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롱뽀롱, 아이들의 대통령은 역시!

푸름이 엄마 '아이 데리고 마트 가기'

등록 2011.04.21 12:10수정 2011.04.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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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대형마트에 들를 때, 거치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를 둔 주부라면 아마도 같은 마음이리라. 그곳은 바로, 장난감 코너이다.  그런데 마트에서 쇼핑하다 보면 어쩌다가 그곳을 지나가게 될 때가 있다. 아차, 하고 길을 바꾸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어른인 나보다 아이의 눈에 더 잘 보이는 장난감들은 벌써 아이를 유혹하고, 유혹에 빠진 아이는 발버둥을 치기 때문이다.


마트의 장난감 판매대를 지날 때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는 아이를 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생떼를 쓰며 벌러덩 드러눕기까지 한다. 도대체 그 많은 아이들은 드러눕는걸 어디서 배운걸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먼저 아이를 달래보려 애쓰지만, 참다참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면 아이를 잡아 끌며 등을 '찰싹' 소리 나게 때리기도 한다. 참 익숙한 풍경이다.

남의 일이 아니었던 '아이 데리고 마트 가기'

나는 사실 첫 아이 여름이를 키울 때에는 그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는 뭔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런 상황의 부모를 보면 불쌍한 마음마저 들기도 했다. 아마도 그건 여름이가 나에게 그러한 경험을 할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어쩌면 여자아이여서 조금 더 얌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둘째 푸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아주 비일비재한 평범한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결코 다른 아이들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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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의 첫번째 선택 푸름이가 처음으로 선택한 토마스 기차 ⓒ 김미영


조금 더 생각해보니 여름이를 키울 때에는 마트를 자주 가지도 못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여서 주말에만 잠시 들르곤 했다.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는 마트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구경 하는 것 보다는 늘 바쁘게 움직여 살 것만 사서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마트에 들를 기회가 많이 있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옆 동에 사는 언니를 따라 갈 때도 있고, 이웃과 함께 들를 때도 있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자주 들르는 셈이다.


며칠 전, 여름이를 학교에 보내고 푸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다. 모처럼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그만 금기의 그곳. 장난감 판매대에 발을 들여 놓고 말았다. '아뿔사' 하기도 전에 푸름이로 몸을 반 이상 돌렸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몸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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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선택을 위해 고르는 중 푸름이가 세번째 선택을 하기 위해 장난감 고르는 중 ⓒ 김미영

푸름이는 지금 22개월이다. 이 또래의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도 다들 비슷해 보인다. 푸름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기차, 장난감 전화기, 그리고 뽀로로. 특히 뽀로로는 거의 광팬 수준이다.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으리만큼 무척이나 좋아한다.

푸름이가 원하는 대로 장난감 판매대에 가까이 다가가니, 무엇을 먼저 집어야 할지 모르는 푸름이는 이것저것 달라고 난리가 났다. 어린아이의 눈에 그 코너는 얼마나 별천지일까. 나는 푸름이가 달라는 대로 그것을 집어 주었다. 아이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자신이 자세히 보고 싶은 것에 정확히 손짓했다. 

첫 번째 푸름이가 집어든 것은, '토마스와 친구들' 기차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두 개나 집어들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이걸 다 사달라고 하면 어쩌나. 안된다고 하면 난리가 날텐데…'하고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면서 진열대를 살피니 가격도 더 저렴하고 크기까지 큰 '뽀롱뽀롱 뽀로로'의 기차가 보였다. 치사하게 난 얼른 그것을 보여주었다.

'뽀통령'의 위력 실감하고 푸름이에게 한걸음 다가가다

그렇게 해서 '뽀롱뽀롱 뽀로로'의 기차가 두 번째로 푸름이 손에 쥐어졌다.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푸름이가 더는 다른 장난감에 마음이 가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내 바램일 뿐이었다. 장난감 코너를 빠져나오려고만 하면 얼굴이 빨개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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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의 세번째 선택 푸름이가 세번째로 선택한 뽀로로 경찰차 ⓒ 김미영


푸름이는 진열대를 살피며 이것저것 둘러보더니, 헉! 제법 비싼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찰차를 집어 들었다. 이것은 건전지와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자동차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촌형에게 물려받은 비슷한 자동차가 집에 있다. 물론 나에겐 비슷한 장난감이지만, 아이에게는 아주 다른 장난감일 터였다. 이번엔 아주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찰차를 손에 꼭 쥐고 내가 가져다주는 다른 장난감에는 절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푸름이를 설득시켜야 했다. 그 경찰차를 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푸름이의 마음을 돌려세울 장난감을 발견했다. 자동차가 세 대나 들어 있고 푸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도 세 개나 들어 있다. 더구나 거치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뽀롱뽀롱 뽀로로' 미니 자동차 세트다. 가격도 이만하면 괜찮지 싶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아이를 꼬드기니(?) 금방 넘어온다. 다행스럽게도 푸름이는 그 장난감을 가지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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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놀고 있는 푸름이 집에 오자마자 장난감을 뜯어 노는 푸름이 ⓒ 김미영


그렇게 그 코너에서 보낸 시간은 삼십 분이 훌쩍 넘었고 푸름이의 장난감 고르기는 끝이났다.  

그런데 푸름이는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바로 대형 뽀로로 때문이다. 장난감 판매대의 한 귀퉁이에 장식되어 있었는데, 뽀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푸름이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두자니 한없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떼쓰는 푸름이를 달래서 드디어 빠져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뽀로로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놓치지 않고 있더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푸름이는 그것을 뜯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포장을 뜯어주니 벌써 신이 났다.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는 푸름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전의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다 사라져 버리고 남아 있지 않았다. 놓치고 싶지 않은 평화로운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첫아이와 6살 터울인 둘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참 행복한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첫아이와 6살 터울인 둘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참 행복한 일입니다^^
#육아 #푸름 #장난감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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