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그림 〈아웃사이더의 힘〉
P당
여행의 완전성은 어디에 있을까? 여행자의 순수함에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자,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자, 또 인터넷에서 조사한 것과 비교하는데서 출발하는 여행은 순수성을 망가뜨린다. 자연이 주는 그대로, 사물이 던져주는 메시지 그 자체를 감동받으려면 그 무엇보다도 순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수에서 건져 올리는 진실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신문기사의 특종도 그렇다. 순수한 기자만이 사실을 사실대로 그러낸다. 뭔가 알고서는 덤벼댈 수 없다. 알면 그야말로 드러낼 수가 없다. 특종은 무식해야 잡아낼 수 있는 법이다. 사람 관계가 얽히고설킨 사이에는 진실을 담아낼 수가 없다. 사실보다 자기 생각을 더 꾸밀 뿐이다. 오직 용감한 자만이 사실을 사실대로 써낼 수 있다. 그것만이 사람에게 사랑과 감동을 준다.
이는 김창남 교수가 엮은 <아웃사이더의 힘>을 읽고 느낀 것이다. 김창남 교수는 학교 학생들에게 '매스컴 특강'을 열었고, 그 강단의 연사로 선 강사들이 학생들과 소통한 내용을 이번에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기에는 PD 탁재형을 비롯해서 언론인 김영철, 1인 출판인 윤양미, 개그맨 노정렬, 다중예술가 임의진 목사 등 10명의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바라보면 아웃사이더들이다. 후광이나 스펙도 없이 오직 진실과 소통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기 소신과 철학으로 똘똘 뭉쳐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교통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야말로 작지만 위대한 통섭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쳤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떨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PD 탁재형은 남미나 아프리카 오지를 돌며 수많은 여행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그는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 대학 출신이지만 학벌과 스펙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길을 택한 이다. 안정보다 불안정한 삶을 택한 이유가 뭘까? 그것은 오직 '재미'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그 재미 하나가 지금까지의 삶을 충동질해 왔고 또 지탱케 한 것이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그걸 강요하고 있다.
언론인 김영철은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된 이다. 훗날 문화운동 활동가로 일하다가 한겨레 기자가 됐고, 지금은 시민방송 RTV의 상임부이사장으로 일한다. 조중동에 비하면 한겨례는 아웃사이더 언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가 당차게 세상을 사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언제나 현재를 사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군대 시절에 얻어터지고 고생한 삶이 오늘의 저돌성을 키워낸 것이다. 인생의 역풍은 그래서 때론 순풍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원하는 야성이 바로 그것이다.
노정렬은 서울대를 졸업했고, 행정고시에도 거뜬히 합격한 이였다. 그래서 배정된 곳이 국무총리실 사무관이었다. 헌데도 그는 그걸 내던지고 개그맨이 되었다. 마치 그의 선배 서경석을 닮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TV무대를 주름잡는 인기인도 아니다. 거리에서 촛불 시민을 만나 권력을 풍자하는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하고 있다. 왜 그런 길을 고집하고 있을까? 터질 때 터지더라도, 적극적으로 세상과 통(通)해 보고 싶은 '정열'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듯 출판에도 정답은 없다. 그래서 1·인 출판이 가능했다. 3인 이상이 되어야 출판이 가능하다는 통념에 젖어 출판사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 지금도 자본금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앞둔 20대라면 기존에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식으로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1인 출판도 하나의 모델일 뿐, 1인 PD 혹은 1인 기자 등 다양한 형태의 1인 미디어, 1인 기업이 가능하다."(121쪽)이는 혼자서 기획과 편집과 디자인과 제작과 홍보과 영업과 관리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는 윤양미 씨가 한 이야기다. 요즘처럼 출판시장이 불황을 타고 있는 적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 홀로서 만들어내는 책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이유는 그것이다. 자본금과 인력보다도 오로지 '텍스트'에 핵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대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해도 좌절과 낙담의 순간이 오지만, 그 때에도 순수를 가지고 끝까지 싸워나갈 때 결국은 자기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이다. 반값 등록금은 어쩌면 헛발질한 공약으로 끝나버린 듯하다. 유럽에 비해 못 사는 것도 아닌데도 미친 등록금 때문에 젊은이들이 죽을 판이다. 아니 부모들의 등골이 부러질 판이다. 그렇다고 대학을 졸업해도 뾰족한 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너도나도 스펙을 쌓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 판 위에서 누가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주류 사회에 편입하면 홀가분한 느낌이 들까. 안정된 삶과 사회적인 찬사는 얻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사회에 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남다른 자기 인생의 몫이 있는 법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10명의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바도 그것이다. 오직 순수를 위해, 재미와 열정 하나로, 젊은이들이 활활 타올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순수하고 용감하게 들이대면, 언젠가 인사이더를 능가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사이더를 이기는 아웃사이더의 힘
김창남 지음,
P당(피당),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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