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구슬을 꿸 수 있는 튼실한 줄

[서평]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

등록 2011.05.11 19:34수정 2011.05.11 19:34
0
원고료로 응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경을 읽었건만 경에 담겨 있는 구슬 같은 뜻은 제대로 새기질 못했습니다. 읽으면서도 그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으니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다이아몬드 구슬 같은 부처님 말씀을 꿸 수 있는 튼실한 줄


이렇듯 읽으면서도 새길 수 없었던 구슬 같은 가르침을 구슬을 꿰듯 꿸 수 있는 튼실한 줄과 같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제열 법사가 쓰고 '민족사'에서 출간한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가 그동안 꿸 수 없었던 금강경에 담긴 구슬 같은 부처님 가르침을 줄줄이 꿸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a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 / 이제열 지음 / 민족사 / 2011-04-28 / 9,500원 ⓒ 임윤수

책에서는 흔하게 듣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해 본적이 없는 '경'에 대한 정의를 먼저 이르고 본 내용이 시작됩니다.

끝 자가 '서(西)'나 '록(錄)' 혹은 '문(文)'이 아니고 경(經)인 이유를 확연하게 알게 하니 지금껏 경을 읽었던 것과는 다른 마음으로 읽게 되니 금강구슬을 꿸 수 있는 씨실이 준비됩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배우게 될 <금강경>은 말 그대로 '경(經)'입니다. '경'이란 '성인의 말씀'이라는 뜻과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라는 뜻을 아울러 지니고 있습니다.

본래 '경'이라는 말은 실로써 천을 짤 때 베틀에서 날줄과 씨줄을 함께 엮어 가는데, 날줄은 위에서 아래로 이어진 실줄 이고, 씨줄은 북에서 나와 날 틈을 가로로 오간 실입니다. 이때의 날줄을 한자로 '경(經)'이라 했고, 씨줄을 '위(緯)'라고 했습니다.


날줄 즉 '경'은 시간적으로 과거로부터 미래에 걸쳐 끝이 없는 세로줄이며, 씨줄은 현재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꿰는 가로줄입니다. 이렇게 볼 때 '경'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고, '위' 는 그 시대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 p9

읽으면서도 제대로 새기지 못했던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왜곡하거나 잘못 새길 수 있는 부분이나 내용에서는 비뚤비뚤한 구슬을 동글동글하게 다듬듯이 경책의 말이나 당부도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자들을 보면서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많은 불자들이 정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신통이나 예언 기적 등 어떤 현상에 관심을 갖는다는 데 있습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법문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기복과 미신에 빠져 있습니다. 지혜를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효험과 가피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불자들은 혹 금강경을 읽어도 바른 견해를 세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삿된 믿음으로 경을 판단합니다. 더러는 경을 주술처럼 여겨 독송을 많이 하면 소원도 성취되고, 액운도 사라지고, 귀신도 쫓겨난다는 식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경을 많이 읽으니까 꿈이 잘 맞는다'느니, '조상이 천도되었다'느니, '앞일이 보인다.'고 하는가 하면, 반대로 <천수경>은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경인데 <금강경>은 모든 것을 허망으로 쳐내기 때문에 아무 효험이 없다고도 합니다." - p158

"불교를 믿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의 목적입니다. 목적이 잘못되어 있으면 어떤 기도를 하고 어떤 수행을 해도 소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삶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교의 목적은 신통을 얻는 데 있지도 않고 효험을 얻는 데 있지도 않으며 세속적 욕망의 성취에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마음속의 미망과 번뇌를 깨뜨리고 해탈을 얻어 모든 이들을 구제하려는 것이 불교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 158p

읽다보면 금강경 저절로 터득하게 돼

전체 32품으로 된 경을 읽어가다 보면 잡석만큼이나 울퉁불퉁하고 푸석거리던 <금강경>에 대한 알음이 차츰차츰 다듬어지며 단단해 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모난 곳을 정으로 쪼고, 거친 부분은 손이 닳도록 정성스레 문질러 다듬는 탁마의 내용입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두 손을 잡아 주듯이 금강경과 불교를 올바로 새길 수 있도록 일러주는 내용들이 디딤돌처럼 가지런하니 금강경에 대한 내용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새겨집니다.   

셈을 모르는 아이에게 하나 더하기 하나를 두 개의 사탕으로 깨우쳐 주듯이 눈에 보이듯이, 손에 잡히듯이 쉽게 설명하고 있으니 정말 금강경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왕초보도 어렵지 않게 읽은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본질적으로 형상을 섬기는 종교가 아니며 대상을 믿는 가르침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법을 보고 법을 깨닫는 가르침이 불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의 형상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 p251

"예를 들어 눈에 병이 생기면 있지도 않은 무늬가 허공에 나타나 생겼다 없어졌다 합니다. 그러나 본래 허공의 무늬는 눈병 때문에 나타났을 뿐 실지로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생겼다 없어졌다 할 것도 없습니다. 여기서 눈병은 중생의 어리석음인 망상이고, 허공은 깨달음이며, 무늬는 법이고, 일어남과 사라짐은 법칙입니다.

눈병 난 사람이 의사를 찾아가 허공에 자꾸 무늬가 생겨 일어났다 꺼졌다고 말한다면 의사는 이 말을 수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응당 눈병이 난 환자의 입장에서는 허공의 무늬가 있기 때문에 의사도 무늬가 있다고 수용을 하지만 실제로는 허공에서는 무늬가 본래 없어 일고 꺼질 수는 없기 때문에 수용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 p259

눈깔사탕으로 더하기를 보여주듯이 보여준다고 해서 마냥 가볍고 얇은 지식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구구단을 노래로 따라 부르다보면 저절로 곱셈을 이해하고 숙지하게 되듯 어렵지 않게 읽고, 부담 없이 새기다 보면 어느새 금강만큼이나 단단해진 경을 새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금강경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음 가운데 일체의 상을 버려 실상을 깨닫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기 위해 이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것입니다." - p314

'경'이 무엇인가를 알고, 32품에 담긴 구슬과 같은 부처님 가르침을 아름아름 새기다보면 박사까지는 아닐지라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보석 줄, 다이아몬드(금강)처럼 견고하고도 불변인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의 보석을 한 꾸러미는 챙기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 / 이제열 지음 / 민족사 / 2011-04-28 / 9500원


덧붙이는 글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 / 이제열 지음 / 민족사 / 2011-04-28 / 9500원

왕초보 금강경 박사 되다

이제열 지음,
민족사, 2011


#금강경 #이제열 #민족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