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바위(공암)주상절리 현상에 의해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공암은 멀리서 보면 코끼리가 바닷속에 코를 박고 있는 형상이다.
임경욱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나리분지로 향한다. 울릉도에서는 약 1만 년 전 많은 화산쇄설물과 화산재를 내뿜는 대폭발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 때 막대한 양의 분출물을 쏟아낸 중심 화구(火口)의 내부에 지하 공간이 생겼고, 이후 자체 하중에 의해 화구가 함몰해 깊은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면적 1.5~2.0㎢이고, 동서길이 약 1.5km, 남북길이 약 2km인 나리분지는 바로 이와 같이 분화구가 함몰돼 만들어진 칼데라의 지형으로, 초기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경작지로 개간하면서 그 평탄지의 모습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운전기사의 설명이다.
분지는 아직 초봄이다. 광활한 농토도 대부분 비어있다. 너와집과 투막집 옆에 선 벚나무는 개화를 미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성인봉에는 눈이 하얗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은 모양이다. 버스가 우리를 휴게소로 안내한다. 너와집을 꾸며 만든 휴게소에서는 씨껍데기술과 산채나물, 더덕무침 등이 우리를 반긴다. 조껍데기술 못지않게 씨껍데기술도 텁텁하면서 부드럽다. 여행의 피로가 단숨에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