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완납했어도, 적게 신고하면 '가산세' 부과 정당

직원 실수로 매출액 과소 신고했다가 19억 세금폭탄 KT...대법서 결국 패소

등록 2011.05.06 09:21수정 2011.05.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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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직원 실수로 부가가치세를 과소 신고한 경우, 비록 조세회피 의도가 없었고 총액 기준으로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를 모두 내 국가의 세수에 영향이 없었더라도, 세무서가 불성실가산세부과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T는 2006년 7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마케팅부문' 사업장에 속해 있던 요금기획팀을 '전략본부'로 이전했다. 이에 따른 전산시스템 중 접속료 정산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접속료 수입을 조직개편 이전과 동일하게 마케팅부문으로 이체했다. 그만큼 전략본부의 접속료 수입이 누락된 것.

그런데 KT는 이런 실수를 모르고 2006년 2기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전략본부'의 매출액 1915억 원을 '마케팅부문'의 매출액으로 신고했다. 이에 성남세무서는 2008년 4월 KT에게 "전략본부의 부가가치세를 신고함에 있어 매출액을 누락해 납부세액을 과소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성실가산세 19억1591만원을 부과·고지했다.

이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KT는 "매출액이 전략본부가 아닌 마케팅부문의 매출액으로 신고된 것은 전산시스템 정비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실수로 누락한 데서 비롯된 것인데, 당시에는 이런 오류를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된 신고의무의 이행을 기대한 것은 무리"라며 소송을 냈다.

또 "전략본부의 매출액에서 이 사건 매출액을 누락했다 하더라도 조세회피 의도가 없었고, 국가의 전체적인 세수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이 저해되지도 않았다"며 "따라서 세무서로서는 처분에 앞서 세무지도를 통해 KT 스스로 오류를 시정할 기회를 부여해야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세무서의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세무서 부가가치세신고 불성실가산세부과처분 정당"

1심인 수원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전관식 부장판사)는 2009년 11월 KT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신고 불성실가산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부가가치세는 사업장마다 신고해야 하는데, 원고가 전략본부의 2006년 2기 부가가치세를 신고함에 있어 이 사건 매출액을 누락한 이상 이를 마케팅부문의 매출액에 포함해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전략본부의 부가가치세 신고의무를 불이행한 것이 된다"고 밝혔다.

또 "세법상 가산세는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납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에 규정된 신고·납세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에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부과하는 행정상의 제재로서,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세법상 의무의 불이행에 대해 부과돼야 하고, 여기에 납세자의 고의·과실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비록 내부 전산시스템 운영상의 기술적 오류가 신고의무 불이행의 발단이 됐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오류는 충분히 방지될 수 있었고, 1915억 원이 넘는 매출액 규모에 비춰 볼 때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전략본부의 매출액에서 누락됐음을 발견할 수도 있었으므로, 신고의무 불이행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산세 제도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조세회피 의도가 없다거나 국가의 전체적인 세수에 영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가산세를 면제할 수 없고, 사업자가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라도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저해된 때에만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거나, 먼저 세무지도를 한 뒤 이에 응하지 않는 때에만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KT 패소 판결한 1심 뒤집고 KT 손 들어줘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행정부는 2010년 7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부가가치세신고 불성실가산세 1915억 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며 KT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신고해야 할 과세표준은 그 총액 기준으로 모두 신고됐고, 전략본부의 세액이 과소 신고되기는 했으나 반면에 마케팅부문의 세액은 과다 신고됐는데도, 과다 신고된 부분은 무시하고 과소 신고된 부분만을 들어 신고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또 "과소 신고는 단지 원고가 내부 전산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했고, 원고가 과다·과소 신고와는 상관없이 세금계산서를 정확하게 발행했으므로 부가가치세 과세 행정에 별다른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현재 세무행정도 전산시스템이 발달돼 과다·과소 신고로 인해 피고의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로서도 잘못 신고한 것을 발견했다면 세수 확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이상 원고에게 알려줘 스스로 경정할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전략본부의 매출액을 과소 신고한 것은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KT 승소 판결한 원심, 사건 다시 심리·판단하라"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KT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신고 불성실가산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0두16622)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부가가치세 신고에 있어 매출액의 과소 신고가 전산시스템 운영상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런 잘못은 원고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점, 원고는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으로서 전산시스템의 운영·관리에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은 원고 스스로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누락된 매출액의 규모가 1915억 원이 넘은 거액이었기에 원고로서는 부가가치세 신고 시에 각 사업장별 신고 매출액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했더라면 매출액 누락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에게 '부가가치세 과소 신고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주사업장 총괄납부승인을 받은 사업자로서 결과적으로 과세표준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모두 납부했다거나, 과소 신고가 직원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거나, 피고의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부가가치세 과소 신고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KT #성남세무서 #불성실가산세부과 #부가가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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