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엔 건보료 '폭탄', 정부는 돈 안 냈다
국가부담 5조원 미정산...내년부터 지원 중단?

국고지원 일부 규정 시효 올 말까지...결국 보험료 더 올라갈 수도

등록 2011.04.29 09:21수정 2011.04.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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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건강보험료 정산 결과' 발표를 늦추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경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 29일 오후 4시 40분]

건강보험료 정산 문제로 말이 많다. 건보료 '폭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국민이 느끼는 분노가 커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꼭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내는 '보험료' 격인 정부지원금의 정산 문제와 2012년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 중단 문제다.

건강보험료 정산은 소득이 오른 직장인에게 소득이 오른 만큼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그게 4월이었고, 해마다 해온 일이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 소득이 오르면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정산에 따라 월급이 줄어드는 상황을 직장인들에게 미리 설명해왔다. 2009년에는 4월 13일, 2010년에는 4월 23일에 보도자료를 내고 설명했다. 통상의 월급날인 25일 이전에 '너무 놀라지 말라'는 취지에서 미리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리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재보선 선거 때문에 '윗선'에서의 지시에 따라 설명을 늦췄다는 '설'도 회자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정산은 국민들만 한다

하지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은 매년 건강보험료 정산을 하는데 정작 정부는 정산을 안 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낸 보험료 수입과 정부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정부 지원금은 20%이고, 그것은 다시 국고지원 14%와 국민건강증진기금 6%로 나뉜다.


국고지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이다. 그래서 미리 예상 수입액을 정하여 예상 수입액의 14%를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낸다. 그런데 실제 수입액이 예상 수입액보다 늘어난다면 어찌 될까?

예를 들어 처음 예상 수입액을 100원으로 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4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수입액이 150원이었다고 하면, 정부는 150원의 14%인 21원을 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냥 14원만 주고 나머지 7원은 내지 않는다. 실제 늘어난 수입액 기준으로 다시 '정산'을 한다면 추가분인 7원을 더 내야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국고지원은 1977년에 시행된 의료보험이 2000년에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특별법 제15조는 매년 지역보험료 재정의 50%를 국가가 내도록 했다. 하지만 특별법이 적용된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정부가 낸 돈은 평균 44.3%에 불과해 기준치인 50%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건강보험 국고지원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국민건강보험공단, 2008년).

2006년 12월 30일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면서, 현행 국고지원 20% 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산' 규정이 빠지면서 실제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낸 돈은 20%를 밑돌았다. 27일 민주당 주승용 의원실에서 낸 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강보험료 국고지원금을 정산하지 않아 9년간 4조9823억 원이 누락됐다. 국고지원 20% 규정이 생긴 2007년부터 계산하더라도, 2조7299억 원이 정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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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정부지원금 현황(자료 출처 : 민주당 주승용 의원실) ⓒ 주승용 의원실


"복지위 논의 전혀 동의 못해... 죄송스럽다"

국민에게는 수입이 늘어나면 늘어난 수입액만큼 건강보험료를 더 걷는 정산제도를 운영하면서, 정작 정부는 이러한 정산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는 수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다. 그래서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국고지원 정산을 법률로 명시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현재 18대 국회에서도 이미 국고지원 정산 법률안이 제출되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내는 '보험료'인 국고지원금 정산에 대해 부정적이다. 2010년 11월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6차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보자.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고지원금을 정산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담당자를 불러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의 말.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예를 들어서 한시지원을 없애고 그 다음에 1% 정부 지원율을 높이고 또는 정산을 한다고 해서 이게 서스테이너블하게(지속적으로) 정부와 건보재정이 건전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다시 말해서 이게 금방 어떤 한계에 부딪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차제에 이렇게 나왔다고 치면 진짜로 건보재정을 어떻게 하면 서스테이너블하게 계속 앞으로도 급여비 지출을 하고 그 다음에 수입 증가율이 거의 비슷하게 가가지고 균형을 맞추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어떤 종합적인 대책이 먼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하게 하나하나 꼭지 가지고 우선 그냥 한시 없애고 1% 높이고 그런 식으로만 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어떤 식으로 수지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먼저 나오고 그 틀 안에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로서는 만약에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치면 재정당국 입장에서 볼 때는 종전의 입장대로 좀 더 "보험원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오히려 가야 된다는, 어찌 보면 복지위에서 지금까지 논의하신 것에 대해서 전혀 동의를 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버리기 때문에 좀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복지위에서 지금까지 논의하신 것에 대해서 전혀 동의를 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버리기 때문에 좀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마무리한다. 한마디로 정산제도 도입이나 국고지원에 대해 부정적이란 뜻이다.

결국 보험료 올리자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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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건강보험료 정산 결과' 발표를 늦추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통화하며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그렇다면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대안은 무엇일가?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이 언급한 "보험원리를 강화하는 쪽"이란 말의 의미가 뭘까? 그 말의 뜻은 지난 23일 있었던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험원리를 강화한다는 말은 결국 보험료를 올리자는 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국고지원 20% 중  국민건강증진법에 명시된 6% 지원규정이 2011년 12월 31일에 시효가 만료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보험료를 정산하지 않아 누락된 돈을 받아내기는커녕, 앞으로 매년 약 1조 원(2010년 통계 기준)의 건강보험 재정이 모자라게 된다.

현 정부가 정부지원금 연장에 대해 부정적이고, 보험료를 올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 이 말은 정부가 정부지원금을 끊고, 국고지원 중단으로 모자란 돈을 보험료로 충당하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자는 말은 이해할 수 있어도, 국고지원금을 끊고 모자란 금액을 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하자는 정책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금 정산제도를 도입하고, 국고지원금도 대폭 늘려 중단 없이 지원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경애씨는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조경애씨는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입니다.
#건강보험 #정산 #건보료 #국고지원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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