과 민간인에 대하여 자행되는 공습이 반 인권범죄의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언급하며, 즉각적인 폭력행위의 중단과 국민의 합법적인 권리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리비아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결의한다.2)

1970호 결의에도 불구하고 카다피군은 반군과의 교전을 계속하였다. 이에 3월 17일 프랑스·영국·미국이 주도하여 15개 이사국 중, 중국·러시아 등 5개국이 기권한 가운데 1973호 UN안보리결의문이 채택되었다.

1973호에서는 리비아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상공에서의 모든 비행을 금지하고, UN 회원국들에 카다피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민간인과 민간인 밀집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take all measures to protect civilians)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3) 즉 1970호와 1973호 결의문을 통해 R2P(Responsibility to Protect-국제사회가 독재자와 폭압자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책임)4)를 명분으로 리비아내전 개입의 길을 연 것이다.

Ⅱ. R2P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

그러면 리비아 사태에 대한 서방국가들이 군사개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R2P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여기에 대해 많은 전문가(pundit)들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중 미국의 칼럼리스트며 저널리스트인 조지 윌(George Will)의 글을 분석해 보면 위 질문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조지 윌은 퓰리쳐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칼럼리스트이다. 윌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이지만 철저하게 사실(fact)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조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여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street Journal)과 같은 경제 중심 언론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powerful)하고 영향력(influential) 있는 언론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지 윌의 리비아사태 관련 여러 글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4월 6일자 워싱톤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고정칼럼이다. "The Haze of Humanitarian Imperialism(인도주의적 제국주의의 몽롱함)"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이다(이 글은 비슷한 제목으로 4월 7일자 헤럴드 트리뷴(The Herald-Tribune), 덴버 포스트(The Denver Post) 시애틀 타임즈(The Seattle Times)에서도 실렸다).

윌은 칼럼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먼저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리비아 거주 시민을 "보호할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이하 R2P)을 명분으로 군사 개입에 돌입한 것을 인도주의적 제국주의로 규정한다. 또한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있는 반정부 (반 카다피) 반란군(rebel)을 시민(civilian)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영국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반란군'에 대한 호감이 갖고 있지만, 모든 '반란군'이 다 좋은 반란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1960년 대 스페인 내전에서 마드리드로 진격한 반란군이 후에 독재자가 되는 프랑코의 반란군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윌은 정론지에서 이야기하기 대단히 어려운 내용도 자신의 칼럼에서 담고 있는데 "미국정부의 말대로 미군이 리비아 지상전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도 현재 반 카다피 시위자들 사이에 그리고 반란군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CIA소속 요원들이 분명히 존재함"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윌은 코트디브와르(Ivory Coast)에서 벌이지고 있는 내전에 대해 미국의 정치인들이 R2P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칼럼은 칼빈 쿨리지 전 대통령이 강조하였듯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mining own business)는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다.

조지 윌은 저명하고 신망이 높은 언론인이지만 많은 언론인들 중에 한명에 불과하다. 또한 지상(紙上)에서 칼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윌이 자신의 칼럼에 쓴 것은 분명 윌 자신 한 명의 의견이다. 그러나 윌이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 신망을 얻고 있는 언론인임을 고려할 때 그의 칼럼은 그냥 흥미롭게 읽고 지나칠 수 없는 면이 있다.

Ⅲ. 리비아와 코트디브와르 사태에서의 R2P

윌이 지적했듯이 리비아사태는 다른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일어난 소위 재스민혁명과는 다른 점들이 발견된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시민들의 무력봉기보다는 마치 우리의 4·19와 같은 양상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전개되었으나, 리비아에서는 2월 17일 벵가지에서 '분노의 날' 집회에 대한 카다피 정권의 진압이 있자마자 무력봉기 또는 반군(rebel)의 형태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무력봉기 그리고 특히 반군은 단 순간에 조직될 수 없다.

더욱 특이한 점은 만약 생존을 위해 긴급하게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보았듯이 확실하고 강력한 지도부 없이 그리고 외부의 지원 없이는 지속되기는 어려운데 현재까지 거의 리비아 전역에서 이러한 반군들이 조직적으로 결성되고 무력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 반군형태로 조직되어있는 반(反)카다피군은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상당한 시간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점은 2월 17일 '분노의 날' 집회가 있고 약 일주일만인 2월 26일 UN안보리에서 무기금수, 경제제재, 카다피 정권 고위인사들에 대한 자산동결 및 여행 금지 등의 조치를 담고 있는 UN안보리결의안 1970호가 신속하게 채택되었다는 사실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윌은 미국 상·하원(Senate and Congress)에 코트디브와르 사태에 R2P를 적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모순성을 지적하였는데, 미국 행정부는 코트디브와르 사태에 대해 와타라(Quatarra)의 손을 들어주었다. 코트디브와르 사태는 지난 2010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그바그보(Gbabo)가 야당 후보인 와타라에게 패배하자 불복하고 모든 수단(무장을 포함한)을 통해 투쟁을 선언하면서 일어났다. 프랑스가 주도한 국제사회(EU 그리고 UN)는 와타라가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임을 확인해 주었으며, 그바그보가 무장을 동원한 불복종을 계속하자 R2P를 내세워 개입하였다. 그러나 코트디브와르 사태에 대한 진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바그보는 프랑스의 지원으로 30년간 코트디브와르를 철권으로 다스린 페릭스 하우퓨엣-보익기(Felix Houphouet-Boigny)를 몰아내고 2000년에 집권하였다. 그바그보는 반외세(anti-France) 코트디브와르 민족주의 (nationalism)를 바탕으로 코트디브와르를 10년간 통치하였는데 이러한 그바그보는 프랑스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 야당의 후보자로 나온 와타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관료로 일한 경력이 있는 친 서방(친 프랑스)적 인물이다. UN안보리는 그바그보의 지지세력(The Young Patriots)이 그바그보의 전통적인 반대세력인 북부 주(州)의 이슬람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보도를 사실로 받아 들여 R2P를 가동하였다. 그러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와타라도 그바그보만큼이나 잔학행위를 저질렀다. 친와타라 군대는 민간인 최대 1천명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와타라세력 역시 비슷한 학살을 그바그보 지지세력에게 가한 것이다.5)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 상원의원인 제임스 인호페(Jame Inhofe, 오클라호마주)는 지난번 코트디브와르 대선에서 와타라가 승리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와타라의 손을 들어준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인호페 상원의원은 예비선거(primary election)에서 북부 주에서 수 만 표를 얻은 그바그보가 결선투표(a run-off election)에서 어떻게 한 표도 얻을 수 없었겠냐면서 결선투표가 외부(프랑스)개입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Ⅳ. R2P의 인도주의적 제국주의 경계해야

이렇듯 코트디브와르 사태에서 국제개입의 빌미가 된 R2P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국적군의 리비아내전 개입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제사회가 리비아 시민을 카다피 독재정권의 폭압과 학살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명분이다. 즉 R2P가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지만, 현실에서 발휘되고 있는 R2P는 R2P가 담고 있는 인도주의적 사상과는 큰 간극이 있다.

R2P가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제국주의(humanitarian imperialism)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R2P를 명분으로 개입하기 시작할 경우 한도 끝도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제국주의적인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지 윌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R2P를 적용함에 있어서 친서방정권과 반서방정권에 대한 이중잣대 적용 문제도 R2P의 오용과 남용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결국 R2P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이른바 문제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대개는 프랑스와 같은 식민지 종주국들이다)은 개입하는 국가들의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내전에 대한 다국적군의 개입 사태도 결코 예외가 아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박후건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집필한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 34-2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각주>

1) 서정민(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교수의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34-1호(4월12일) 참조

2) UN안보리결의문 1970호 참조
http://daccess-dds-ny.un.org/doc/UNDOC/GEN/N11/251/14/PDF/N1125114.pdf?OpenElement

3) UN안보리결의문 1973호 참조
http://daccess-dds-ny.un.org/doc/UNDOC/GEN/N11/268/39/PDF/N1126839.pdf?OpenElement

4) R2P의 개념에 대해서는 서보혁의 4월 10일 프레시안 기고문 참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0410142718§ion=05

5) 코티디브와르사태는 4월 12일 연합뉴스 참조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4/12/0605000000AKR20110412165700009.HTML

**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은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로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분야의 국가전략 및 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www.knsi.org) 또는 전화(02-733-3348)로 회원 등록 및 후원하실 수 있으며, 회비 및 기부금은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네트워크 코리아연구원과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후건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집필한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 34-2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각주>

1) 서정민(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교수의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34-1호(4월12일) 참조

2) UN안보리결의문 1970호 참조
http://daccess-dds-ny.un.org/doc/UNDOC/GEN/N11/251/14/PDF/N1125114.pdf?OpenElement

3) UN안보리결의문 1973호 참조
http://daccess-dds-ny.un.org/doc/UNDOC/GEN/N11/268/39/PDF/N1126839.pdf?OpenElement

4) R2P의 개념에 대해서는 서보혁의 4월 10일 프레시안 기고문 참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0410142718§ion=05

5) 코티디브와르사태는 4월 12일 연합뉴스 참조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4/12/0605000000AKR201104121657000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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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다국적군 #R2P #코리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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