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4.22 15:49수정 2011.04.22 15:49
한 나라의 TV프로그램 장르별 특성을 보면 대략 경쟁 방송사 간의 그것들은 대부분 비슷한 양식을 보인다. 뉴스 포맷은 물론, 오락, 교양, 드라마 프로그램 등 대부분의 방송 형식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는 경쟁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방어적 성격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제작 방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지상파 3사의 경쟁관계에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우선 9시(8시) 메인뉴스가 있고 주말저녁의 오락프로그램, 그리고 콘서트 형식의 음악방송, 드라마, 연예정보 프로그램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에서 사활을 걸고 시청자 확보를 위해 공들여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그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 보다 경쟁이 심한 영역의 프로그램들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경쟁 프로그램과 편성현황.이인우
▲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경쟁 프로그램과 편성현황.
ⓒ 이인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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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밤 8시와 9시에 방영되는 메인 뉴스 부분이다. KBS 한국방송공사와 MBC 문화방송에서 1970년대 중반 이후 밤 9시만 되면 시보(時報)와 함께 시작된 메인뉴스는 1991년 12월 SBS 서울방송의 개국과 함께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SBS는 KBS, MBC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메인뉴스를 8시에 편성하는 '대응편성'으로 맞불을 놓았다. 수십 년간 KBS와 MBC를 통해 습관화된 메인뉴스의 시청행태를 인정하고 8시에 뉴스시청을 하는 새로운 시청자를 찾아내고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적중했고 중간에 한 차례 9시로 방송시간대의 변경이 있었긴 했지만 2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SBS의 8시 뉴스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이란 미명 아래 쌍둥이 프로그램만
국내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SBS가 8시에 방송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방송 내용과 프로그램의 포맷을 보면 방송 3사가 쌍둥이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닮아 있다. 남자와 여자 아나운서 2명이 전용 스튜디오에서 '하이라이트', '오늘의 뉴스'를 전하고 끝 무렵에는 '내일의 날씨'와 '스포츠 뉴스'를 차례로 소개한다. 별반 다를 것 없는 구성형식으로 마치 쌍둥이 프로그램과도 같은 인상이다.
뉴스뿐만이 아니다. 일요일 저녁 5시 20분이면 일제히 시작되는 방송 3사의 대표 오락 프로그램은 전체 구성형식부터 동일하다. 하나의 프로그램 타이틀 아래 두 개의 대형 코너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양식으로 프로그램 타이틀보다 코너 명칭이 더욱 유명세를 타는 양상까지도 똑같다.
KBS <해피선데이>, MBC <우리들의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가 그것으로, 이들 프로그램의 코너인 <남자의 자격> <1박 2일>(KBS), <신입사원> <나는 가수다>(MBC), <런닝맨> <영웅호걸>(SBS)은 각각 독립적인 하나의 완성된 형식으로 그 이웃한 프로그램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한 울타리에서 방송되고 있다.
같은 날 동일 시간대에 경쟁 프로그램들이 방송되는 뉴스, 오락, 연예 프로그램과는 달리 음악프로그램의 경우는 출연하는 가수가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방송 3사가 각기 다른 날에 방송을 하고 있다. 결국 음악 방송에 출연할 가수들의 개인 스케줄에 따라 방송이 결정되는 것으로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닐 수 없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만큼은 '경쟁 아닌 경쟁 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
위와 같이 국내 지상파 3사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상호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비슷한 포맷과 내용을 다루는 쌍둥이 프로그램으로 양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동일한 진행자가 방송사를 교차 출연하면서 프로그램과 각 방송사의 고유한 정체성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차별화된 방송포맷 개발이 필요할 때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해내고 있는 오늘날 지상파 방송국의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형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따라가기가 아닌 "경쟁사가 하지 않으니 우리가 한다"와 같은 차별화 전략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최근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 출신의 진행자가 2명 이상 공동으로 진행하는 형태가 주류를 보이고 있으며 거기에 그들의 친구 격인 게스트 역시 함께 출연하면서 그들만의 신변잡기로 전체 프로그램이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게스트로 초대되는 출연자는 많은 경우 자신이 출연한 영화, 혹은 드라마, 광고 등 지극히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각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기획 의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오직 진행자와 출연진 개인들의 사적 이야기로 웃고 떠드는 사이 정작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기능은 상실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의 <세바퀴>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활밀착 정보를 퀴즈로 풀어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으나 현재 방송되는 내용은 그렇지 않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근황을 알리고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일부 교양, 퀴즈,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해외 방송의 포맷을 구입해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하면서 쌍둥이 프로그램으로 넘쳐나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KBS의 <1:100>을 시작으로 CJ E&M의 tvN 등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시청률이 검증된 우수한 오락 프로그램의 포맷을 구입해 우리 환경에 접목하는 작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경쟁을 빌미로 상대가 하는 것을 어설프게 혹은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보다 차라리 프로그램 포맷을 공식적으로 구입해 오는 것이 더 낫다. 우수한 해외 방송포맷을 구입하고 그것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형태도 결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국제 간 프로그램 포맷 거래는 점차 늘어나 우리나라 방송국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시청자도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안에 안주하지 말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해외 방송포맷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거시적인 차원의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동아방송예술대학(DIMA) 실습지원센터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2011.04.22 15:49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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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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