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랑하는 엄마.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모질게 들어오는데 우리 엄마는 추위도 못 느끼고 날 낳느라 비지땀을 흘리시며 마지막 힘을 주고 겨우겨우 날 낳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또 딸이야… 딸…" 아들 아닌 딸을 낳았다고 엄마를 원망하며 날 안아보기는커녕 쳐다보는 것도 마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할머니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위에 오빠가 있었는데 100일도 되기 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줄줄이 언니들만 있었기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들을 잃고서 몇 년 만에 날 가진 엄마의 나이는 마흔이 훌쩍 넘으셨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우리 집 형편은 어려워서 엄마가 산후조리도 못 하고 그 다음 날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평생 농부의 아내로 살았고 지금도 농사일을 천직으로 하는 엄마입니다. 7명의 많은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허리는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평생을 고생만 하신 분이지요.
내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너무 늙어버린 엄마가 창피스러워서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라고
소개도 못 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집불통에 입은 까다로워서 우리 엄마 속을 많이도 썩혀 드렸지요. 유난히 샘도 많고 욕심이 많았던 나는 언니들이 입던 옷도 싫다고 떼를 쓰고 학용품도 새것으로만 고집을 부렸지요.
너무 늦게 나를 낳아서 기력이 쇠하신 엄마는 늘 나를 걱정해주었습니다. 어디 아프거나 잘못된 부분은 없는데 늘 빈혈을 달고 다니고 허약해서 체육 시간에는 혼자서 자습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언니들에겐 불호령을 내려도 내가 말하면 천사처럼 뭐든지 들어주려 했던 엄마가 나는 너무 만만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엄마아빠랑 함께 살아서 효도는 5월 8일 어버이날 가슴에 달아 준 카네이션이 전부였습니다. 2년제 대학을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랑 떨어져서 살았고 지금은 결혼을 하여 영영 엄마랑 함께 살아갈 날이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엄마가 사는 시골이 싫어서 도시로 나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엄마 없는 도시생활은 너무 외롭고 힘든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철없이 천방지축인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마음껏 큰소리칠 수 있는 곳이 엄마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 곁에서 학교 다닐 땐 장마철에 신발 젖으면 큰 가마솥 뚜껑에 내 신발을 얹어놓고 군불 때며 앞뒤 돌아가면서 냄새나는 신발을 사랑으로 말려주셨던 어머니입니다. 한번은 학교에서 너무 아파서 집에 갈 수 없을 때 밭에서 일하시다가 1시간 넘는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고불고불 산길로 엄마가 날 업고 집에까지 온 기억이 있습니다. 넓고 큰 엄마 등에 바짝 달라붙어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잤더랬지요.
왜 함께 있을 땐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까요. 늘 짜증만 내고 당연히 받아야하는 채무 같은 엄마의 사랑…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눈과 귀가 어둡다는 가장 볼품없는 늙은 할머니가 되어버린 우리 엄마. 몸빼 바지가 가장 편안하다는 우리 엄마. 당신 위해선 10원짜리 하나 쓸 줄 모르는 우리 엄마. 이런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얼굴입니다.
아버지 임종이 가까왔을 때 하루라도 더 살리시려고 몸부림치시던 우리 엄마입니다. 술에 취한 날이 더 많았던 시간, 엄마를 괴롭히고 속상하게 한 날이 더 많은 세월이었건만 마지막까지 아버지 곁에 있기를 원했던 우리 엄마입니다. 아버지도 돌아가실 땐 엄마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셨다죠? 그 한마디에 50년을 같이 한 세월을 사랑으로만 기억하는 분이 바로 우리 엄마입니다.
한글도 잘 모르고 숫자도 잘 몰라서 전화도 잘 못 하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엄마 심장약 꼬박꼬박 드시고 꼭 건강하세요. 귀가 어두워서 몇 번을 말해야 겨우겨우 말을 알아듣는 우리 엄마 내가 돈 벌어서 보청기 꼭 해 드릴게요.
사랑하는 울 엄마. 아주 많이 많이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 사랑해. 덧붙이는 글 | 제가 제일 불효자입니다 응모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채무 같은 엄마의 사랑,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