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권우성
- 13일 대화 주제가 '자살 혹은 타살, 죽음의 행렬, 무엇이 문제인가?'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알죠. 근데 눈에 비치지 않는 일상화된 죽음의 행렬은 인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들이 매년 평균적으로 150명씩 죽어갑니다. 거리의 노숙인은 또 얼마나 죽어갈까요?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1위잖아요. 그런데 이런 죽음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굉장히 무감각해져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는 죽음의 구조인데, 이걸 어떻게 타파하고 삶의 구조로 바꿀 것인가가 저한테는 화두거든요. 인권의 기본이 생명권인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 분위기, 문화가 꽤 있어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면 이런 죽음을 드러내 성찰해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던져본 거죠."
-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죽음의 모습들을 비춰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 이야기하게 될 것 같은데요."공통점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굉장히 탐욕스러운 사회잖아요? 욕망을 추구하게끔 내몰고 있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독려하고 있고,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죠. 그래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경험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문화와 가치가 인권의 문화와 가치를 압도한, 인권의 문화와 가치가 신자유주의의 그것에 패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그럼 인권의 문화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나올 수 있죠. 예를 들면, 성소수자가 왜 죽나요?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는 현상)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폭행당하고, 동인련(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가 해킹당했어요.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못 버티게 만들고, 모욕과 좌절감을 갖게 만들죠. 희망을 뺏어가죠. 다양성과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의 문제입니다.
요즘 '연대가 뭐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요. '저 사람의 문제가 내 문제'라는 것이 인권의 가장 중심적인 원리인데, 예전에는 이것을 당위로 받아들였는데 요즘에는 연대의 의미에서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죠. '저 사람의 문제에 내가 관심 갖고 개입하는 것이 나한테 중요한가? 필요한가?'하는 것들을 설명해줘야 해요.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끌어내고 연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들도 얘기할 수 있겠죠."
-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안 벌어지려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제일 좋을 것 같군요. "이번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죽으니까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박혜경과 레몬트리 공작단이 오고,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가 결합하고. 노동자들, 멋대가리 없는 사내들이 눈물 뚝뚝 흘리는데, 내내 눈물바다였대요. 그렇게 한번 풀어내주고, 사람들이 '이게 나만의 고통이 아니다', '저 사람도 저런 고통이 있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연대를 찾거든요.
고문 피해도 마찬가지예요. 고문당한 고통을 드러내지 않으면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근데 함께 얘기하고 거기에 공감해주면 삶의 의지가 생겨요. 근데 지금은 기댈 데가 없는 거예요. 상담도 하고 자존감도 높이고 이런 것을 해야죠."
국가인권위 해결 방안, "현재로선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