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세계의 추모공원 사진전 사진전을 알리는 현수막과 전시된 사진들
유경
조문을 왔다 들른 것으로 보이는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 몇 명과 점심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동료들과 전시장을 둘러보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회는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중서부 유럽, 라틴(南) 유럽, 북유럽, 동유럽으로 나누어 각 나라의 대표적인 추모공원을 중심으로 장례식장과 화장장, 봉안 관련 시설, 자연 장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땅이 넓은 미국과 캐나다의 평장묘역은 골프장이나 잔디밭으로 보인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 중서부 유럽의 추모공원들은 잘 가꾸어진 정원에 예술성이 뛰어난 추모 작품을 갖추고 있다.
화장하고 남은 가루, 즉 유분(遺粉)이나 유회(遺灰)를 화초나 잔디 혹은 나무 밑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통틀어서 '자연장'이라고 하는데, 사진 속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주로 잔디밭에 마련된 '산골(散骨)장소'이다. 산골장소에 고인의 유분을 뿌리거나 묻은 다음 근처에 명패를 만들어 붙여 떠난 사람과 묻힌 곳을 추억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벽식 봉안당'이라고도 부르는 봉안담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기둥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회랑에 봉안하는 주랑(柱廊)식 봉안당은 그 나라의 건축 양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자리 잡은 프랑스 니스의 코트다쥐르 니스 화장장은 안내판이 없으면 전원주택이나 별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건물이 산뜻하고 예쁘다. 거기에 자갈 마당을 만들어 산골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섬 전체가 묘지인 산 미켈레 인 이솔라 섬이 있다. 베네치아에서는 오래전 프랑스 점령 시절에 매장이 비위생적이라고 해 이 섬에 묘지를 설치했다고 한다. '죽음의 섬'이라고도 불리며 섬 전체에 화장장과 묘지, 봉안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종합 장사시설이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 저 뒤로 보이는 키 큰 나무들과 노란색의 시설물들은 현실의 장소가 아닌 신기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